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평구 맛집YS 설렁탕, 원조 감자탕 유명수준급 중식당 독특한 맛 뽐내좋은 재료에 정성 담은 맛 눈길

봉희설렁탕
은평구 자체가 그리 오래 된 곳이 아니다. 30년 전만 하더라도 '은평구'가 어딘지 모르는 서울 사람들이 꽤 많았다. '수색'이나 '응암동'이라고 하면 쉽게 알아들었다. 원래 서대문구에 속했던 지역과 외곽 경기도의 일부 지역을 합쳤다.

음식은 그리 쉽게 정착하지 않는다. 지금도 은평구의 유명한 맛집들은 상당수 외부에서 흘러 들어간 것이다. 역시 은평구에서 자체적으로 유명한 집이 된 경우는 드물다. 그나마 은평구에서 몸을 일으켜 유명세를 탄 다음 평범한 체인점으로 변한 경우도 있다.

''은 은평구 신사동, 증산동 자락에서 제법 유명했다. 한때 YS가 등산 후 들렀던 집으로 유명세를 얻었다. 지금도 비교적 수준급의 설렁탕을 내놓고 있지만 예전의 영화는 잃어버렸다. 이제는 흔하게 보는 체인점, 프랜차이즈 가운데 하나가 되어 버렸다. 오래 전 은평구에 살았던 사람들은 ''의 위세를 기억한다. 한때 서울 시내에서 손꼽는 설렁탕집이었다. 더욱이 은평구의 ''이 본점이다.

은평구에서 시작하여 아직 위세를 떨치는 집은 ''이다. "감자탕에 감자가 있느냐, 없느냐?"부터 시작해서 감자는 돼지의 뼈 중 하나라는 '설'까지, 감자탕은 이런저런 말이 많은 음식이다.

감자탕은 30여 년 전에 시작된 음식이다. 돼지 등뼈와 갈비뼈 등은 비교적 가격이 싼 편이다. 소의 갈비 부분은 상당히 비싸게 팔리지만 돼지갈비는 삼겹살이나 목등심, 항정살 등에 비하면 비교적 싸다. 오히려 돼지갈비를 수공으로 일일이 해체해내는 일이 힘든 일이다. 돼지갈비는 재료는 싸지만 수공이 상당히 들어가는 고기다. 이 돼지갈비 중 살을 빼내고 나면 갈비뼈가 남는다. 돼지갈비 뼈나 등뼈 등은 가격이 싸다. 살이 비교적 후덕하게 붙어 있는 돼지갈비뼈와 등뼈 등을 넣고 감자를 넣은 다음 한소끔 끓여낸 음식이 바로 감자탕이다. 30여 년 전에 이런 감자탕이 은평구 응암동 일대에서 시작되었다. 인근의 증산동 증산시장 골목 통에 순대국밥을 파는 가게가 줄을 이었고 응암동 일대는 감자탕 집이 생겼다.

다리원
''은 이런 응암동 감자탕 집 중에 원조인 셈이다. 중간에 주인이 한번 바뀌긴 했지만 다행히 전보다 음식은 더 좋아졌다. 좋은 감자탕을 끓이는 이치는 간단하다. 역시 좋은 식재료다. 가능하면 국산 돼지 뼈를 쓰면 좋다. 국산인 경우 냉동보다는 냉장이 흔하기 때문이다. 냉장 돼지 뼈에 그해 생산된 감자를 넣는 것이 비법이라면 비법이다.

''는 '굴러온 돌'이다. 중국 화교가 운영하는 중화식당이니 토박이일 리가 없고 더하여 원래 이 자리에서 시작한 것도 아니다. 경북 영천에서 시작해서 서울로 이전, 은평구에 자리 잡았다. 재미있는 것은 이 집에서 오래된 '첨면장' 스타일의 물짜장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첨면장은 '甛麵醬'이다. '첨甛'은 "혀에 달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즉 첨면장은 면을 달게 하여 입에 맞춘 장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에 된장이 있다면 중국 산동, 화북 일대에는 첨면장이 있었다. 우리가 밥에 된장찌개 얹어서 비벼먹는다면 중국인들은 면에 볶은 첨면장을 얹어서 비볐다. 이게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한반도로 건너와서 짜장면이 되었다. 청일전쟁 무렵이다. 중국인들 역시 면에 볶은 첨면장을 얹어서 짜장면(炸醬麵, 작장면, 자장미엔)이라고 부른다. 결국 짜장면은 면에 맛이 단 첨면장을 볶아서 얹은 다음 비벼 먹는 가정 간편식이다.

불행한 것은 이 첨면장이 한국식 춘장으로 바뀌면서 각종 화학조미료와 감미료, 캐러멜색소 등을 뒤집어썼다는 점이다.

''의 산동 짜장면은 원형 첨면장을 사용한다. 100%는 아니고 첨면장에 한국식 춘장을 더해서 사용하지만 서울에서 원형 첨면장을 맛볼 수 있는 보기 드문 음식점이다. 주인은 물만두를 내세워 '수교자'를 메인메뉴로 정했지만 물짜장, 첨면장이 들어간 산동 짜장면이 특이하고 탕수육도 상당히 맑고 수준급이다.

''은 소박하면서도 강원도의 수수하면서도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장아찌 류들도 좋고 몇몇 곁반찬들이 수준급이다. 한정식 스타일로 몇몇 요리를 내놓고 마지막에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다. 장아찌와 더불어 메밀 관련 음식들과 두부 등이 아주 좋다. 대단한 수준급의 코스를 기대하고 가면 실망하지만 가격 대비 아주 좋은 식단이다. 별로 표가 나지 않는 음식이지만 주인의 음식에 대한 진정성이 돋보이는 곳이다.

마마수교자
''과 ''도 권할 만한 집이다. ''은 오랜 업력을 지닌 주방장이 지키는 곳이다. 짬뽕이 좋지만 탕수육 등 요리도 수준급이다. 오랜 업력에 정성을 더하면 음식은 수준급일 수밖에 없다.

''는 좋은 면과 아쉬운 면이 동시에 있다. 좋은 면은 주인이 음식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진정성이다. 항공편으로 제주도 돼지고기를 가지고 오고 맛을 더하기 위해서 귀찮은 초벌구이를 지키는 집이다. 아무래도 초벌구이를 전문가가 해주는 고기가 맛있기 마련이다. 비교적 두텁게 썰어내는 돼지고기도 수준급이다. 좋은 멸치젓갈을 소스로 사용하고 채소나 소금 등에 대해서도 나름 신경을 쓴다. 특히 겨울철 김치찌개도 수준급이었다.

아쉬운 점은 최근에 장어구이를 시작했다는 점이다. 돼지고기와 장어구이가 어울릴는지도 궁금하지만 '제주도 돼지고기 전문점'이라는 이미지와 어울릴는지도 궁금하다.


태조대림감자탕
산사랑
제주돈창고

황광해 음식칼럼니스트 dasani8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