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코냐

글ㆍ사진 서영진(여행칼럼니스트)

터키 코냐는 중부 아나톨리아 지역을 대표하는 고도다. 앙카라에서 240여km 남쪽에 위치한 오랜 이슬람의 도시는 기암괴석의 카파도키아를 향하는 길에 조우하는 셀주크 왕조의 옛 수도다. 이슬람의 종교춤 ‘세마’의 본고장이기도 한 코냐는 그 역사와 사연이 실크로드를 따라 아득하게 이동한다.

코냐는 이슬람 메비레비 교단의 발상지이다. 11세기 이후 셀주크 왕조 시기에는 수도로도 번성해 예술, 학문이 꽃을 피웠으며 도심에서 만나는 유적들은 대부분 당시의 산물들이다.

코냐에서 조우하는 유적들은 이스탄불처럼 화려하지는 않다. 거대한 모스크가 언덕 곳곳에 웅크리고 있거나, 드높은 첨탑들이 거칠게 솟아있지도 않다. 아야소피아 등 이스탄불의 건축물들이 이슬람과 기독교의 문명이 융합된 면이 강하다면 코냐의 것들은 오히려 담백한 이슬람 색이 완연하다.

옛 이슬람의 정교함이 묻어나는 건축물

코냐에 발을 들이면 누구나 구도심을 가로지르는 메비라나 거리를 지나치게 된다. 코냐를 상징하는 대부분의 유적들은 이 거리 주변에 밀집돼 있다. 교단의 창시자인 제라르딘 레미를 의미하는 ‘메비라나’는 골목 이름으로, 또 박물관으로 도시 깊숙이 닿아 있다.

제라르딘 레미의 영묘가 안치된 메비라나 박물관은 이방인뿐 아니라 현지인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 명소다. 이곳에서는 무하마드의 수염이 간직돼 있다는 상자에 사람들이 연신 입맞춤을 하는 모습 또한 인상적이다. 셀주크와 오스만 왕조시대의 공예품까지 보관돼 있어 박물관으로 불리지만 건물 옆에 솟은 세리미예 자미는 이곳이 본래 사원이었음을 강변한다.

메비라나 거리의 끝은 알라딘 언덕으로 연결된다. 아담한 규모의 구도심을 거슬러 오르면 휘퀴메트 광장과 바자르가 나타나고 현지인의 일상은 골목 곳곳에서 낱낱이 드러난다. 알라딘 언덕의 인제 미나레 박물관은 내부에 소장된 이슬람 조각 외에도 건물 외부의 섬세한 문양이 도드라진다. 인제 미나레의 장식은 셀주크 양식을 대표하는 예술작품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도심 외곽에서 만나는 낙타대상들의 숙소인 카리반 사라이 ‘술탄한’은 그 규모에서 코냐가 실크로드가 관통하는 주요 루트였음을 보여준다. 옛 사람들은 이 오랜 길을 오가며 지친 몸을 쉬게 하고, 머리 조아려 기도를 올렸다.

꽃처럼 화려한 종교춤 ‘세마’의 본고장

코냐는 이슬람의 메비레비의 종교춤 ‘세마’의 근거지인 도시다. 전율을 전해주는, 빙글빙글 꽃 같은 ‘감동의 동작’을 터키 코냐에서 마주하게 된다. 코냐에 가면 세마를 봐야하고, 많은 외지인들이 터키 중부의 외딴 도시를 찾는 이유에도 이 감동의 춤사위가 한 몫을 차지한다.

조명이 숙연해지고 웅장한 음악이 잦아들면 원통 모자를 쓴 무용수들의 춤사위는 시작된다. 오른팔을 하늘로, 왼팔을 땅으로 향한 채 세마 무용수인 세마젠들은 빙글빙글 팽이처럼 맴돈다. 이들이 쓰고 있는 원통형 모자는 묘비, 흰색치마는 장례용 덮개를 의미한다는데 속세에서의 해방을 뜻하는 춤은 완급의 미가 적절하게 뒤섞여 있다.

엄숙함을 중시하는 세마가 진행되는 동안은 소리를 내거나, 암전을 방해하는 빛을 만들어내서는 곤란하다. 이집트 등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화려한 수피댄스와도 분위기가 또 다르며, 군무에서 전해지는 감동 역시 이질적이다.

코냐의 세마 공연은 최근에는 연중 곳곳에서 펼쳐지지만 메비라나가 세상을 떠난 12월과 음악축제가 열리는 9월이 세마를 본격적으로 볼 수 있는 시기다. 축제가 열리더라도 다른 대도시와 달리 시내에서 술을 구하거나 하는 일은 쉽지 않다.

코냐에서는 터키의 대도시에서 봤던 민소매 청춘들의 빠른 활보보다는 히잡을 정갈하게 둘러쓴 여인네들의 느린 걸음이 어울린다. 그 이슬람 여인들을 배경으로 투박한 돌무쉬 버스가 슬라이드처럼 천천히 거리를 가르는 정지된 느낌이다.

여행메모

가는길=한국에서는 이스탄불을 경유하는게 일반적이다. 터키항공 등이 이스탄불~코냐 구간을 운항한다. 육로로 이동할 경우 카파도키아를 오가는 길에 들릴 수도 있다.

음식=터키에서는 피자인 피데나 고기와 곁들여 먹는 요구르트인 ‘아이란’을 꼭 맛본다. 현지인들은 바게트 빵인 커다란 ‘예크맥’으로 한끼를 때우기도 한다. 필라우는 소나무 열매가 들어 있는 버터 볶음밥으로 케밥에 따라 나오는 경우가 많다. 전세계에 진출해 있는 되네르 케밥도 터키에서 맛봐야 제격이다. 대부분의 레스토랑들은 휘퀴메트 광장 일대에 밀집돼 있다.

기타정보=터키인은 99%가 이슬람교를 믿는다. 모스크를 들어갈 때는 복장에 예의를 갖춰야 한다. 터키의 화폐단위는 예니 터키리라(YTL). 달러와 유로를 지니고 있으면 시내 환전소나 호텔에서 환전이 가능하다. 관광을 목적으로 3개월간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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