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엽 시 전집시인이 평생 걸쳐 쓴 165편의 시 한권에 담아'첫눈' 등 미발표작도 실려

신동엽
일곱 번이나 '가라'고 외치며 어제가 아닌 오늘, 늘 새롭게 혁명을 진행시켜야 한다는 간절한 바람을 담은 시 '껍데기는 가라'(1967).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1969)라는 질문을 던지며 "닦아라, 사람들아/ 네 마음속 구름/ 찢어라, 사람들아,/ 네 머리 덮은 쇠 항아리"를 주문한 시인.

4,800행의 긴 호흡으로 1894년 동학농민혁명을 생생하게 담아내 이야기성과 기록성을 갖춘 장편서사시 '금강'(1967).

바로 민족시인이자 참여시인 의 대표작들이다.

문학평론가 강형철, 김윤태가 엮은 ' 시전집'이 출간됐다. 1975년 창작과비평사에서 펴낸 '전집'의 개정증보판이다.

이 책은 세가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위 시들 뿐만 아니라 그가 평생에 걸쳐 쓴 작품 165편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1부는 생전에 출간한 유일한 시집 '아사녀'를, 2부는 불세출의 대작 서사시 '금강'을 수록했다. 3부엔 1975년 출간된 '전집'을 통해 최초로 묶인 작품을 담았으며, 4부는 1988년 간행된 유고시집 '꽃같이 그대 쓰러진'의 시로 꾸려져 있다.

등단작인 '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은 1959년 석림(石林)이라는 필명으로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응모해 입선한 작품이다. 사회적 분위기에 의해 투고 당시 작품에서 40여행이 삭제돼 발표됐다고 전해진다. 이 책에는 시집 '아사녀'(1963)에 수정 발표한 작품과 함께, 그 과정에서 준비한 것으로 추정되는 원고를 찾아내어 그대로 실었다.

두 번째, 시인의 미발표작이 실려있다는 점이다. '혁명아', '이 땅의 이날', '추상', '첫눈', '예외 또는 말세', '이름도 모르는 소녀에게' 등 11편이다. 부인 인병선 씨에 의해 관리ㆍ보존돼왔던 시인의 유품들 중 육필 원고에서 발견한 시들이다.

"돌아오누나/ 노랑 저고리 검정 치마/ 어델 가서 앨 태우다 이제서야 돌아오는가// 님만 두곤 아니 오실라 걱정했더니/ 어델 가서 여적 해차릴 하다/ 혼자서야 돌아오는가"(중략 '첫눈'中)라는 시의 구절처럼 돌아온 시들이 반갑다.

세 번째, '문학관'이 다음달 개관을 앞둔 시점에서 이 책이 발간됐다는 점이다. 시인의 고향인 충남 부여에 위치한 이곳에는 대표작으로 꼽히는 시 '껍데기는 가라', '금강' 등의 초고가 전시된다. 그의 생애와 문학세계를 눈으로 볼 수 있다.

깊이 있는 역사의식을 시로 표현한 민족시인이 "그날이 오기까지는, 사월은 갈아엎는 달./ 그날이 오기까지는, 사월은 일어서는 달"('사월은 갈아엎는 달'中)이라고 외친다. 그곳에는 "그리운 그의 모습 다시 찾을 수 없어도/ 울고 간 그의 영혼/ 들에 언덕에 피어"('산에 언덕에'中)있을 것이다. 문학관 앞뜰에는 그의 시가 깃발처럼 바람에 맞서고 있다. 창비 펴냄. 2만8,000원



정용운기자 sadzo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