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2급 순채 등 수많은 동식물 공존 람사르 습지인근엔 함덕서우봉해변·만장굴 해수욕·동굴 피서도 함께 즐겨
습지의 중요성을 차츰 인식하게 된 세계 주요 국가들은 1971년 카스피 해 연안에 있는 이란의 작은 휴양도시인 람사르에서 물새와 습지 보호를 위한 국제 협약인 '람사르 협약'을 체결했다. 람사르 협회가 지정, 등록한 람사르 습지는 람사르 협약에 의해 보호를 받는다. 독특한 생물 지리학적 특징을 갖고 있거나, 희귀동식물종 또는 물새 서식지로서의 중요성을 가진 습지로 인정받아야만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다.
우리나라는 뒤늦게 1997년 람사르 협약에 가입했으며 1997년 3월 28일 대암산 용늪이 국내 최초로 람사르 습지로 지정 등록되었다. 이후 우포늪, 무제치늪, 무안갯벌, 보성갯벌, 운곡습지, 증도갯벌 등 18곳이 람사르 습지로 지정되었다.
제주의 동백동산습지는 2011년 3월 14일 국내에서 15번째로 람사르 습지로 등록되었으며 지정 면적은 0.59㎢에 달한다. 동백동산습지는 선흘곶자왈 지역에 펼쳐져 있다. 곶자왈이란 지하수가 풍부하고 보온보습 효과가 뛰어나 열대 북방한계 식물과 한대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제주도의 독특한 숲이나 지형을 일컬으며 대체로 나무, 덩굴식물, 암석 등이 뒤섞여 있다.
순채로 뒤덮인 먼물깍이 장관 이뤄
동백동산습지를 모두 둘러보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지만 일반인들에게는 1시간 남짓한 탐방로를 산책하는 것만 허용된다. 아쉽지만 생태환경보호를 위해서이니만큼 감수해야 하리라. 아담하고 앙증맞은 시골학교인 함덕초등학교 선흘분교장을 지나 오륙 분쯤 가면 제주 특유의 대문인 정낭과 정주석이 놓여 있는 동백동산습지 입구에 다다른다.
탐방로 주변에는 양치식물이 유난히 많이 자란다. 가는쇠고사리가 주종을 이루는 가운데 더부살이고사리, 쇠고사리, 골고사리, 참일엽, 물부추, 석위, 제주고사리삼 등 30여 종의 양치식물이 동백동산을 뒤덮고 있다. 입구에서 25분쯤 걸으면 선흘분교장 학교림을 지나 먼물깍에 이른다.
동백동산습지에는 크고 작은 못이 많다. 선흘리 거문오름에서 분출한 용암이 흘러내리다가 식으면서 크고 작은 바윗덩어리로 쪼개져 요철(凹凸) 지형을 이룬 다음, 그 위에 물이 고인 것이다. 동백동산의 여러 못들 가운데 가장 넓은 곳이 먼물깍이다. 암반지대 위에 넓이 약 500㎡, 평균 수심 1~2미터의 연못이 드리워 있다. 선흘곶자왈 안에서 흘러내린 물이 지대가 낮은 이곳으로 모여 웅덩이를 이룬 것이다.
해수욕과 동굴 피서도 함께 즐긴다
멸종위기종 2급인 순채들이 먼물깍의 수면을 뒤덮고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리연꽃이 먼물깍을 가득 메웠으나 이제는 그 자리를 순채가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순채는 <시경>에도 나오는 고급 채소로 어린 순을 데쳐 초장에 무친 순채회, 오미자를 끓인 물에 꿀과 순채를 넣은 순채차를 비롯하여 순채탕, 순채죽, 순채화채 등의 식용으로 사랑받아 왔으나 이제는 보기 힘들어진 수생식물이다. 자연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앞으로 이곳의 순채가 어떤 종에게 자리를 넘겨줄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동백동산습지를 답사하고 나서 인근의 함덕서우봉해변, 김녕성세기해변, 만장굴 등을 둘러보면 한결 알찬 여름휴가가 되리라.
함덕해수욕장의 새 이름인 함덕서우봉해변은 맑고 투명한 코발트빛 바다와 야트막한 봉우리인 서우봉이 어우러져 이색적인 풍치를 자아낸다. 바닷물 속에 수심이 얕은 모래밭이 500미터 남짓 펼쳐지고 파도가 잔잔해 안전하게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데다 숙식시설을 잘 갖추고 있어 가족 동반 피서객들의 사랑을 받는다.
김녕성세기해변(옛 이름 김녕해수욕장) 역시 함덕서우봉해변과 비슷한 코발트빛 바다가 펼쳐지지만 규모는 아담하다. 모래밭이 부드럽고 경사가 완만해 일가족 피서지로 알맞으며 갯바위에서 바다낚시도 즐길 수 있다. 동쪽 해변으로는 풍력발전기들이 돌아가고 있어 색다른 정취를 느낄 수 있다.
▲ 찾아가는 길
제주시에서 동회선 일주도로를 따라가다가 함덕에서 우회전하면 동백동산 입구인 선흘리에 닿는다.
대중교통은 동회선 버스를 타고 함덕에서 내려 선흘리 방면 버스로 갈아탄다.
▲ 맛있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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