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나우- 송승진 사진전 '치유를 위한 비'

비는 묘한 자연이다. 내리고, 적시고, 스며들고, 하는 것들이 몸뿐 아니라 마음을 움직인다. 소리는 또 어떤가. 비만큼 다양한 음(音)을 가진 것이 있을까. 비는 시공(時空)과 맞닿아 스스로의 존재성을 드러낸다.

갤러리 나우에서 열리는 송승진의 사진전의'비'가 그렇다. 전시 제목'치유를 위한 비'가 상징하듯 작가는 온전한 자연으로의 비를 속깊이 전한다. 우선 비가 지닌 '음악성'이다. 그는 비가 소외받고 상처받은 자신을 위로하는 오케스트라 무대가 되고 그를 무대의 중앙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인공으로 만들어 기분 좋은 나르시시즘에 젖어들게 한다고 고백한다. 때로는 관객이 되어 귀를 때리는 함성 속의 무아지경에 빠져들기도 했다고 한다.

작가는 겹겹이 쌓아온 과거와 현재의 고통이 자기 방어적인 콤플렉스가 주된 원인이 되어 정체성에 혼란을 가져오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비다.

이번 전시에 유난히 많이 등장하는 빨간 수련은 뜨거운 심장이며 아픔의 상징이다. 이것을 치료해주고 위로 해주는 것은 줄기차게 내리는 비다.

작가는 '비 시리즈' 작업을 하면서 많은 느낌의 비를 만났다. 환희에 샴페인을 터트리는 듯 기분 좋은 비, 마음을 차분하게 위로해주는 다정다감한 비, 모든 아픔과 상처를 흔적 없이 씻겨주듯 퍼붓는 소나기와 그 떨림에 넋을 빼앗기기도 했다. 그리고 태풍이 몰고 온 엄청난 폭풍우에 자신의 몸을 한껏 낮추어 순응하는 자연의 겸손한 지혜를 덤으로 배웠다.

사실 비는 흔하게, 자주, 누구에게나 찾아 온다. 하지만 비를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제각각이다. 이번 사진전은 비로 현현한 자연의 울림을 선명하게 전한다. 작가의 '떨림'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전시는 7월 23일까지 계속된다. 02)725-2930



박종진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