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천 청풍호
약 13㎞에 이르는 청풍호 벚꽃 터널은 해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대략 4월 중순 무렵을 전후하여 활짝 피어나 상춘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이에 따라 제천시에서는 매년 벚꽃 피는 시기에 맞추어 청풍면소재지와 청풍문화재단지 등에서 청풍호 벚꽃축제를 펼치는데 올해는 4월 11일부터 13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잠시 후, 벚꽃의 황홀경 저 너머로 호수를 박차고 하늘을 향해 하얀 물기둥이 솟구쳐 오른다. 운 좋게도 때맞추어, 하루 다섯 차례(오전 11시, 오후 1시 30분, 3시, 5시, 7시 30분) 약 20분에 걸쳐 높이 162미터까지 물을 뿜는 청풍호의 명물인 수경분수를 만난 것이다.
청풍호를 가로질러 놓인 청풍대교를 건너자 오른쪽으로 청풍문화재단지가 펼쳐진다. 버스에서 내려, 숙종 28년(1702년) 세워진 멋들어진 누각이자 청풍부를 드나들던 관문이었던 팔영루를 지나 청풍문화재단지의 아늑한 품속으로 들어선다.
호반 언덕을 수놓은 청풍문화재단지
청풍문화재단지를 대표하는 건물이자 보물 528호로 지정된 한벽루는 고려 충숙왕 4년(1317년) 청풍현이 군으로 승격한 것을 기념하여 세운 누각이다. 지붕 옆면이 여덟 팔(八)자 모양을 한 팔작지붕 집으로 규모는 정면 4칸 측면 3칸에 이른다. 금남루(충청북도 유형문화재 20호)는 순조 25년(1825년) 청풍부사 조길원이 세운 정면 3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 2층 다락집이고, 숙종 7년(1681년) 세운 금병헌(충청북도 유형문화재 34호)은 집회 및 집무를 처리하던 동헌으로 정면 6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 건물이다. 보물 546호인 석조여래입상은 높이 3.41미터로 신라 말기인 10세기경 작품으로 추정되는데 풍만하면서 자비로운 얼굴이 인상적이다.
망월산성 아래로 드리운 청풍호
눈여겨볼만한 것은 황산리에서 옮겨온 남방식 고인돌이다. 밤하늘의 별자리로 보이는 성혈(星穴)이 새겨져 있는 까닭이다. 2천5백여 년의 세월을 거쳐 오면서 풍화작용으로 인해 많은 별자리가 마모되었으나, 큰곰자리의 북두칠성과 작은곰자리의 북극성은 아직 선명하게 남아 있다. 이밖에 조선 후기의 ㄷ자형 목조 기와집인 도화리 고가(충청북도 유형문화재 83호)와 ㄱ자형 팔작지붕 기와집인 후산리 고가(충청북도 유형문화재 85호) 등도 옮겨져 있어 발길을 잡는다.
청풍문화재단지에서 가장 높은 곳에는 망월산성(충청북도 기념물 93호)이 올라앉아 있다. 해발 373미터의 망월산 정상을 두르고 있는 이 산성은 삼국시대의 석성으로 추정되며 처음에는 고구려의 성이었다가 신라 소속으로 바뀐 듯하다. 성 둘레는 495미터에 이르렀는데 지금은 서남쪽으로 너비 16미터 높이 3미터, 남쪽으로 너비 15미터 높이 4.6미터가 완전한 형태로 남아 있다.
청풍문화재단지에서 내려와 청풍면소재지로 발길을 옮긴다. 10여 분 남짓 걸어가는 동안, 바람결에 후드득 흩날리던 꽃잎이 코끝을 간질인다. 벚꽃 터널이 작별을 고할 즈음, 청풍장터에 다다른다. 청풍호 일원에서 수집한 수석들을 모아 놓은 수석전시관이 눈길을 끌고, 벚꽃으로 뒤덮인 장터는 활기에 넘친다. 예서 제천의 명품인 황기막걸리와 동동주를 마다할 수는 없을 터. 해물파전을 안주 삼아 흐드러진 벚꽃 아래서 마시는 한잔 술에 봄날은 절로 가누나.
# 찾아가는 길
남제천 나들목에서 중앙고속도로를 벗어난 뒤에 82번 국지도(국가지원지방도)를 타고 청풍으로 향한다. 대중교통은 중앙선 열차를 타고 제천역에서 내린 다음, 청풍으로 가는 시내버스로 갈아탄다.
# 맛있는 집
글ㆍ그림=신성순 여행작가 sinsatgat@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