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5년에 만든 이스탄불 최초의 다리 '타블라' 즐기는 여인^'물담배' 피는 노인들다리 아래엔 유람선이 다리 위엔 낚시꾼들이… 골드혼과 모스크가 만들어 내는 천만불짜리 경치
골드혼(금각만) 위에 놓여진 갈라타 다리는 '소통'의 의미가 짙다. 오래된 도시의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잇는 상징적인 다리다. 1845년 오스만제국때 만들어졌던 이스탄불 최초의 다리는 도시의 과거와 현재를 가르며 이채로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다리 자체의 지난한 과거는 현실에서의 삶의 단상으로 단아하게 채색된다.
다리 위로 뻗은 도로에는 이스탄불의 명물인 트램이 오간다. 유람선이 다니는 다리 밑으로는 운치 있는 카페들이 부교 위에 촘촘히 늘어서 있다. 터키식 장기인 '타블라'를 즐기는 여인과 나르길라(물담배)를 피는 노인들의 모습이 다리 밑 정취라면 다리 위는 한가롭게 낚시를 즐기는 낚시꾼들의 세상이다. 잡힌 생선들은 즉석에서 식당 테이블에 오르기도 하고, 퇴근길 직장인들이 직접 구입해가기도 한다.
왕과 서민의 흔적이 서린 다리
다리 옆 정박한 배에서 '발르크 에크맥'(고등어 생선 빵)이라는 샌드위치를 파는 것도 진풍경이다. 작은 바게트 빵 사이에 구운 고등어 한 마리와 양파, 양배추 등을 끼워 넣고 레몬 소스를 뿌린 간단한 빵을 먹기 위해 사람들은 줄을 서서 기다린다. 그리고, 갈라타 다리, 골드혼, 모스크가 만들어내는 천만불짜리 경치를 음미하며 하루의 피로를 달랜다.
1912년에 독일 회사가 놓은 두 번째 다리는 2층 구조로 오랜동안 아름다움을 뽐냈다. 낡은데다 1992년 화재까지 겹쳐 안타깝게도 소실됐으며 현재의 다리는 터키 건축회사에서 1994년에 완공한 것이다. 현 갈라타 다리의 총 길이는 490m이고, 폭은 42m에 이른다. 후손의 손길이 번잡하게 닿았어도 주변 풍광과 어우러진 다리의 자태는 여전히 품격 높다.
가까이 다가서 느꼈던 삶의 풍경은 멀리서 조망하면 더욱 아름답게 투영된다. 에서, 구시가지 이집트 바자르(시장)의 함디 레스토랑에서 바라본 다리 주변의 정경은 모두 멈춰 있다. 골드혼을 사이에 두고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분주히 오가는 통근용 유람선과 예니 자미(뉴 모스크)앞 광장으로 쏟아져 내린 사람들의 움직임을 배경으로 갈라타 다리는 수천 년 세월의 구식 슬라이드를 담아낸다.
도시와 현재와 과거를 엿보다
갈라타 다리 신시가지 방면은 카라쾨이 부두와 맞닿아 있다. 천만인구의 도시에서 러시아워를 피해 배를 타고 골드혼을 건너려는 통근자들 뒤로 한적한 아침 어시장이 열린다. 신문을 보며 달짝지근한 차 한잔을 마시는 시장 사람들의 얼굴은 행복감에 젖어 있다. 갈라타 다리에서 레스토랑으로 변한 고깔모양의 를 바라보며 신시가지쪽으로 향하면 서울의 명동과 같은 분주한 이스티크랄 거리로 이어진다. 검은 색 차도르를 걸친 여인들 대신 찢어진 청바지에 민소매 차림의 젊은 신세대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갈라타 다리를 품은 골드혼의 바다는 보스포러스 해협으로 연결된다. 흑해와 에게해 사이, 유럽과 아시아를 가로지른 해협은 역사와 절경과 애환을 담고 있다. 해협 북쪽 사뤼에르에서 에미뇌뉘까지 이르는 동안 바다색은 검은색에서 푸르게 변한다.
저녁이면 이스탄불 사람들은 갈라타 다리 밑 부표 위에 떠 있는 레스토랑에서 와인한잔에 저녁식사를 즐긴다. '007' 영화의 배경이 되기도 했던 인근 등대섬을 배경으로 모스크 너머 해가 지고, 유람선이 오가는 사이로 뱃사공이 낚시대를 기울인다. 모두들 갈라타 다리 주변에서 전해지는 살가운 단상들이다.
여행메모
▲ 가는길=인천~이스탄불 구간을 터키항공 등 직항편이 매일 운항중이다. 인천에서 이스탄불까지는 11시간 소요. 시차는 7시간. 별도의 입국비자는 필요 없다.
▲ 기타정보=터키 화폐단위는 예니터키리라(YTL)로 달러, 유로가 있으면 현지 호텔에서 환전이 가능하다. 한국과는 같은 220V 플러그를 사용한다. 이스탄불의 기온은 같은 계절의 한국보다 따뜻한 편이다. 터키관광청(www.goturkey.com)을 통해 자세한 현지정보를 얻을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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