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농축산단체 성명서 '봇물' 불법도박 최대 96조

사감위의 지나친 규제가 경마 등 합법적인 사행 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경마공원을 찾은 중국 관광객들이 관람동에서 경마를 즐기고 있다. 한국마사회 제공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가 만들고 있는 '제2차 사행산업 건전발전 종합계획'에 대해 과도한 규제를 성토하는 성명서가 잇달아 발표되고 있다.

경기도, 부산광역시, 경상남도, 경상북도, 제주특별자치도, 과천시, 영천시 등 지방자치단체와 경마산업 발전을 위한 농축산 비상대책위원회, 전국축협운영협의회, 말 생산자단체 등이 성명서와 건의문을 통해 사감위 규제의 합리적 절충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감위 규제 강화 움직임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은 역시 세수 감소의 직격탄을 맞게 되는 지방자치단체들이다. 경마, 경정 등 국내 사행산업으로부터 나오는 지방세는 열악한 지방 재정을 보완하고 있다. 하지만 사감위 2차 종합계획에 포함된 '전자 카드'가 전면 도입되면 세수가 절반 가까이 줄어들게 된다.

경마의 경우 2012년도 지방세로 납부한 총액은 1조 976억 원이었지만 사감위의 계획대로 전자 카드제가 시행되면 2018년도의 경우 6,168억 원으로 예상된다. 2012년도 대비 약 5,000억 원 가량 줄어든다.

이러한 여파 때문에 김문수 경기도지사, 허남식 부산광역시장, 김관용 경상북도지사, 홍준표 경남도지사, 우근민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지난 16일 사감위의 합법 산업 규제 정책을 불법 도박 근절 대책으로 전환하고, 지방 재정의 건전성을 악화시키는 전자 카드 도입을 전면 재검토 해달라는 공동 건의문을 채택했다. 채택된 건의문은 사감위 등 정부기관에 전달될 예정이다.

여인국 과천시장도 사감위 2차 종합 계획이 시행될 경우 과천시의 세입 예산이 2012년 827억원에서 2018년 364억원으로 463억원이 감소해 시 재정이 파탄에 이르게 된다며 지난달 24일 안전행정부, 사감위에 건의문을 제출했다. 영천시 의회는 합법 사행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국민을 불법 도박시장으로 내모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합법사행 산업은 합리적 관리 정책을, 불법도박은 종합적인 근절 대책을 수립해 달라는 건의문을 지난 4일 국무조정실과 사감위에 제출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 등 42여개 농축산단체가 모인 농축산비상대책위원회와 141개 축협으로 구성된 전국축협운영협의회도 축산발전기금과 농어촌복지재원의 감소를 우려해 지난달 13일과 27일 사감위 정책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내놨다. 농축산비대위와 축협운영협의회는 사감위 규제로 불법 도박이 75조원에 달하고 있다며 불법도박 확산에 따른 기금 출연과 농어촌지원금 축소는 FTA로 위기에 처한 농축산업을 더욱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감위의 사행 산업 건전발전 종합계획은 2008년 1차 계획이 발표돼 국내 합법 사행산업에 매출 총량규제, 영업장 수의 제한, 인터넷 베팅 금지 등 강력한 규제 장치들이 도입되는 계기가 됐다. 사감위는 규제 정책이 합법 사행산업에 대한 효과적인 억제 수단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불법 도박의 팽창으로 전체 도박시장은 오히려 커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감위에 따르면 2008년 53조원 규모였던 불법 도박 시장은 2012년 평균 75조원, 최대 96조원까지 증가했다. 이는 대한민국 전체 지하 경제 규모(약 300조 원)의 3분의 1에 육박하는 엄청난 규모다.

한편 사감위는 전자 카드제 시행 시 예상되는 매출 감소와 불법 도박 확산 등 부작용에 대한 영향 분석과 별다른 보완 대책의 마련 없이 전면 도입을 추진해 사행산업 사업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사행산업 사업자들은 전자 카드가 전면 도입될 경우 부작용이 큰 불법 도박 시장만 커질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사감위는 불합리한 사행산업 정책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지난달 9일 전체 회의를 열어 2차 종합계획 확정을 3기 사감위로 넘기기로 의결했다. 2기 위원들의 임기는 지난 15일까지였다.



이창호기자 ch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