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기암과 크고 작은 폭포6㎞에 걸쳐 절경인 경북 4대 계곡예부터 수많은 시인 묵객 즐겨 찾아맑은 물에 발 담그면 무더위가 '싹'

맑은 물이 흐르는 치산계곡
서기 927년 가을, 후백제 견훤은 신라를 공격해 문경과 영천을 빼앗은 뒤 경주로 쳐들어갔다. 이에 신라의 경애왕이 고려 태조 왕건에게 구원을 청하자, 태조는 몸소 군사를 이끌고 출전했다. 그러나 태조의 원군이 이르기도 전에 후백제군은 경주를 함락했다.

태조는 5,000여 병력을 이끌고 대구 근교의 공산(公山)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경주에서 철수하여 귀환하는 후백제군과 전투를 벌였다. 이때 태조는 후백제군에게 포위되어 위험에 빠졌다. 그러자 신숭겸 장군이 "제가 대왕과 외모가 비슷하오니 제가 대왕으로 변장하면 대왕께서는 무사히 탈출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말하며 왕건의 옷을 대신 입고, 태조 행세를 하며 군대를 통솔했다.

왕건이 일반 군졸로 변장해 포위망을 뚫고 탈출한 이후 신숭겸은 장렬히 전사했다. 이 공산전투에서 신숭겸, 김락 등 여덟 장수가 전사하자 이를 애통히 여긴 태조는 훗날 공산을 팔공산(八公山)이라고 고쳐 불렀다.

팔공산은 대구광역시와 영천시, 군위군, 칠곡군에 걸쳐 있는 명산으로 해발고도 1,193미터의 비로봉을 비롯하여 웅장한 봉우리들이 연이어 솟구쳐 장엄하면서도 아름다운 산세를 이루고 있다. 또한 산자락에 명소와 유적지들이 즐비하여 1980년 5월 경상북도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노사나불 괘불 간직한 신라 고찰 수도사

새로 세운 다리 아래로 징검다리가 놓여 있다.
팔공산은 덩치가 우람한 만큼 깊은 계곡도 많이 거느리고 있다. 치산계곡, 수태골, 폭포골, 동산계곡, 금화계곡, 기성계곡 등이 팔공산이 품은 대표적인 계곡인데 그 가운데서도 치산계곡의 풍광이 가장 빼어나다. 치산계곡은 봉화 고선계곡, 영양 수하계곡, 영덕 옥계계곡과 더불어 경상북도의 4대 계곡으로 꼽히기도 한다.

신령재에서 발원해 팔공산 북쪽 자락을 적시며 장장 6㎞에 걸쳐 이어지는 치산계곡은 다양한 형상의 기암괴석과 거대한 암반, 너럭바위, 크고 작은 폭포수와 깊은 웅덩이, 유리알처럼 맑고 깨끗한 계류, 울창한 원시림이 손잡고 절경을 펼친다. 웅장하면서도 아기자기하고 섬세한 멋도 아울러 풍기는 아름다운 골짜기로 탁족을 즐기면서 무더위를 씻어 내리기에 손색이 없다.

치산계곡 하류에는 647년(신라 진덕여왕 1) 자장율사가 창건한 수도사가 앉아 있다. 창건 당시에는 금당사라고 불리던 이 사찰은 그 후 여러 차례의 중창을 거쳐 오늘에 이른다. 현존하는 당우로는 원통전과 삼성각, 산령각, 해회루, 승방 등이 있다.

수도사는 1997년 8월 8일 보물 제1271호로 지정된 노사나불 괘불을 간직하고 있다. 괘불이란 큰 법회나 의식을 진행할 때 법당 앞뜰에 걸어놓고 예배를 드리기 위해 만든 대형 불교그림을 말한다. 1704년(숙종 30)에 조성한 이 괘불은 삼베 바탕에 붉은색과 녹색 위주로 채색되었으며 길이 9.6미터, 너비 4.82미터에 이른다.

퇴계 이황도 사랑했던 선경인 공산폭포

팔공산 으뜸의 폭포수인 공산폭포
수도사에서 15분쯤 오르면 계곡을 가로지른 다리와 만난다. 예전에는 징검다리로 건너야 했지만 이제는 튼튼한 다리가 놓였다. 그러나 아직도 재미삼아 징검다리를 건너는 이들이 종종 있다. 다리 아래 웅덩이에서는 피서객들이 수영을 하며 더위를 씻고 있다.

다리를 건너 5분쯤 더 가면 공산폭포 입구에 이르고, 오른쪽으로 드리운 그윽한 숲길을 5분 남짓 헤치면 웅장한 물줄기가 눈에 들어온다. 거대한 암반을 타고 3단으로 쏟아져 내리는 공산폭포는 길이 60미터, 높이 30미터에 이르며 팔공산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수량이 풍부한 폭포수다.

예로부터 많은 선비들과 시인묵객들도 이 절경을 감상하기 위해 공산폭포를 즐겨 찾았다. 퇴계 이황은 제자였던 신녕현감 황준량과 함께 이곳을 찾아 '새로 솟는 폭포가 빼어나 천길 성난 우레 같구나. 평상에 기대어 구경하는 곳에 아지랑이 푸르름은 몇 겹이런고'라고 읊기도 했다.

치산계곡 으뜸의 선경인 공산폭포는 여러 이름을 갖고 있다. 영천시민들은 지명을 따서 치산폭포라고 부르며, 대구 쪽에서는 팔공산에서 가장 큰 폭포라고 해서 팔공폭포라고 일컫는다. 그런가 하면 불자들은 사찰 이름을 붙여 수도폭포라고 말한다.

치산계곡 입구인 치산리 마을에도 둘러볼 만한 곳이 있다. 버스 정류장 옆의 치산리 느티나무는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민들의 쉼터로 사랑받는다. 1982년 9월 20일 영천수 보호수로 지정된 이 느티나무는 지정 당시 수령이 250년으로 추정되었다.

치산계곡에는 작은 폭포들이 줄을 잇는다.
귀천서원(龜川書院)은 임진왜란 때 의병을 모아 경북 일원에서 맹활약한 권응수(1546~1608) 장군을 배향하는 서원으로 1650년(효종 1) 창건했으며 이후 권응수의 사촌동생인 권응심과 김응택 장군도 함께 배향했다.

▲ 찾아가는 길

청통와촌 나들목에서 익산포항(20번)고속도로를 벗어난 뒤에 금송로-신녕 3거리-치산효령로-치산관광길을 거친다. 또는 영천 나들목에서 경부고속도로를 벗어난 다음, 영천-신녕을 거친다.

대중교통은 전국 각지에서 경부선 열차나 버스를 이용해 영천으로 온 뒤에 치산 방면 시내버스로 갈아탄다.

▲ 맛있는 집

신라 고찰 수도사의 원통전과 삼성각
영천시청 앞 음식골목에 있는 새성주식당(054-333-4878)은 닭개장으로 유명하다. 토종닭을 삶아 살을 발라내 양념하고, 닭뼈와 부산물들을 삶은 육수에 조선장과 고추마늘 양념을 풀고 대파와 토란줄기, 고사리 등을 넣어 끓인 다음, 손님상에 낼 때 양념한 닭고기를 넣고 다시 끓여 뚝배기에 담아낸다. 닭고기와 대파, 토란줄기, 고사리가 모두 씹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부드럽게 넘어가며 얼얼하면서도 시원한 국물 맛도 일품이다.


영천시 보호수인 치산리 느티나무
권응수 장군을 배향하는 귀천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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