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봉갤러리 '문서와 글씨의 한마당' 전관료 임명장·과거시험 답안지 등 선조들의 생활 실감나게 엿보기안평대군 서첩 등도 전시

좌명공신녹권
화봉문고 창립 50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한국의 고서, 다섯 번째 전시인 '문서와 글씨의 한마당'이 인사동 화봉갤러리에서 7월 31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지난 3월 우리 민족의 5천년 역사를 고서를 통해 살펴보는 '책으로 보는 단군오천년' 전을 시작으로 '한국의 고활자', '한국 문학작품 산책', '한국 교과서의 역사'전에 이은 것으로 고문서, 탁본, 서첩, 글씨 등을 통해 우리의 역사와 그 시대의 문화와 삶을 보여준다.

그 중 고문서는 우리 선조들의 생활을 가장 실감나게 엿볼 수 있는 살아 숨쉬는 역사의 보고이다. 이번 전시에서 공신들에게 주는 공신녹권부터 관료의 임명장, 전임 관리와 후임자들 사이의 인수인계문서, 궁중에 납품하는 공인(貢人)들의 권리를 사고파는 매매문서, 재산을 나눠주는 분재기, 과거 시험 답안지, 호구단자 등 고문서를 보면 선인들의 생활 속 향기를 느낄 수 있다. 이번 고문서와 함께 문인(文人)들의 묵향을 느껴볼 수 있는 탁본, 서첩, 글씨와 필사본들도 다양하게 전시된다.

이번 전시는 그동안 화봉문고에서 수집해온 수 천여 점의 고문서와 글씨 자료 중에서 엄선된 것들로 꾸며졌다. 가령 조선 3대 태종이 1401년 제2차 왕자의 난을 평정하고 자신이 즉위하는 데 공을 세운 신하 47명에게 준 공신녹권인 '(佐命功臣錄券)'필사본은 '개국공신녹권(1392년)'과 '정사공신녹권(1398년)'이후 조선왕조의 세 번째 녹권으로 보물로 인정될 만한 가치를 지닌 귀중본이다.

조선 숙종7년 2개월간의 왕실일기인 ''는 승정원일기가 당시의 공적 기록인 비변사등록, 일성록과 더불어 실록을 능가하는 가치를 지닌 것에 비춰 일기의 사초가 파기되지 않고 오늘까지 남아있다는 것은 범상치 않은 일로 정본과의 비교를 통해 역사의 진실을 발견할 수 있는 좋은 자료이다.

장흥고 공인문기
특히 궁중에 납품을 하는 공인들의 공인문기(貢人文記)는 다른 곳에서는 찾아 보기 힘든 귀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이밖에 서화에 뛰어났던 비운의 왕자 안평대군의 서첩, 우리나라 다도를 정립한 것으로 알려진 초의선사가 추사 김정희에게 처음으로 보낸 편지, 영조의 친필 족자 등 역사적 가치와 함께 눈길을 끄는 작품들이 대다수다.

화봉갤러리는 이번 전시에 이어 '무속사상, 그리고 불경·성경·도교·동학 자료'전을 열어 화봉문고 창립 50주년 기획전을 마무리한다. 02)737-0057


승정원일기초

박종진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