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북도호쿠 스키

스키장
"오∼,시즈가니 후루 유키(조용히 내리는 눈)." 아오모리에 거주한다는 이노우에 아리코씨는 차창밖을 내다보며 '시즈가니 후루 유키'를 끊임없이 되뇌었다. 밤새 조용히 내린 눈은 인도와 차도를 가르는 경계선을 담 높이로 쌓아 올렸고 삼나무숲 위로는 하염없이 눈발이 흩날렸다.

스키, 보드 마니아들이라면 겨울이 가기 전 귀를 쫑긋 세울 필요가 있다. 올 겨울은 일본 북도호쿠 지방으로 스키 타러 갈 찬스다. 국내 콩나물 슬로프, 얼음 슬로프에 염증이 났다면, 북도호쿠 지역에서 나홀로 스키, 파우더 스키를 즐길수 있다. 이곳 스키장마다 천연 노천온천이 마련돼 있으니 가족 나들이에도 적합하다. 무엇보다 포근한 날씨에 한해 평균 1m 이상 내리는 눈은 일본 북부지방 스키 투어의 보너스다. 일본 자국내의 스키 인기가 시들해 지자 한국 시장을 겨냥한 저렴한 스키 상품들도 다양하게 나와 있다.

아오모리, 이와테, 아키타로 구성된 일본 북도호쿠 3현은 눈이 유난히 많은 곳으로 쌓인 눈만큼이나 다양한 수십여곳의 스키장을 보유하고 있다. 눈은 보슬보슬 조용히 내리지만 슬로프는 변화무쌍하다. 한국 스키장 인기가 시들해지는 2월부터 4월까지는 일본 스키장들이 본격적으로 가동될 때다. 푹신한 파우더 스노에서는 홀로 넘어지고 뒹굴어도 즐거울 뿐이다.

푹신한 파우더에서 '대통령 스키'

아오모리 공항에서 1시간30분. 눈덮인 사과나무 군락이 늘어선 츠가루 평야를 지나면 이시가사와 스키장과 만난다. 이와키산 자락에 위치한 이곳 스키장은 슬로프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며 스키를 즐길 수 있다. 홋카이도처럼 춥지 않으면서도 설질은 뛰어난 편이다. 2003년 동계아시안게임 스노보드 대회가 이시가사와에서 열렸고 보드족들을 위한 하프파이프 코스도 마련돼 있다. 숙소에서 스키-in,스키-out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며 철분이 다량 함유된 노천 온천도 갖추고 있다. 이시가사와 인근 고쇼고하라시에서는 다치네부타(22m 대형인형) 전시관을 둘러볼 수 있다.

유토 온천
아오모리공항에서 2시간 남쪽으로 향하면 오와니 온천 스키장에 들를 수 있다. 이곳은 소박한 온천마을과 스키장이 조화를 이룬 곳이다. 온천은 800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스키장은 아오모리현 내 스키장 중 최대 규모다. 슬로프는 초보자들도 정상에서 내려올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산정상 투어코스와 파노라마 코스 등 6.5㎞ 코스가 초보자를 위해 이어진다. 슬로프에서는 이와테 고원의 설국이 발아래로 펼쳐지는 게 장관이다. 온천마을숙소에서 스키장까지는 셔틀버스가 운행되는데 해질녘 등불 켜진 온천마을을 산책하는 여유를 빼놓지 말아야 한다.

호수와 설산 바라보며 라이딩

아키타 공항을 기점으로는 2개의 스키장을 둘러볼 수 있다. 아키타현에 위치한 고마가다케산 자락과 얼지 않는 호수인 사이에 위치한 은 맑은 날에는 호수를 내려다보며 스키를 탈 수 있고 초보자들을 위한 광폭 슬로프도 매력적이다. 의 특징은 인근에 유토온천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 나무가옥에 옛 전통양식을 간직한 이곳 온천은 일본 젊은이들이 연인과 함께 들르고 싶은 온천 1위로 꼽히기도 한다.

아키타에서 이와테현으로 넘어서면 다카쿠라산에 위치한 시즈쿠이시 스키장을 만난다. 이곳 스키장은 고도차가 800m에 이르며 스키와 보드 이용객이 5대5일 정도로 젊은층이 많이 찾는 곳이다. 알파인 스키 세계선수권대회도 이곳에서 열렸고 '마이 메모리' 등 겨울연가 주제곡도 스키장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곳이다. 숙소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산중턱까지 오른 뒤 1인용 리프트에 의지해 슬로프 정상까지 오르는 것도 스릴 넘치는 재미다. 14개 코스에 최장 슬로프 길이는 5㎞이며 야간 9시까지 슬로프가 개방된다.

이곳 스키장들은 대부분 공항에서 숙소까지 셔틀버스가 운행되고 숙소마다 한글 안내서가 비치돼 있어 이용도 편리하다. 리프트 요금은 별도지만 한국 스키장의 절반 이하 수준이며 패키지 상품을 이용할 경우 할인도 가능하다. 스키만 하염없이 타려면 숙소와 슬로프가 붙어 있는 이시가사와, 시즈쿠이시 스키장이 좋고 온천마을에서 온천을 마음껏 즐기려면 오와니,,이 탁월한 선택이다.

오와니 설경
여행메모

▲ 아오모리공항=이시가사와, 오와니 온천 스키장은 아오모리 공항에서 셔틀버스로 각각 1시간30분 소요된다. 오와니 온천 스키장은 숙소에서 스키장까지 셔틀버스로 5분간 이동해야 한다. 두 스키장 모두 야간스키가 가능하다.

▲ 아키타 공항=, 시즈쿠이시 스키장은 아키타 공항에서 각각 1시간30분, 2시간 소요된다. 야간 스키는 시즈쿠이시에서 가능하고 는 인근 유토온천을 둘러보는 1일 온천 패키지가 마련돼 있다. 셔틀버스는 금,토,일에만 운행되는 경우도 있으며 한국에서 출발하는 다양한 패키지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교통편이 수월해진다.


다자와호

글 사진 서영진(여행칼럼니스트) aularg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