금테 안경을 쓰고 운동선수 이기에는 좀 왜소하고 작은 키의 투수가 있었습니다. 이 선수는 한 시즌 284.2이닝을 던지고도 그 해 7전 4선승제의 한국 시리즈에서 나와 4승을 모두 이긴 앞으로도 깨질 것 같지 않은 불세출의 투수였습니다. 그는 제 기억 속의 영웅이었으며, 뭐든지 이겨낼 것만 같은 만화책 속의 주인공이었습니다.

의업에서 바쁘게 일하며 한동안 그 영웅을 잊고 살다가 2011년 어느 가을 그의 이름인 최동원 세 글자를 스포츠 뉴스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결코 쓰러지지 않을 것 같던 그를 이 세상과 등지게 한 것은 대장암이라는 병이었습니다. 소화기 내과 의사로서 마음이 한동안 아쉬웠던 것은 영웅의 죽음이 대장암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이는 구리 속편한 내과의 이준혁 원장이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고 최동원씨를 떠올리며 쓴 글이다.

2011년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대장암은 유병률이 3번째로 많은 병이며 1999년부터 2009년까지 연간 평균 10%씩 증가를 보이는 악성 종양이다. 그러나 대장암은 갑작스럽게 진단되는 것이 아니라 상피세포의 변화, 대장 선종, 대장암으로 가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 발생한다.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검사를 시행한다면, 충분히 예방 가능한 것이다. 특히 대장암의 씨앗인 대장 용종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할 수 있다면 대장암을 쉽게 예방할 수 있다.

2009년부터 2011년 가지 주요 7개 대학 병원 검진센터 대장 내시경결과를 보면 전체 환자군 중 36.4%가 대장 용종 및 대장암이 발견됐으며 남성이 42.8%, 40대 29.2%, 50대39.5%, 60대 50.2%가 관찰됐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대장 내시경 수진을 통해 대장 용종 및 대장암을 발견하는 비율이 높으며 최근 젊은 층에서도 발견율이 급증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장암은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까. 구리 속편한 내과의 김배환 원장에 따르면 대장암의 위험인자로는 동물성 지방식, 흡연, 유전성 용종증, 염증성 장질환, 대장암 가족력 등이 있다. 해당 위험인자가 있는 경우에는 좀 더 주의깊은 관찰이 요구된다.

2007년 미국 암 학회에서는 대장암 위험도를 감소시키는 방법으로 비타민 D. 엽산제 섭취, 규칙적인 신체 활동. 비만 치료, 금연과 금주를 제안했다. 그러나 이준혁 구리 속편한 내과 원장은 “생활 습관 변화만으로는 대장암에 대한 예방은 완벽하게 할 수 없으므로 정기적인 검진이 매우 중요하다”고 전했다.

최근 미국 소화기 학회에서는 평균 위험도의 일반인인 경우 50세 이상을 대상으로 대변 내 잠혈 반응 검사와 S자 결장 내시경검사, 대장 조영술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 원장에 따르면 해당 검사들은 대장 용종에 대한 진단율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대장내시경은 진행성 대장암의 발생률을 고려하여 10년 간격으로 검사해야 한다. 그래야 더 많은 부분의 대장을 검사할 수도 있고 해당 검사를 통해 용종의 제거나 조직 검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고위험군의 경우에는 다음에 언급된 조건에 따라 선별 검사가 다르게 권고된다.

1. 60세 이전의 대장암이나 대장 선종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40세부터 도는 가계도의 환자가 가장 먼저 진단받은 연령보다 10년 이전에 대장 내시경 검사를 시행 받아야 되며 5년마다 추적 대장 내시경 검사가 요구된다.

2.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의 경우, 10~12세부터 매년 S자 결장 내시경 검사 및 유전자 검사가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3. 유전성 비용종성 대장암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20~25세에 대장 내시경을 시행하며, 매1~2년마다 시행하거나 가족 중 가장 먼저 진단 받은 사람보다 10년 먼저 시행해야 한다.

만약 이렇게 선별 검사를 시행 받아 대장암의 씨앗이 대장 선종이 발견되어 되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김 원장은 “대장 선종이 발견되었다면 반드시 내시경적 용종절제술을 받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김 원장에 따르면 용종절제술과 용종절제술 후 추적 검사는 대장암의 발생률을 현저하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미국 소화기 학회 가이드라인에서는 진행성 또는 3개 이상의 용종이 있으면 3년 후 추적 대장 내시경 검사가 필요하며 2개 이하의 1cm 미만의 관상 선종의 경우에는 5년 후 대장 내시경 검사가 필요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서구식 식습관의 변화와 현대인의 생활 습관 변화로 인해 대장암이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 대장암은 충분한 생활 습관 변화 및 검사, 치료로 예방이 가능한 질병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조기 검진, 조기 치료가 필요하다. 대장암 예방은 국가적으로도 큰 관심사이며 건강 보험 공단에서도 조기 검진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도움말: 구리 속편한 내과 김배환ㆍ이준혁 원장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