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3대 추리소설 작가들은 모두 '필명'을 썼다?'Y의 비극' 엘러리퀸은 사촌 형제의 공동 필명'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작가 애거서 크리스티, 필명으로 로맨스 쓰기

애거서 크리스티
무더운 여름철을 맞아 '독서 삼매'에 빠지기 좋은 추리소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해리포터' 시리즈로 유명한 조앤 K 롤링이 추리소설 작가로 변신해 화제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4월 영국에서 로버트 갤브레이스라는 남자가 쓴 '더 쿠쿠스 콜링'이라는 추리소설이 발매됐다. 이 소설은 참전용사에서 사설탐정으로 변신한 코모란 스트라이크라는 남자가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을 그렸다.

그저 그런 추리소설로 여겨졌던 이 소설은 최근 로버트 갤브레이스가 롤링의 필명으로 밝혀지면서 단숨에 베스트셀러로 떠올랐다. BBC는 '더 쿠쿠스 콜링'이 롤링의 작품이라는 게 알려지면서 인터넷서점 아마존에서 판매 리스트 톱으로 치솟았다고 보도했다.

롤링이 아니더라도 추리소설 작가 중에는 필명으로 자신의 존재를 감추는 경우가 적지 않다. 추리소설 작가들이 필명을 선호하는 까닭은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필명이 주는 자유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세계 3대 추리소설로 꼽히는 작품을 쓴 작가들은 모두 필명을 사용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필명을 사용한 추리소설 작가 중에서 가장 유명한 이는 미국의 작가 엘러리 퀸이다. 사촌 사이인 프레데릭 데니와 제임스 야페가 공동 필명으로 사용한 엘러리 퀸은 동명의 주인공을 내세운 '로마 모자의 비밀'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후 '이집트 십자가의 비밀' '샴 쌍둥이의 비밀' 등 이른바 비밀 시리즈로 전 세계 추리소설 애호가들을 열광시켰다.

이들은 버나비 로스라는 또 다른 필명으로 귀머거리 탐정 드루리 레인을 탄생시켰다. 드루리 레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은 'X의 비극' 'Y의 비극' 'Z의 비극' 그리고 '드루리 레인 최후의 사건'이 있는데 'Y의 비극'은 세계 3대 추리소설로 손꼽힌다. 이들은 공동 필명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기 전까지 각종 행사에서 한 명은 엘러리 퀸, 다른 한 명은 버나비 로스로 등장하는 등 장난기 어린 행동으로 화제를 모았다.

또 다른 세계 3대 추리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작가 도 '메리 웨스트메컷'이라는 필명으로 연애소설을 발표하기도 했다. 엘큘 포와로, 제인 마플 등 뛰어난 탐정을 창조해낸 크리스티가 연애소설을 썼다는 점이 흥미롭다.

마지막 세계 3대 추리소설로 꼽히는 '환상의 여인'을 쓴 코넬 울리치는 '윌리엄 아이리시'라는 필명으로 이 작품을 발표했다. 그는 조지 호플리라는 필명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는 생전에 200편이 넘는 단편을 썼는데 이 가운데 '이창'은 히치콕에 의해 영화화돼 유명해졌다. '환상의 여인'은 기가 막힌 도입부와 숨가쁜 진행으로 한번 잡으면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까지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을 정도다.



박진우기자 jw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