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경쟁 속 재도약 발판 '히든 카드'

최근 인피니티가 새롭게 출시한 세단 Q50은 '구원투수'와 같은 존재다. 과거 인피니티는 또 다른 일본 브랜드인 렉서스와 함께 국내 시장에서 프리미엄의 대명사로 군림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간 폭스바겐, 아우디, BMW 등 연비와 파워를 겸비한 독일 디젤차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다.

Q50은 인피니티가 독일 디젤차에 대항마로 내세운 신병기인 셈이다. 인피니티의 새로운 네이밍 전략에 따른 'Q'시리즈의 첫 번째 모델로,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디젤 엔진을 장착했다. 국내 소비자들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서도 심혈을 기울였다. 일단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지난달 공식 출시 한 달 만에 총 600대가 계약됐다. 월 판매목표의 3배를 넘는 수치다.

Q50은 국내에 디젤과 하이브리드 모델 2가지로 나왔다. 디젤은 기본형인 프리미엄(4,350만원)과 익스클루시브(4,890만원) 2가지 트림이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6,760만원.

최근 열린 미디어 시승회에서 디젤 익스클루시브 모델을 타봤다. 시승은 인천 송도에서 출발해 인천대교, 인천 국제 공항 인근을 거쳐 다시 송도까지 돌아오는 왕복 120km 구간에서 2시간 가량 진행됐다.

회사측은 시승에 앞서 ▲매혹적인 디자인 ▲미래지향적인 혁신 기술 ▲F1 챔피언 베텔이 검증한 강력한 성능을 핵심 포인트로 꼽았다.

먼저 전면 디자인은 콘셉트카 에센스에서 선보였던 와이드 앤드 로(Wide & Low)가 가장 큰 특징이다. 즉, 넓은 전폭과 낮은 전고로 첫 눈에 봐도 상당히 스포티한 모습이다. 길쭉한 보닛과 짧은 오버행, 긴 휠베이스가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

실내도 곡선을 테마로 디자인했다. 대시보드와 도어 패널은 마치 붓으로 그려낸 듯한 느낌을 줬다. 프리미엄 세단답게 감성 품질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흔적이 엿보였다. 대시보드 곳곳을 가죽으로 처리했고, 눈에 잘 띄지 않는 도어 포켓 안쪽까지 꼼꼼하게 마감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큰 인상을 받은 부분은 가격 대비 효용성이 뛰어난 고급 사양들이다. 기본형인 프리미엄에도 LED 헤드램프와 듀얼 머플러, 듀얼 모니터, BOSE 사운드 시스템이 탑재됐다. 센터페시아 상단의 모니터(8인치)는 내비게이션과 공조장치를 보여주고, 7인치 크기의 하단 모니터(인 터치 앱)는 스마트폰과 연동해 인터넷을 이용할 수도 있다.

익스클루시브 모델에는 차량 주변을 360도 살필 수 있는 어라운드 뷰 모니터와 충돌 경고 시스템, 차선 이탈 방지 시스템, 전방 추돌 경고 시스템 등이 장착됐다. 국산차와 수입차를 통틀어 4,000만원 후반대 가격의 모델에서 이 정도로 운전자의 안전을 고려한 사양은 찾아보기 힘들다.

하이브리드 모델에는 이른바 '액티브 레인 컨트롤'을 탑재했다. 소형 카메라가 차선을 인식, 차가 차선을 벗어나려면 스스로 조향하는 최첨단 기술이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시승 기회가 없어 체험을 해보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다.

마지막으로 베텔이 차량 개발단계부터 주도적으로 참여했다는 퍼포먼스. 주력 모델인 Q50 2.2d는 인피니티 최초로 벤츠의 2.2리터 직분사 터보 디젤 엔진을 탑재했다. 최고 출력은 170마력(@3,200~4,200rpm), 최대 토크는 40.8kgㆍm(@1,600~2,800)를 자랑한다.

같은 디젤 엔진이지만 벤츠 C나 E클래스와는 상당히 다른 느낌이었다. 세팅을 통해 인피니티 스타일대로 다듬은 듯 보였다. 그러나 시속 100km 이하의 저중속 구간에서 응답성이 다소 늦어 답답했다. 스티어링 휠도 저속에서 무겁게 세팅돼 여성 운전자들에게는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일단 시속 100km를 넘어가니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대로 시원하게 달렸다. 시속 170~180km까지 무난하게 속도계가 올라갔다. 자동 7단 변속기로 기어비를 적절히 쪼개 변속에 걸리는 시간도 짧았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최고 364마력에 제로백이 5.1초에 불과하다니 달리기 성능만큼은 경쟁차에 결코 뒤지지 않는 스펙이다. 연비는 디젤차답게 리터당 15.1km로 만족할 만한 수준. 왕복 120km 구간을 급가속과 급제동을 반복하며 달렸지만 연료계 눈금이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인피니티가 야심 차게 내놓은 '히든 카드' Q50이 화려했던 옛 영화를 재현할 구세주 노릇을 할지 지켜볼 일이다.



이승택기자 seung306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