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별 디스크 돌출 확률 달라, 전문의와 상담 필수

타이거 우즈와 양용은의 공통점 두 가지는? 대부분은 우선 골프선수라는 점을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 대답에서 십중팔구는 머뭇거리게 될 듯하다. 남자라는 공통점, 키가 170은 넘는다는 점 그리고 또 뭘까? 정답일지 우문현답일지 모르겠지만, 정형외과 전문의나 골프 마니아들 정도만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 있다. 그건 바로 타이거 우즈와 양용은 둘 다 디스크 환자라는 사실.

"저 혹시 이제부터는 운동해도 되나요?" 급성 디스크 질환으로 고생하다가 주사치료 뒤에 통증이 사라진 환자들이 필자에게 가장 자주 하는 질문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정형외과 전문의 입장에서 이런 질문에 대답하기가 참 곤란했었노라고 고백해야만 하겠다. 하지만 필자의 대답에 따라 생활패턴과 운동습관을 결정하게 될 환자들을 생각하면 대답을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대략 두 가지 대답을 준비해놓고 때에 따라서 대답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네, 운동하면서 지내시면 됩니다"라는 다소 성의 없어 보이지만 긍정적인 대답을 한 뒤에 환자를 안심시킨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때로는 "디스크는 운동으로 낫는 병이 아닙니다. 아껴서 쓴다는 기분으로 조심하시는 게 좋습니다" 라고 소극적으로 대답할 때도 많았다. 어쨌거나 어떤 대답을 할 지 그 선택이 쉽지만은 않았다. 일종의 임기응변이 아니었나, 라는 반성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디스크 환자가 허리 운동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디스크 환자들은 허리에 통증을 호소한다. 뿐만 아니라 튀어나온 디스크가 다리로 가는 신경을 건드려 다리도 저리고 아프다. 상황이 이런데 튀어나온 디스크가 운동을 한다고 제 자리를 찾아서 들어갈 수 있는 걸까? 정말 그럴까?

허리 자세에 따른 디스크 변화상태를 MRI로 확인한 외국 논문을 보면, 허리를 구부릴 때보다 뒤로 젖힐 때 디스크 후방부위 압력이 높아져 디스크가 신경 쪽으로 불룩하게 튀어나와 보인다. 정상인의 디스크에도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만약 디스크가 터져서 신경 쪽으로 흘러나와 신경을 자극하는 환자의 경우에는 허리를 뒤로 젖히거나 운동을 하면 튀어나온 디스크가 신경을 더 자극하게 된다. 심해지면 디스크가 더 튀어나오게 된다.

꼭 치약 같다고 할 수 있겠다. 정상 디스크를 뚜껑이 닫혀있는 치약이라고 한다면, 디스크가 튀어나온 환자의 디스크는 뚜껑이 열린 치약이라고 할 수 있다. 치약구멍으로 치약이 흘러나온다는 말이다. 하지만 뚜껑이 열렸다고 해서 무조건 치약이 줄줄 흘러나오는 것은 아니다.

치약을 더 꽉 누르든지 (허리로 치면 무거운 물건을 드는 경우), 아니면 구멍 앞에서 치약을 짜는 경우 (허리를 뒤로 젖혀서 디스크가 흘러나오는 구멍주위에 압력이 높아지는 경우) 치약이 흘러나오게 된다. 다시 말해 허리에 무거운 하중이 가해지는 운동과 과도한 허리의 신전운동(뒤로 젖히는 운동)은 디스크를 더 튀어나오게 할 수 있다.

그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그럼 이제 운동하면서 지내도 되나요?" 라는 디스크 환자의 질문에 대한 필자의 대답은 이렇게 탈바꿈해서 환자에게 전달될 것 같다.

"어떤 운동을 좋아하십니까? 헬스? 요가? 골프? 운동마다 상황이 달라서 운동별로 대답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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