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병원&착한 달리기] 운동 전엔 꼭 아킬레스건 스트레칭

얼마 전 은퇴한 포수의 전설 박경완의 나이는 마흔 셋. 한국프로야구의 산 증인이랄 수 있는 그를 20년 넘게 괴롭혔던 것은 바로 정형외과 질환, 그 중에서도 아킬레스건 부상이었다. 정형외과 족부전문의인 필자는 박경완 외에도 초창기 프로야구시절의 레전드 박철순 투수(현재 나이 57세)의 아킬레스건 부상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연구한 바 있다. 족부질환 중에서 아킬레스건 부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흔히 치명적인 약점을 일컬을 때 '아킬레스 건' 이란 말을 쓴다. 아킬레우스는 호머의 서사시 <일리아드>에 등장하는 트로이전쟁 최고의 그리스 영웅. 천하무적이며 단 한 군데의 약점도 없을 것 같았던 아킬레우스가 발뒤꿈치에 독화살을 맞고 숨지자 당대 사람들은 그야말로 경악했다. 이후 사람들은 발뒤꿈치 힘줄을 아킬레스건이라고 불렀다고 전해진다.

아킬레스건은 우리 몸의 힘줄 중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도 가장 쉽게 다칠 수 있고 염증도 잘 생기는 힘줄. 무릎 뒤 오금에서 시작하는 가자미근육과 장딴지뼈 후방에서 내려오는 비복근이라는 두 근육이 만나 발뒤꿈치 근처에서 힘줄로 바뀐다. 바로 이 두꺼운 힘줄이 아킬레스건이다.

봄이 되자마자 많은 사람들은 축구,족구,야구 등의 야외 스포츠 활동을 하고 난 뒤 아킬레스 힘줄 또는 장딴지 근육통증 때문에 병원을 찾는다. 장딴지 근육통증인 경우에 이를 흔히 '테니스 레그(tennis leg)'라고 부른다. 정식 명칭은 가자미근 내측부 근육파열. 운동 전 불충분한 스트레칭, 급격한 방향전환 등 몸무게 하중이 발목에 과도하게 실렸을 때 이런 증상이 잘 나타난다. 적절하게 늘어나지 못한 근육 일부가 갑작스러운 힘에 찢어지는 것이다.

야외운동을 하다가 아킬레스 힘줄이 끊어져서 병원에 오는 환자들도 제법 많다. 어떤 환자가 근육이 파열되고, 어떤 환자가 아킬레스 힘줄이 끊어지는지 정확한 분석결과는 없다, 하지만 두 경우 모두 30대 중후반부터 50대 사이에 잘 발생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를 감안하면 나이에 따른 생체 근육학적인 생리변화가 장딴지 근육파열과 아킬레스 힘줄 끊어짐의 원인인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필자의 경험에 따르면, 평소 아킬레스 힘줄염증을 지닌 분들에게서 파열의 빈도가 높다.

위 두 가지가 발생기전(=발생 메커니즘)은 비슷하지만, 부위의 조직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치료방법 또한 완전히 다르다. 장딴지 근육파열은 근육조직 자체의 혈행이 풍부하고 치유능력이 워낙 좋아서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방치하면 약 3~4주 이상 지나도 회복되지 않는 경우도 흔하다. 이런 때에는 적절한 기간 '절반 깁스(Gips=석고붕대)' 고정을 해야 후유증 없이 완쾌된다.

하지만 아킬레스 힘줄 파열은 이야기가 좀 복잡해진다. 힘줄 조직은 근육과는 달리 자체 혈행이 적다. 따라서 자체 치유력과 복원력이 매우 떨어지며 감염에도 취약하다. 때문에 힘줄파열의 경우엔 대부분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수술 후 재활도 전문적으로 받아야 한다. 수술 후에 이전처럼 운동을 하려면 약 6개월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실제로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데이비드 베컴은 아킬레스건 파열 때문에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불과 30~40년 전만 하더라도 아킬레스 힘줄 파열을 수술하지 않고 깁스로 치료하기도 했다. 지금도 일본에서는 수술 없이 아킬레스 힘줄이 이어졌다는 논문이 발표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아킬레스 힘줄은 이어진다고 능사는 아니다. 이어지더라도 길게 늘어져서 이어지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

필자가 치료한 환자 중엔 아킬레스 힘줄이 끊어지고 나서 깁스치료를 한 뒤에 20년 넘게 그냥 버텨온 50대 여성도 있다. 20년 동안 다리를 절고 살아왔지만 수술이 무서워 그냥 살았다는 것이다. 결국 그 환자는 필자의 병원에서 힘줄을 단축 봉합하는 수술을 시행했다. 수술 3개월 뒤에 아킬레스건의 정상작동으로 다리를 절지 않고 매우 만족스럽게 생활하고 있다.

그렇다면 아킬레스 힘줄 수술은 쉬운 수술인가? 결코 그렇지는 않다. 봉합실이나 봉합방법이 적절하지 않으면 재파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같은 부위에 수술을 여러 번 하면 봉합이 되더라도 늘어지는 경우도 많다. 고름집이 잡혀서 아킬레스건을 더 이상 살릴 수 없는 경우도 종종 있다. 아킬레스건을 더 이상 살릴 수 없으면 장무지 굴곡건 등의 다른 힘줄 이식술이 필요하다. 이는 족부를 전공하지 않은 의사가 감당할 수 없는 수술이기도 하다.

부디 이 글을 접한 독자들, 특히 30대에서 50대 분들은 아킬레스 힘줄이 끊어지는 일이 없도록 평상시에 조심하는 습관을 기르기 바란다. 운동 전엔 반드시 10분 이상 스트레칭, 특히 아킬레스 건 부위를 꼭 풀어주고 운동을 시작하길 권한다. 그러면 아킬레스건이 끊어질 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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