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까운 책 2013'베스트셀러 100위권 밖서 각 분야 탐서가 47명 선정

베스트셀러를 찾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사재기로 인한 조작된 베스트셀러 관행에 실망했다면 이 책 한 권을 읽어보는 것이 어떨지.

아깝게 묻힌 좋은 책들을 발굴해 널리 알리자는 취지로 시작한 '아까운 책'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인 '아까운 책 2013'이 출간됐다. 북 칼럼니스트 금정연, '보그' 피처디렉터 김지수, 작가ㆍ문화 정책 연구자 목수정, 인문학자 엄기호, 음악평론가 차우진, 건국대 의대 교수 하지현 등 각 분야의 이름난 탐서가 47명이 '놓쳐서는 안 될' 명저 한 권씩을 소개한다. 선정기준은 지난해 출간된 책 가운데 교보문고에서 발표한 2012년 종합 베스트셀러 목록 100위 내에 들지 못한 책들이다. 문학, 인문, 경제ㆍ경영, 문화ㆍ예술, 사회, 과학 총6개 분야로 분류돼 있다.

"독서하는 습관을 기르기 위해 아이에게 어떤 책을 읽혀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무조건 재미난 책'과 '본인이 좋아하는 책'을 읽혀야 한다는 김민식 MBC드라마국 PD는 다카노 가즈아키의 '제노사이드'를 추천했다. 지난해 읽은 많은 책들 가운데 가장 재미난 책을 골랐다고 한다. 인종 학살을 뜻하는 '제노사이드'를 읽으며 "힘든 현실을 잠시 잊을 수 있었고, 내가 이해할 수 없었던 세상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됐다"며, "함부로 누군가를 어떤 이름으로 규정하는 일을 경계하게 됐다"고 말한다. 하드보일드한 세상에 희망이 있는지 없는지 알아보는 방법은 일단 살아남는 것, 그리고 최선은 '짐승의 길'이 아닌 '인간으로 살아남는 것'이라고 전한다.

문학 평론가 정여울은 장 뤽 낭시의 '신, 정의, 사랑, 아름다움'을 꼽았다. 신 정의 사랑 아름다움이라는 주제로 청소년들에게 펼친 공개강좌 내용을 엮은 책이다. 그는 이 책을 추천하면서 "낭시는 타인을 향한 '열림'과 '어루만짐' 속에서 우리 안의 가장 아름다운 가치, 사랑의 빛을 발굴한다"며 "이 아름다운 강의록 속에서 우리는 위대한 철학자의 멋진 강의를 몰래 청강하는 은밀한 기쁨을 한껏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승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ㆍ운영위원은 "인간의 가치와 환경, 공동체를 소중히 여기고, 책을 더 많이 읽고, 텔레비전을 덜 보며, 시선을 세계로 돌리는 사람들"이 두루 읽기를 기대한다며 '행복의 경제학'을 권했다.

47명의 탐서가들은 추천한 책과 더불어 '함께 읽으면 좋은 책'을 각 서평 뒤에 덧붙였다. 또한 이 책은 돌베개, 민음사, 사이언스북스, 역사비평사, 창비 등 국내 인문 사회 과학 문학 분야를 대표하는 42개 출판사의 편집자들이 꼽은 '아까운 책'과 그들이 들려주는 출간 과정의 자세한 속사정도 실었다.

이 책을 펴낸 부키 편집부는 "사라질 소수를 기리면서 '아깝다'는 단어를 열쇳말로, 각계의 책 좋아하는 이들이 마음에 품은 책을 모아 '아까운 책 2013을 세상에 내보내게 됐다"고 밝혔다. 1만5,800원.



정용운기자 sadzo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