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년된 세계 최초의 강철 현수교미국 성공시대 보여주는 상징이자값비싼 맨해튼 방세 피해 찾아온아티스트들의 아지트 잇는 관문

다리 건너편으로 맨해튼이 보인다.
뉴욕 브루클린 브리지에 담긴 의미는 역설적이다. 브루클린 브리지는 미국의 성공시대를 보여주는 위압적인 상징이자, 아티스트들의 새로운 아지트인 브루클린을 잇는 관문이다. 1883년 완공된 이후 130년 동안 이스트 강 위를 가로지르며 지난한 뉴욕의 역사를 지켜봐 왔다.

뉴요커들의 삶이 담긴 브루클린 브리지는 세계 최초의 강철 현수교다. 높이 87m의 주탑에서 촘촘히 늘어 뜨린 수백개의 쇠줄은 대각선 형태의 독특한 라인을 만들며 예술미를 더한다.

다리는 보행자길과 일반 차량이 다니는 도로가 확연히 구분돼 있다. 브루클린에서 맨해튼으로 출퇴근 하는 사람들은 자전거를 이용해 느린 템포로 브루클린 브리지를 건너기도 한다. 차로보다 높게 솟은 보행자로에서는 아무 방해 없이 이스트강과 맨해튼 동쪽의 스카이라인이 교차되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성조기를 매단 대형 요트가 오가고, 고층건물을 배경으로 카약을 즐기는 뉴욕의 낯선 단면들이 다리 위에 채색된다. 도시인의 일상과 이방인들의 호기심이 뒤엉킨 다리는 지난한 추억과 사연들을 담아내고 있다

영화에 단골로 등장한 다리

다리는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기도 했다 1983년에는 '브루클린 브리지'라는 제목의 영화도 상영됐다. 그 당시만 해도 브루클린은 뉴욕의 빈촌이었는데 영화는 브루클린에서 간이식당을 하는 유대인 노총각의 맨해탄에 대한 동경을 그려내고 있다. 맥라이언과 휴잭먼이 주연한 '케이트와 레오폴드′에서는 브루클린 브리지가 일종의 타임머신 역할로 등장한다. 영화는 다리 난간에 올라 강가로 뛰어내리면 세월을 거스르게 된다는 얘기를 담고 있다. 브루클린 브리지의 철줄들은 영화 '고질라'에서 고질라를 잡기 위한 대형 그물로 나오기도 했다.

뉴욕의 상징인 자유의 여신상
브루클린 브리지의 가치는 브루클린 일대의 변신과 함께 더욱 이채롭게 다가선다. 미국 유명인중 7명 중 한명은 이곳 출신이라 할 정도로 최근 브루클린은 유명 연예인, 아티스트들을 배출해 내고 있다. 브루클린에 들어서며 혹 영화 '브루클린의 마지막 비상구'의 공장지대를 연상했다면 이런 상상 밖의 변화에 의아해 할 수도 있다. 20여년 전만해도 공장지대 등으로 투박했던 공간에 맨해튼의 값비싼 방세를 견디지 못하던 돈 없는 젊은 아티스트들이 몰려 들면서 거리는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맨해튼의 소호에서 벗어난 예술가들이 처음 브루클린 지역에 정착한 곳이 '덤보'인데, 팝아티스트인 앤디워홀의 맨해튼 파티가 없어진 뒤, 예술가와 늘씬한 모델들은 이곳 덤보의 작업실에 모여 다리건너 맨해튼의 야경을 감상하며 밤을 보내기도 했다. 아직도 남아 있는 돌길과 철로들은 이곳이 옛 브루쿨린의 을씨년한 공간이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뉴욕의 젊은 아티스트들을 품다

덤보 인근의 윌리엄스버그 역시 클럽과 바들이 몰려 있는 맨해튼 로우어 이스트와는 지척거리로 자전거를 타고 다리를 건너도 되고, 맨해튼에서 메트로 L트레인을 타도 단 한 정거장이다. 젊은 아티스트들은 브루클린의 값싼 숙소에서 예술 활동을 하면서 마음 내키면 다리 건너 맨해튼을 제 집처럼 드나들며 진품 뉴요커 행세를 하고 있다.

브루클린 브리지에 얽힌 뒷얘기는 사실 화려한 변신과는 달리 구구절절하다. 최초의 강철 현수교를 건립하는 데는 그만큼의 희생도 따랐다. 20여명의 인부가 공사도중 사망했으며 설계자인 존 뢰블링도 서쪽 타워를 세울 자리를 살피러 갔다가 발을 다쳐 파상풍으로 죽었다. 그의 아들 역시 기초공사를 하다 잠수병으로 시력과 청력을 잃었으며 아들의 부인이 바통을 이어 공사를 마무리 짓게 된다. 부인인 에밀리는 미국 최초의 여성 건축기사로 이름을 남겼고 이들 세가족을 기리는 기념비도 브루클린 브리지 주탑 인근에 마련돼 있다.

예술가의 거리인 브룩클린 윌리엄스버그
다리의 규모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은 브루클린 방향 선착장 인근이다. 명성 높은 아이스크림 가게도 들어서 있고 벤치도 마련돼 있어 여행자들이 늘 붐비는 곳이다. 유람선을 타고 이스트강에 나서면 지난한 다리의 세월 속에 숨겨진 속살을 그윽하게 음미할 수도 있다.

여행팁

▲ 가는길=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이 뉴욕까지 직항편을 운행한다. 약 13시간 소요. 뉴욕 시내 구경은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면 된다. 7일 동안 버스, 지하철을 무제한 탈 수 있는 메트로카드를 구입하면 편리하게 이동 할 수 있다.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는 뉴욕 맨해튼에서 메트로 L선을 타고 베드포드역에서 하차하면 된다. 덤보는 메트로 A선을 타고 하이스트릿역에서 내린다.

▲ 레스토랑=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 일대에 맛집과 브런치 카페들이 몰려 있다. 윌리엄스버그 '베이글 스토어'는 뉴요커들이 일부러 찾는다는 빵집으로 갓 구운 빵을 내어 놓는다. 덤보에서는 뉴욕 최고의 스테이크 레스토랑으로 알려진 피터 루거'Peter luger'도 방문해 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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