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보경 '달려라병원' 원장정형외과 질환 회복은 몸 운동성·안정성 찾는것불필요한 수술·CT 등 과잉진료 없는 착한병원들어올때 진료 받을때 나갈때 3번 감동 주는 병원 목표

"우리가 환자를 달리게 해주겠습니다."

지난달 26일 달려라병원에서 만난 손보경 원장의 일성이다. 손 원장의 말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달려라병원이라는 이름은 듣는 사람의 귀를 대번에 잡아끈다. 정형외과 전문병원들에 독특한 이름이 많다지만 달려라병원은 그 중에서도 눈에 띈다. '힘찬', '굳센', '활기찬' 등 요 몇 년간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정형외과 전문병원들이 형용사 이름을 유행처럼 들고 나온 상황에서 '달려라'라는 동사를 이름으로 채택한 것도 이색적이다.

손 원장에 따르면 '달려라'라는 병원명이 나오기까지 적잖은 노력이 있었다고 한다. 병원을 차리기로 결심한 세 명의 원장이 건강을 최상의 개념으로 놓고 역동성을 포함하는 이름이 뭐가 있을까 하며 오랫동안 고민한 끝에 나온 이름이 바로 '달려라'라는 것이다.

손 원장은 "정형외과 질환의 회복은 몸의 안정성과 운동성 모두를 되찾는 것"이라며 "조심조심 지내면서 근근이 안 아프게 사는 게 아니라 완전히 낫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어 손 원장은 "달린다는 것은 예전의 건강을 되찾았다는 것이고 일단 달리기만 하면 '이제 안 아프세요'라는 질문이 굳이 필요가 없어진다"며 "우리가 환자를 달리게 해주자라는 마음으로 '달려라'라는 이름을 정했다"고 밝혔다.

손보경 원장을 비롯해 박재범 원장과 이성우 원장이 운영하고 있는 달려라병원은 '착한 병원'을 지향한다. 치열한 생존경쟁에 접어든 정형외과 전문병원들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환자들에게 불필요한 수술이나 CT(컴퓨터단층촬영)ㆍMRI(자기공명영상촬영) 등을 권하는 경우가 많은데 달려라병원 만큼은 그러한 병원으로 만들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시작한 것이다.

'달려라병원' 손보경 원장이 환자와 상담하고 있다.
손 원장은 "요즘에는 환자들이 무릎이나 허리가 아파서 병원에 가면 큰 병원에서는 일단 MRI부터 찍자고 하고 작은 병원에서는 주사부터 맞으라 한다"며 "과잉진료에 실망감을 느낀 환자들은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의료쇼핑'을 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병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아진다"고 지적했다.

또한, 손 원장은 "달려라병원은 꼭 필요한 사람에게만 권하는 병원으로 만들기 위해 시작했다"며 "무분별한 과잉진료를 안 하는 착한 병원으로 입소문을 타면 자연스레 환자들이 모이게 되고 그러다보면 수익은 나게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손 원장은 "다른 병원에서 부담을 느낀 환자들이 달려라병원에 와서는 다른 것을 느껴야 한다"며 "그렇게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에 주변에 정형외과 전문병원이 성행하고 있음에도 전혀 겁나지 않는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착한 병원이 되기 위해 지역주민과 상생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손 원장에 따르면 달려라병원은 성내종합사회복지관에서 무료로 건강강좌를 하고 있다. 그것도 다른 병원처럼 이벤트성이 아니라 병원장들이 돌아가며 정기적으로 강좌를 하고 있고 참여하는 지역주민들에게는 쌀을 드리는 등 외부공헌활동에 열심이다.

손 원장은 "의료법상으로 무료 진료는 불가능하지만 복지관의 서포트를 통해 최저가로 지역 내의 소외계층에게 최저가로 수술을 제공할 예정"이라며 "지역을 살리는 병원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

또한, 손보경 원장은 달려라병원을 '따뜻한 병원'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환자와 직원 모두에게 따뜻하게 다가갈 수 있는 병원을 만드는 것이 손 원장의 바람이다.

실제로 달려라병원의 분위기는 차갑고 무서운 기존 병원과는 사뭇 다르다.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커피매장에서 풍겨 나오는 빵 굽는 냄새와 커피향이 자연스레 병원 1층 내에 자리잡아 한결 부드러운 분위기를 자아냈고 내부의 인테리어도 환자들로 하여금 따뜻함을 느끼게 해준다.

손 원장이 원하는 따뜻함은 단순히 병원 건물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만이 아니다. 달려라병원을 찾은 환자들도 따뜻한 분위기에 기분 좋은 느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달려라병원에서 제공하는 무료 발렛파킹 서비스도 이를 위해서다.

손 원장은 "달려라병원의 로고에 느낌표가 세 개 자리잡고 있는 것은 단순히 병원장이 세 명이기 때문이 아니라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세 번 따뜻함을 느끼게 하고 싶어서"라며 "들어올 때, 진료받을 때, 나갈 때 등 세 번의 감동을 주는 병원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따뜻한 병원을 만들기 위해 손 원장은 직원들의 처우에도 무척이나 신경 쓰는 모양새다. 손 병원장은 "달려라병원에서는 직원을 '파트너'라고 부르는데 그 의미는 작지 않다"며 "따뜻한 분위기 하에서 파트너들도 힘을 얻고 구글처럼 '나가고 싶지 않은 직장'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가 누구냐는 질문에 손보경 원장은 별다른 고민 없이 '무릎 수술을 받으신 85세의 할머니'를 꼽았다.

7월 26일 서울 강동구 길동의 '달려라병원' 이성우(왼쪽부터), 박재범, 손보경 원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지곤기자
손 원장에 따르면 할머니는 무릎이 아파 동네의 작은 병원들부터 전문병원과 대학병원까지 여러 병원을 돌아다녔지만 "이 나이에 무슨 수술"이냐는 말을 듣고 번번이 돌아서야만 했다. 너무 연세가 많아 병원 측으로서도 수술에 따른 부담이 적지 않은 까닭이다.

마지막으로 달려라병원에 찾아와 "무릎만 아프지 않으면 좀 더 재미있게 살고 싶은 마음이 남아있다"고 하소연하는 할머니에게 손 원장은 "인공관절 수술을 통해 아프지 않게 걷는 것은 물론, 양반다리까지 할 수 있게 해드리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약속은 지켜져 할머니는 지금까지 건강히 잘 지내고 있다. 무분별한 수술을 남발하진 않지만 필요한 환자에게 적절한 수술을 통해 제2의 삶을 찾아준 셈이다.

손 원장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50%일 뿐, 나머지는 환자의 몫"이라며 겸손해하지만 실제로 제2의 삶을 되찾은 환자들은 달려라병원과의 만남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