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볼프 슈나이더 '거짓에 관한 진실'진실을 모르기 때문에 거짓말 아닌 혼동하는 것마녀사냥·세계 멸망 등 우리 삶 '착오' 찾아내

"진실이 지구상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지 못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그 중 하나는 우리가 진실을 날조하고 은폐한다는 사실, 그리고 대다수는 진실을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또 다른, 더 흔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진실을 특별히 거부하는 것은 아니지만 진실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혼동하는 것이다. 진실을 모르는 사람은 진실을 왜곡할 수 없는 법이다."

도발적인 말이다. 어떻게 보면 궤변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많은 사람들이 거짓말에 분노하고 진실을 요구하는 시대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진실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지 못하다니….

'독일어의 교황'으로 불리며 현대 독일을 대표하는 언론인 볼프 슈나이더가 거짓에 대한 이유 있는 항변을 책으로 냈다. 신간 '거짓에 관한 진실'은 우리가 거짓을 사랑하는 이유를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저자는 진실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점에 대해 '착오'라는 개념을 이용한다. 그리고, "세상에, 진실이라니! 누가 진실을 안다고 할 수 있을까?"라며 우리 삶 곳곳에 숨어있는 착오들을 하나하나 찾아내 보여준다.

가장 흔한 착오로는 별들에게 운명을 물어보는 별점이나 별자리 운세, 외계인에 대한 맹목적인 미신, 1,400만분의 1 확률의 로또를 예로 들었다. 매주 로또를 열 장씩 산다면 이론적으로 당첨될 때까지 2만6,900년이 걸린다는 계산도 소개한다.

가장 어리석은 착오로는 마녀 사냥, 세계 멸망에 관한 믿음이라고 말한다. 이 같은 착오가 인간의 두려움 또는 무지와 결합했을 때 어떤 무시무시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준다. 콜럼버스는 인도가 가깝다는 착오에 빠져서 신대륙을 발견할 수 있었다며 세계사 속의 중대한 착오도 지적한다.

이러한 사례들을 바탕으로 그는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그리고 동시에 벗어날 수 없는 착오들을 우리는 선입견이라고 부른다"며 선입견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도 역설한다. 악의 없는 선입견, 악의적인 선입견, 피할 수 없는 선입견으로 분류하고 설명한 점도 독특하다. 특히 선입견을 피할 수 없는 이유로 두 가지를 제시한다. 그 첫 번째가 언어 종교 관습 세계관 등 우리가 물려받은 유산을 꼽고 있다. 두 번째로는 우리가 신중하고 성숙한 판단을 내리기에는 대부분 지식과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우리의 삶을 결정짓는 선택조차 선입견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모든 판단은 정확히 말하면 선입견이다"라는 주장을 펼친다. 더불어 이 책에서는 법정, 정치판, 인터넷 세상에서의 거짓말도 빼놓지 않았다.

저자는 "인간은 착오 없이 삶을 영위할 수 없다"며, "거짓과 착오는 분명히 진실보다 흥미롭기도 하다"고 말한다. 이 책은 흥미와 함께 우리를 위로하고 구원하고 행복하게 해 주는 건 진실이 아닌 거짓과 착오라고 속삭이는 듯하다.

볼프 슈나이더는 기자 출신 언론인으로 1994년 독일 언어학회가 수여하는 '언어문화 미디어상'을 수상했다. 20여 권의 베스트셀러를 펴낸 작가이기도 하다. 주요 저술 분야는 언어와 문화사이다. 저서로는 '인간 이력서', '만들어진 승리자들', '위대한 패배자', '진정한 행복', '바빌론에 대해서: 주변 도시들의 역사', '네안데르탈인: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진화', '저널리즘 교본' 등이 있다. 을유문화사 펴냄. 1만4,000원



정용운기자 sadzo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