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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홍빛 꽃물결 '황홀경'에 빠지다

■ 강화 고려산
  • 고려산 곳곳에 진달래 전망대가 마련되어 있다.
수도권 으뜸의 진달래 꽃밭

고구려 장수왕의 명을 받은 인도 고승 천축조사가 동자승을 거느리고 절 세울 자리를 찾으러 방방곡곡을 누볐다. 그러다가 강화에 이르러 잠이 들었는데 꿈속에 백발노인이 나타나 "내일 이 산을 올라가 보시오" 하고는 사라졌다. 이튿날 천축조사가 동자승과 함께 산꼭대기로 올라가니 다섯 연못(오련지)에서 백련, 청련, 적련, 황련, 흑련 등 다섯 빛깔 연꽃이 피어났다. 천축조사가 종류대로 연을 꺾어 허공에 날렸더니 신기하게도 멀리멀리 날아갔다. 그래서 연꽃이 떨어진 곳에 색깔별로 백련사, 청련사, 적련사(현 적석사), 흑련사, 황련사 등 다섯 절을 지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모든 전설이 그렇듯, 이 전설도 고증으로 밝혀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다섯 연못이 실제로 있었다고 전해지며 그 가운데 세 연못이 남아 있다. 그래서 오련산이라 불려왔다는 이 산은 고려 때 몽고 침입을 받아 강화로 임시 천도한 이후 고려산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해발 436미터의 고려산은 고구려 연개소문과도 인연이 깊다. 고려산 북쪽 인근 시루미(시루메)산 기슭에서 태어난 연개소문은 고려산 치마대에서 군사들을 훈련시키면서 오련지에서 말에게 물을 먹였다고 전해진다.

전설의 다섯 사찰 가운데 흑련사와 황련사는 폐사되었지만 나머지 세 절은 아직 남아 있다. 고려산 북쪽 중턱의 백련사는 416년(장수왕 4)에 창건했다고 하지만 그 뒤의 역사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1905년(광무 9) 중건한 이후 여러 차례 중수를 거쳤으며, 현재는 대웅전인 극락전과 선실인 인법당을 비롯해 칠성각·대방·삼성각·요사채·범종각 등이 남아 있는 아담한 고찰이다. 이밖에 1806년 조성된 의해당처활대사의 사리탑과 부도가 있으며, 보물 994호였던 아미타불좌상은 도난당했다.

능선 따라 융단처럼 깔린 선홍빛 꽃물결

  • 청련사 보호수인 높이 20여 미터의 느티나무.
백련사는 삼림욕장 같은 분위기에 젖어 절로 오르는 숲길의 아늑한 운치가 빼어난 곳이었다. 하지만 2003년 진입로가 포장되고 차들이 오르락내리락하면서 그런 운치는 사라졌다. 다만 우거진 수풀 속에 안겨 있는 산사의 정취는 그런 대로 그윽하다.

평상시의 백련사는 한적하다. 그러다 4월 하순 무렵이면 많은 상춘객이 몰린다. 2003년부터 고려산 진달래 축제가 열린 까닭이다. 올해는 4월 19일부터 5월 1일까지 13일간 축제가 열리는데, 이 기간에는 백련사까지 차를 몰고 올라올 수 없으며 산 아래 고인돌광장에 차를 세우고 50분 남짓 걸어야 한다. 백련사에서 숲길과 임도를 20여 분 더듬으면 고려산 정상 옆 공터에 이르고, 여기서 서쪽으로 진달래 능선이 길게 뻗쳐 있다. 고려산 정상에는 국가 시설물이 자리해 일반인이 오를 수 없다.

고려산 진달래 군락은 무려 20여만 평에 이른다. 융단처럼 깔린 선홍빛 진달래가 바람결에 아느작아느작 물결치는 황홀경에 누구나 넋을 잃는다. 수도권에 이토록 화려한 진달래 꽃밭이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라며 감탄한다. 여수 영취산, 창원 천주산, 거제 대금산, 창녕 화왕산, 달성 비슬산 등의 진달래 명산에 뒤지지 않는 천상 화원이다.

거목 숲에 들어앉은 비구니 도량 청련사

고려산 동쪽 자락의 청련사는 1821년(순조 21) 중창 이후 비구니 도량으로 이어져오고 있다. 대웅전, 원통전, 요사, 산신각, 종각 등으로 이루어진 아담한 사찰로 대웅전 현판이 한글로 '큰법당'이라고 쓰인 점이 특이하다. 큰법당 안의 목조아미타여래좌상은 2012년 12월 보물 1787호로 지정된 고려시대 불상이다.

  • 백련사의 대웅전인 극락전과 범종각.
청련사는 무엇보다 거목들이 정겨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절을 도두보이게 하려고 수목이 우거진 게 아니라 숲을 장식하기 위해 당우가 들어앉은 듯한 느낌이다. 특히 왕벚꽃이 활짝 피는 봄 경치가 일품이다. 이곳은 진달래 철에도 백련사만큼 인파가 붐비지는 않는다. 청련사 입구에서 1시간 남짓 호젓한 산길의 정취를 즐기면서 쉬엄쉬엄 오르면, 백련사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고려산 정상 옆 공터에 다다른다.

고려산 서쪽 중턱의 적석사 입구에서 낙조봉을 거쳐 진달래 군락지로 오르는 길은 2시간 남짓 걸리므로 건각들이 주로 애용하는 코스다. 이밖에 고려산 남쪽 기슭의 고비고개와 서쪽 기슭의 미꾸지고개에서 오르는 길도 있다.

고려산에 어찌 진달래만 있을까? 겨울의 끝을 알리는 이른 봄의 복수초, 화려하지는 않지만 은은한 빛을 머금은 가을 단풍, 적석사 위 낙조봉에서의 서해 해넘이와 늦가을 억새, 눈부신 겨울 설경 등도 고려산을 빛내는 아름다움인 것을 사람들은 왜 모르는지. 고려산은 아득한 전설만큼이나 신비로운 영산이다.

# 찾아가는 길

48번 국도를 타고 달리다가 강화대교를 넘는다. 강화대교를 건넌 뒤 48번 국도로 4.2㎞ 가량 달리면 강화서문 삼거리와 만난다. 여기서 왼쪽 길로 1.9㎞쯤 가면 오른쪽으로 청련사 진입로가 드리운다. 백련사는 강화서문 삼거리에서 48번 국도로 4.1㎞ 남짓 달린 다음, 이정표를 따라간다.

  • 출입 통제된 정상부의 오련지를 실제 크기로 재현했다.
대중교통은 서울 신촌, 영등포, 5호선 송정역, 인천 등지에서 강화읍으로 가는 버스를 탄 다음, 백련사 입구 및 청련사 입구, 적석사 입구 방면 시내버스로 갈아탄다.

# 맛있는 집

강화읍 중앙시장 인근에 자리한 우리옥(032-934-2427)은 60여 년 전통의 백반 전문점이다. 값싸고 푸짐한 가정식 백반이 어머니의 손맛을 느끼게 해준다. 콩이나 흑미를 섞어 지은 밥에 강화 특산 순무김치․생선구이․비지찌개 등 10여 가지 반찬이 딸려 나온다. 여기에 불고기․대구찌개․병어찌개․병어회․간장게장 등을 추가 주문하면 식탁이 한결 풍성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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