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로 뭉친 뒤 솔로 곡 리메이크로 무한 공감대

만물이 소생하고 들녘에 꽃이 만발하는 봄은 누구에게나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어 주는 계절의 여왕이다. 그래서인가 예로부터 봄을 노래한 시즌 송은 갖가지 봄꽃들과 결혼을 소재로 한 노래들이 주류를 이뤄왔다. 지금은 계절과 상관없이 좋은 날을 택일하는 분위기이지만 예로부터 5월의 신부는 여왕에 어울리는 찬사를 받지 않았던가.

지난 10년 동안 결혼문화는 남성의 직업에 대한 여성의 인식 변화가 주도했다. 대표적인 직종이 교사다. 1970~80년대까지만 해도 남자교사는 인기가 별로 없었다. 교사라는 이미지가 고지식하고 재미없을 것 같은 선입견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가장 인기 있는 남성 직업으로 급부상했다. 급여는 다른 인기직종에 비해 적어도 안정적이라는 점이 매력적이란 이유다. 사실 1970~80년대 최고 직업은 대기업 직원이었다. 하지만 IMF를 거치면서 퇴직연령이 앞당겨지면서 직업 안정성이 크게 약화되었다. 전문직이 여전히 최고의 직업이지만 해마다 많은 인원이 쏟아져 나오면서 그것도 옛날이야기가 되고 있다.

요즘 결혼식장에서 가장 사랑받는 축가는 무엇일까? 축가도 부르는 사람 신랑신부의 스타일에 따라 달라져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하객 모두가 공감하는 노래면 좋다. 일단 화사한 봄날에 듣는 웨딩 송에 행복한 가사는 필수다.

요즘 축가로 가장 많이 불리는 '베스트 5'로 유리상자의 '신부에게', SG워너비의 '내 사람', 쿨의 '아로하', 이승환의 '사랑하나요', 이재훈의 '사랑합니다'가 꼽힌다. 이 중에서도 신랑신부들은 유리상자의 '신부에게'와 SG워너비의 '내 사람'을 제일 많이 듣기를 원한다고 한다.

장은아의 '결혼의 꿈'과 한상일의 '웨딩드레스'는 결혼 적령기에 들어선 여성들에게 순백의 웨딩드레스에 대한 로망을 심어준 봄 시즌송의 명곡이다. 사실 결혼을 소재로 한 대중가요는 60년대부터 무수하게 양산되었다.

김상희의 '결혼지각생'과 김상국의 '결혼은 밑지는 장사'를 비롯해 고봉산과 아리랑시스터즈가 프로젝트 혼성그룹을 결성해 일종의 3부작 시리즈로 발표했던 코믹한 결혼노래도 있었다. 대중가요에서 흔치 않은 이들의 결혼 3부작 노래는 결혼상담 후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여행을 떠나 신접살림을 차리는 과정을 '결혼상담', '신혼여행', '신접살림'이란 제목으로 재미나게 담아냈었다.

데뷔하자마자 신인가수상을 받으며 전도유망했던 남편의 2, 3집이 연거푸 흥행에 실패해 가정경제가 힘겨워졌지만 끝까지 신뢰와 믿음으로 함께 이겨낸 부부가수로 정태춘과 박은옥이 있다.

촉망받는 신인가수 정태춘에게 박은옥과의 꿈같은 연애는 인생의 달콤함을 만끽하게 했다. 음반사의 결혼 만류를 뿌리치고 1980년 5월 결혼한 정태춘은 1집의 성공으로 차기 음반의 곡 선정을 자신에게 맡긴 음반사의 기대와는 반대로 2장의 음반이 연속해 흥행에 참패했다. 국악과 양악을 넘나드는 음악실험을 시도했기 때문.

경제적 파산이라는 불청객을 맞이한 부부는 생활고에 시달리다 지구레코드사와 4년간 전속에 800만원이라는 굴욕적인 계약을 맺게 된다. 부부가 함께 힘을 모아 합작한 첫 음반이 1984년에 나왔다. 총 13곡을 담은 앨범은 음악적으로 새로울 것이 없는 범작이었다. 신곡으로 타이틀곡인 '떠나가는 배(이어도)'와 '우리는', '하늘 위에 눈으로', '얘기'가 있긴 했지만 나머지 노래들은 이미 발표했던 '시인의 마을', '사랑하고 싶소', '나그네', '촛불', '나는 누구인고', '사랑하는 이에게', '탁발승의 새벽노래'를 다시 우려냈다.

그런데 1980년 박은옥이 자신의 솔로 음반에 먼저 발표한 솔로 곡 '사랑하는 이에게'의 예상치 못한 히트가 터졌다. 혼자 불렀을 때 전혀 조명받지 못했던 노래가 부부가 함께 불러 리메이크하자 많은 부부와 연인들이 무한 공감대를 형성했던 것.

미래가 불확실한 지금 같은 경제 불황기에 부부의 신뢰와 믿음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정태춘, 박은옥 두 사람이 함께 부른 '사랑하는 이에게'는 힘겨운 가정경제를 짊어지고 살아가는 이 땅의 모든 부부와 예비부부에게 들려주고 싶은 명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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