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말로 철학 한 도덕경 '노자와 다석'류영모 한글 완역 바탕… 제자 박영호 풀이 덧붙여기독교 중심 사상 탐구우리말·글로 철학 펼친 1910년대 조선 3대 천재

다석 류영모 선생
톨스토이가 자신의 문학 인생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상가라고 말한 그는 누구일까. 헤겔이 그리스 철학을 능가하는 인류 철학의 원천이라고 극찬한 것은 누구의 사상일까. 실존 철학자 하이데거는 독일어로, 톨스토이는 러시아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시도한 것은 무엇일까.

정답은 공자가 젊었을 때 찾아가 예(禮)에 관한 가르침을 받았다는 '노자(老子)'다.

5,000자 81장으로 이뤄진 '노자'의 정식 명칭은 '도덕경(道德經)'이다. 주나라의 쇠퇴를 한탄하고 은둔할 것을 결심해 서방(西方)으로 떠나는 도중에 관문지기의 요청으로 쓴 '도(道)'편과 '덕(德)'편으로 이뤄진 책으로 알려져 있다. 동양의 경전 중에서 가장 심오해, 해석자에 따라, 읽는 사람이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글의 의미가 달라진다고 평가 받는 고전이다.

신간 '노자와 다석'은 다석 류영모의 사상으로 풀이한 '도덕경'이다.

이광수, 정인보와 함께 1910년대 조선의 3대 천재로 불리기도 한 류영모는 우리말과 글로써 철학을 한 최초의 사상가이다. 50살 무렵부터 하루 한 끼만 먹고, 하루를 일생으로 여기며 살았다고 한다. 다석(多夕)은 하루에 한 끼 저녁만 먹는다는 뜻이다.

류영모는 세례를 받은 정통 기독교인이었다. 후에 기독교 사상가요 문인인 톨스토이의 영향을 받아 기성교회에 나가지 않고 무교회주의적 입장을 취했다. 톨스토이는 기독교인의 신앙생활은 교회에 나가는 종교행사의 충실한 참여가 아니라, 역사적 예수의 삶과 복음을 이웃에 대한 자비, 정직한 노동, 악을 선으로 이기는 비폭력투쟁 등으로 실천하는 삶이라고 이해했다.

류영모도 교회에 나가지 않고 평생 성경을 읽고 예수의 가르침을 실천했다. 석가, 공자 등 여러 성인도 두루 탐구했다. 기독교를 줄기로 삼아 이 모든 종교와 사상을 하나로 꿰는 한국적이면서 세계적인 사상 체계를 세웠다.

'노자'를 한글로도 완역했다. 류영모의 '노자'는 한문이 지니는 해석의 다양성을 헤아린 탁월한 풀이이며, '우리말로 철학하기'의 지평을 넓힌 것으로 평가 받는다.

이 책은 류영모의 '노자' 번역을 바탕으로 삼아 그의 제자 박영호가 풀이를 덧붙인 책이다.

길잡이 말을 통해 소개된 주규식과 류영모가 나눈 대화는 류영모의 사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주규식이 "예수와 석가 중에 누가 더 참되다고 할 수 있습니까?"라고 묻자, 류영모는 "비교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절대자만이 할 수 있을 것이다. 예수와 석가가 동시대에 태어나서 만났다면 두 분이 대단히 가깝게 지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며, 노자를 포함시켜 물어도 류영모는 똑같은 대답을 했을 것이라고 박영호는 전한다. 교양인 펴냄. 2만5,000원.



정용운기자 sadzo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