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 오이겐 드레버만 '어른을 위한 그림 동화 심리읽기'어머니를 마녀로 바꾼 '라푼첼' 가족 로맨스 등그림형제 시리즈 4편… 심리학·철학·신학적 분석
동화를 심리학, 철학, 신학적으로 분석한 책도 출간됐다.
오이겐 드레버만의 '어른을 위한 그림 동화 심리읽기'는 19세기 독일의 그림 형제가 옛이야기들을 수집해 엮은 동화를 심층심리학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20여 편의 시리즈 중 이 책에는 4편이 실려 있다.
첫 번째 등장하는 그림 형제의 '재투성이'는 프랑스의 문필가 샤를 페로의 '신데렐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프랑스어로 '재투성이'라는 뜻의 '상드리용'이 영어로 옮겨지면서 '신데렐라'가 됐다고 한다. 고약한 계모와 2명의 의붓자매에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착하고 성실하게 살던 한 소녀가 새들의 도움으로 참석한 무도회에서 왕자를 만나 결혼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와 같은 이야기는 유럽에서만도 500가지가 넘으며 우리나라의 '콩쥐팥쥐'도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권선징악으로 대표되는 착한 아이 콤플렉스의 기원을 여실히 보여주는 동화다.
어머니와 계모 사이에서 분열되고, 의붓자매에게 구박과 고초를 당하고, 아버지는 기이할 정도로 낯설게 느껴지는 삼각구도에서 주인공 재투성이라는 인물을 심리학적으로 살펴본다. 아버지는 왜 딸을 도와주지 않았는지, 재투성이는 왜 세 번을 도망쳤는지 등에 대한 분석도 흥미롭다.
'재투성이' 외에 심층심리학으로 여성 심리의 비밀을 들여다 본 3편이 더 실려 있다. 나르시시스트 아버지로 인해 가시울타리에 갇혀 스스로 성장을 멈춘 '가시장미 공주'(잠자는 숲 속의 미녀), 어머니를 마녀로 바꾼 '라푼첼'의 가족 로맨스, 자식의 삶을 조종하려는 아버지와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영리한 엘제' 이야기까지.
저자 오이겐 드레버만은 유럽에서 가장 존경 받고 사랑 받는 신학자이자 행동하는 지식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어른을 위한 그림 동화 심리 읽기' 시리즈는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놀라운 문학적 상상력, 심리학과 철학과 신학을 넘나드는 탄탄한 지적 기반이 어우러진 인문서로 호평을 받았다. 교양인 펴냄. 2만8,000원.
정용운기자 sadzo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