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말아요' 원곡, 30년 만에 제 모습 찾다

천신만고 끝에 '그대 생각'등 8곡이 수록한 정규 1집이 세상에 나왔다. 중요 노래들이 심의에 걸려 빠졌고 수록곡들도 제목과 가사를 한글로 수정하는 곡절을 겪으며 헤비메탈의 정체성을 상실한 평범한 가요 음반으로 둔갑했다.

최우섭은 "당시 여유가 있었다면 계약금 1,000만원을 돌려주고 음반제작을 때려치우고 싶었다"며 "거의 모든 곡이 심의에 탈락하고 통과된 곡들도 가위질당해 동요수준이 된 무당 1집은 사실 고통 그 자체였다"고 회고했다.

좌절감을 안고 미국으로 돌아갔던 최우섭은 1983년 2집 '멈추지 말아요'를 발표했다. 변한 것은 없었다. 타이틀곡 '멈추지 말아요'는 심의과정에서 "데모가 빗발치는 계엄령 하에서 '멈추지 말아요'란 노래를 부르는 것은 무슨 심사냐?"며 또다시 탈락통고가 내려졌다.

이에 제작사는 가사 중 '저 멀리서 들려오는 당신의 목소리'를 '추억의 목소리'로 수정해 살려냈다. 시국을 상징하는 검은 재킷으로 제작된 초반도 최우섭의 사진으로 장식된 촌스런 재킷으로 수정됐다.

최우섭은 "한국에서 음반을 발표하면서 얻은 것은 상처뿐이었다"고 지금도 분을 참지 못한다. 하지만 타이틀곡은 상당한 히트를 기록했고 헤비메탈 사운드를 구사한 '그 길을 따라'는 이 음반에 선구적 의미를 부여했다.

선구자는 늘 고독한 법. 당시 국내 대중음악계는 헤비메탈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지만 외국 록음악만을 선호했던 국내 마니아들은 무당의 음악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이후 서울 이태원에 소극장을 마련해 라이브 콘서트 운동을 펼쳤던 무당은 워커힐호텔에서 열렸던 태평양 국가연차회의장에 초대되었다. 진짜 무당을 섭외해 무당춤을 선보이며 18분 동안 실험적인 록 사운드를 펼쳤다. 1,000여 명의 외국귀빈들이 기립박수로 환호했던 이 공연을 최우섭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그러나 무당이란 밴드 이름 때문에 방송출연이 좌절되는 제약을 받았던 밴드는 결국 해체되었다. 이후 최우섭은 듀란듀란, 딥 퍼플, 호세 펠리치아노, 에릭 크랩튼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내한공연을 유치하는 공연 사업가로 변신했다.

김형모, 이도현과 3인조 라인업으로 발표한 타이틀 곡 'Freelancer(백수탈출)'는 1980년 정규 1집 발표 때 심의에 걸려 사장되었던 노래다. 명곡 '멈추지 말아요'도 삭제, 수정된 가사를 이번에 복원시켰다.

역시나 사장되었다 부활시킨 'GAME OVER'는 군에 갔다 온 남자가 딴 남자와 함께 가는 여자 친구를 보고 받았던 상처를 생각하며 쓴 노래다.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가 된 최우섭은 가사 전달이 불명확한 대다수 록커들과 달리 모든 곡에서 귀에 쏙쏙 들어오는 가사 전달력이 탁월한 보컬을 구사한다. 전성기 못지않은 에너지를 보유한 그는 누구나 쉽게 공감할 가사와 실험성도 잃지 않았다.

최우섭은 "명색이 무당 리더인데 솔직히 무당에 대해 잘 몰랐다."고 말한다. 그가 무당의 매력을 확실하게 경험한 것은 2007년 광명음악벨리 축제 무대 때 '작두 타는 진짜 무당'인 국립국악원 윤 교수와 협연하면서부터다.

그날 공연은 무대 미술부터 차별적이었고 사운드와 퍼포먼스는 관객들의 혼을 빼놓을 정도로 환상적이었다. 무당 멤버들이 걸어 나오지 않고 엘리베이션 장치를 타고 폼 나게 무대로 등장한 것부터 심상치 않았다. 무대 천정에는 실제 무당의 소품들인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것을 의미하는 오색천이 무대를 가득 채웠다.

당시 2만 명이 운집한 초대형무대를 처음 경험한 무당경력 30년의 윤 교수는 페스티벌이 영원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어찌나 혼신의 힘을 다했던지 공연이 끝난 후 탈진해 쓰러졌다고 한다. 바로 그 곡이 마지막 트랙에 수록된 대곡 'MAGIC DANCE'다. 이 노래 역시 1집 때 한글 제목 '무당'으로 강제 수정되었고 가사도 '난 너를 위해 춤을 추는가' 등이 삭제되었다.

평범한 노래는 제목과 가사가 복원되며 실험성과 생동감이 매력적인 롱버전의 대곡으로 되살아났다. 무당의 리더 최우섭은 이번 컴백앨범을 통해 80년대의 어두운 사회적 분위기에 희생당했던 자신의 창작곡들이 회생시키며 오랜 한을 풀었다. 30년 세월이 흐른 지금. 복원된 무당의 명곡들에 이 시대의 대중은 과연 어떻게 반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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