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세 깊고 아름다운 곡성의 소금강 6계곡 중 가장 빼어난 경관 자랑바위 휘감고 흐르는 맑은 물 독특한 석당폭포와 울창한 숲 조화롭게 어우러져 절경 뽐내
동악산은 그다지 높거나 크지는 않지만 산세가 깊고 아름다워 곡성의 소금강으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동악산에는 원계동, 고반동, 청류동, 서계동, 삼인동, 청계동 등 6개의 수려한 골짜기가 부챗살처럼 펼쳐져 있는데 그 가운데 가장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곳은 청계동이다.
동악산 북쪽 기슭을 적시며 굽이치다가 섬진강으로 흘러드는 청계동계곡은 접근로가 험한 비포장 길이어서 교통의 오지로 꼽혔으며 이 덕분에 때 묻지 않은 경관을 감추어 왔다. 그러다가 1998년, 계곡 입구에 이르는 강변도로가 말끔히 포장됨에 따라 알음알음으로 알려지기 시작하여 이제는 곡성의 새로운 피서지로 자리 잡았다.
충장공 양대박 장군의 숨결이 어린 곳
청계동은 충장공 양대박(梁大撲, 1544~1592) 장군의 숨결이 깃든 곳이어서 그의 호 청계(靑溪)에서 이름을 따왔다. 양대박 장군은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사재를 털어 의병을 모았으며 이곳 청계동에서 총과 칼, 투구, 갑옷 등을 만들었다. 또한 노적봉을 쌓고 백회 수백 포를 섬진강에 풀어 곡성 지역에 대군이 주둔한 것처럼 위장 전술을 펴기도 했다. 임진년 6월 25일(음력) 의병으로서는 호남에서의 첫 전투인 임실 운암전투에서 왜군 1,200여 명을 섬멸한 그는 과로로 인해 진중에서 병사했다.
사수암골이라고도 일컬어지는 사수곡 10리 계곡은 동악산의 정수를 모아놓은 듯한 풍치가 절경이다. 섬진강과 만나는 하류 쪽은 별다른 특징이 없어 평범해 보이지만 상류로 거슬러 오를수록 계곡미가 두드러진다. 큼지막한 바위들을 휘감고 도는 맑은 물과 울창한 숲이 곡성의 소금강임을 실감케 한다. 그러다가 15분쯤 오르면 멋들어진 폭포수가 손짓한다. 청계동 으뜸의 절경인 석당폭포다.
개성미 돋보이는 독특한 자태의 석당폭포
사수암폭포 또는 사세암폭포라고도 불리는 석당폭포는 그다지 높지는 않지만 독특한 자태가 눈길을 끈다. 드넓은 암반을 타고 미끄러지던 계류가 계곡에 박힌 거대한 바윗돌을 만나 폭포를 이루었다. 아쉬운 점은 완전한 직폭이 아니라 와폭에 가깝고 길이도 10미터쯤에 불과하다는 것. 그러나 그 아쉬움을 상쇄할 만한 개성미를 갖추고 있다.
우선, 높이보다 너비가 넓은 웅장한 암벽이 갈라져 결을 이룬 모습이 특이하며, 오른쪽 위에는 바둑판처럼 평평한 암반이 절반쯤 허공에 매달린 채 돌출되어 있어서 폭포를 굽어보며 쉬기에 그만이다. 석당폭포 뒤쪽으로 우뚝 솟아 있는 기암괴봉인 정철봉의 의연한 자태도 주변 경관과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석당폭포 상류로도 이름 없는 폭포가 있고 심산유곡이 계속 이어진다. 등산에 뜻이 있다면 동악산에 오르는 것도 좋다. 청계동에서 동악산 정상까지는 약 4㎞의 거리로 2시간 남짓 걸린다. 굳이 원점 회귀하지 않아도 될 경우에는 동악산 정상에서 약 3㎞ 거리인 도림사 쪽으로 내려가는 것도 좋다.
660년 원효대사가 창건한 이후 876년(신라 헌강왕 2년) 도선국사가 고쳐 세웠을 때 도인들이 숲처럼 모여들었다고 해서 도림사(道林寺)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9곡을 이루고 있는 도림사 일원의 월봉계곡(청류동)도 청계동에 버금갈 만큼 경치가 수려하다.
▲ 찾아가는 길
순천완주(27번)고속도로-서남원 나들목-용투산로-노송로-귀석사거리-요천로-장선교차로-청계동로를 거친다.
▲ 맛있는 집
곡성군청 근처의 백화회관식당(061-363-2176)은 3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향토음식점으로 연륜만큼 정성과 기품이 우러나는 상차림이 돋보인다. 이 집의 대표 음식은 한정식과 닭능이버섯탕이다. 한정식은 수십 가지 정갈한 반찬이 상다리가 휘도록 올라오는 진수성찬으로 4인 이상 예약해야 맛볼 수 있으며, 닭곰탕에 능이버섯을 넣은 닭능이버섯탕은 담백하고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섬진강과 보성강이 합류하는 압록 두물머리 일원에서는 참게탕이 유명한 별미다. 예로부터 임금께 바치던 진상품이었다는 참게를 이용, 재래식 비법 그대로 투박한 뚝배기에 얼큰하면서 구수한 탕을 끓여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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