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소리 밀려오는 몽환적 해변길 병풍 두른 듯 길게 도열한 빌딩들 영화 '폭풍 속으로' 배경 명소태양 아래 젖은 머리카락 휘날리며 서핑 즐기는 '근육남'도 볼거리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골드코스트의 해변길 걷기.
오스트레일리아 골드코스트의 아침은 신기루를 빚어낸다. 세계에서 가장 걷고 싶은 길 중 하나가 몽환적인 이 해변길이 아닌가 싶다. 골드코스트는 1년에 300일 이상 햇살이 비친다는 퀸즐랜드의 땅이다. 옅은 물안개를 파고드는 파도소리에 귓전은 어지럽다.

호주 동부 골드코스트의 해변에서는 사람들이 오브제가 된다. 모래사장 위에 파도만 하염없이 일었다면, 구릿빛 서퍼들만 자맥질을 했다면 감동은 반감됐을지 모른다. 골드코스트가 서퍼들의 천국으로 알려져 있지만 비치를 찾은 일상의 사람들이 즐기는 행위는 43km 이어지는 해변길을 무작정 걷는 것이다. 해변은 마법처럼 이방인들을 끌어들인다. 필리핀 보라카이, 마이매미 팜비치와 더불어 세인들이 세계 3대 비치로 골드코스트를 꼽는 데에 고개가 끄덕여 진다.

영화 한편을 떠올리면 이런 평화로운 단상은 분명 예상 밖이다. 골드코스트는 키아누 리브스와 패트릭 스웨이지가 주연한 '폭풍 속으로'의 배경이 된 해변이다. 젖은 머리카락에 '근육남'들이 서핑을 하며 등장했던 강렬한 바다였다. 하지만 서퍼들은 이 해변의 작은 조연일 뿐이다.

빌딩숲 배경의 43km 해변 길

골드코스트는 단순한 해변의 이름만은 아니다. 해변길이 터전이 돼 도시가 형성됐고 지금은 호주 최고의 관광도시로 자리매김했다. 별도의 국제공항이 생긴 게 이미 오래전 일이다. 골드코스트 해안은 사우스 포트에 자리잡은 메인 비치에서 시작해 번화가인 서퍼스 파라다이스로 연결된다. 브로드 비치, 머메이드 비치 등 이름만 달리한 채 30여개의 해변이 쿨랑가타까지 포도송이처럼 이어진다.

씨월드 테마파크.
골드코스트의 유래를 살펴보면 도시가 거쳤을 변화상이 뚜렷하게 다가선다. 남부 트위드 강 인근 원주민들이 거주하던 황량한 땅에, 삼나무숲에 반한 유럽 목재상들이 바다를 경유해 드나들면서 도시는 윤곽을 갖추게 된다. 1889년에 럼주 생산지로 유명한 빈레이와 골드코스트를 잇는 철도가 개통됐고, 2차 세계대전 이후 해변을 중심으로 개발이 급속화 되면서 땅값이 치솟자 골드 코스트라는 별칭을 얻는다.

골드코스트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건물이 'Q1 빌딩'이다. 이곳 77층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도시를 가르는 네랑 강과, 해변 옆으로 병풍을 두른 듯 빌딩들이 길게 도열해 있는 장관을 목격할 수 있다. 비치를 따라 들어선 매끈한 건물들은 골드코스트 산책의 근사한 배경이다. 아침햇살에 부서지는 것은 포말뿐이 아니다. 바다와 하늘을 담아낸 통유리 건물들도 황금처럼 단아하게 번쩍거린다.

청춘들의 해방구 서퍼스 파라다이스

골드코스트는 겨울에도 평균 20도 이상의 기온을 유지한다. 청춘들이 찾는 아지트는 서퍼스 파라다이스다. 보행자 전용거리인 카빌 몰 지역은 전세계 젊은이들이 몰려드는 곳이다. 비키니 차림에 쇼핑백을 들고 서성이거나 명품숍을 기웃거리는 풍경이 이곳에서는 자연스럽다. 팔에는 서핑보드를 끼고, 배에는 식스팩을 두른 채 노천카페에서 커피 한잔 홀짝거리는 서퍼들도 흔하게 만난다. 이들이 즐기는 것은 롱블랙 커피. 한국에서 유행인 아메리카노는 이곳에 없다. 주문하면 잘 알아듣지도 못한다. 청춘들은 햇살 만큼이나 진한 롱블랙으로 오후의 나른함을 ?는다.

카빌 몰을 가로지르는 오키드 애버뉴는 고급 부띠끄와 레스토랑, 나이트클럽이 밀집돼 있는 곳으로 밤이 되면 더욱 뜨겁다. 상념 가득한 아침 산책으로 채워졌던 해변을 빠른 비트의 음악이 대신한다. 자정을 넘어서만 운행하는 심야버스가 있을 정도다. 골드코스트의 해변을 벗어나면 드림월드, 씨월드, 드림 월드 등 각종 테마파크들의 유혹이 기다리고 있다. 쉬고 노는 것만으로도 골드코스트의 사나흘은 섬광처럼 지나간다.

해변과 맞닿은 빌딩들.
여행메모

▲ 가는길=브리즈번이 골드코스트의 관문이다. 인천에서 브리즈번까지 대한항공 직항편이 운항중이다. 골드코스트는 자체 공항도 갖추고 있다. 브리즈번에서 골드코스트까지는 차량으로 1시간~1시간 30분 소요되며 열차도 다닌다.

▲ 호텔, 레스토랑='Q1' 빌딩은 레지던스식 호텔시설을 갖추고 있다. 77층 전망대에서는 식사나 칵테일 한잔이 가능하다. 브리즈번 전경을 감상하기 위해 한번쯤 방문해 볼만하다. 들릴만한 레스토랑들은 서퍼스 파라다이스 오키드 애버뉴 거리에 밀집돼 있다. 팔라조 베르사체는 허니무너들이 이용하기에 좋은 운치 있는 고급숙소다.

▲ 기타 정보=골드코스트에서는 대부분의 대중교통은 'GO CARD'라는 교통카드를 편의점이나 뉴스자판대에서 구입해 이용하면 된다. 11월부터 본격적인 서핑시즌이 시작되며 기온은 아열대로 가을, 겨울에도 평균 20도를 웃돈다.


77층 전망대를 갖춘 Q1 빌딩.
서퍼스 파라다이스의 구릿빛 서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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