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충현 '살풍경'

'산책'
'공간'이 지닌 각별한 의미를 통해 시대성과 정서를 변주해온 노충현 작가의 개인전 '살풍경 (Prosaic Landscape)'이 국제갤러리에서 7월 14일까지 선보인다.

'살풍경'은 사전적 의미로 '몹시 쓸쓸하고 고요한 정경'이란 뜻으로 이는 작가가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탐구해왔던 주제이다.

작가는 도시 한 켠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일상적이고 한적한 풍경들에 연관된 개인의 정서적 경험을 기반으로 메시지를 전한다. 이번 전시작은 작가가 오랫동안 거닐곤 하던 합정역 부근의 한강시민공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의 회화에서 나타나는 한강의 모습은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이는 그 공간이 폭설이나 장마와 같은 사건들과 더불어 불특정한 관념이나 기억 속의 장소로서 재현되는 데서 비롯된다.

이렇듯 그의 작품에서 공간은 때로는 정치적인 공간으로 읽히기도 하고, 또 때로는 아무런 의도도 발견할 수 없는 일상적인 공간으로 읽힌다. 작가는 이러한 모호하고도 흐릿한 공간을 제시함으로써 동시대의 도시 풍경이 지닌 중의성을 담아낸다. 이번 전시에서도 한강의 계절에 따른 자연적 풍광과 사회현상에 따른 인공적 풍경들의 조합은 서울이라는 도시 안의 공간이 지닌 중층적인 의미들이 담겨있다.

작가는 관객으로 하여금 그러한 장면이 지니는 공간적 정서를 특정한 장소가 지닌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반추하게 한다. 이는 구상적이고 역사적인 접근에 의한 효과라기보다는, 계절의 흐름과 같은 일상의 현상을 면밀히 관찰해 온 작가의 시-지각적 기억에 기반한 풍경의 질감에 대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작가는 '살풍경'전을 통해 순간순간의 풍경-장면이 지닌 인상과 그것이 환기시키는 곧 사라져 버릴 듯한 기억과 감정들을 섬세하고도 예민한 회화적 시선으로 포착해내고 있다. 02)3210-9885



박종진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