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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맛집(135)] 삼각지 맛집

이방인 문화 뒤섞인 ‘용광로’맛

외국인 왕래 많아 이국맛 풍성

명화원 중식당 탕수육 등 유명

평양집 내장탕, 한강생태 매운탕

용호족발 30년 넘어도 맛 그대로

황광해 음식칼럼니스트 dasani87@naver.com

삼각지는 ‘용광로’같은 동네다. 서울에서도 외국인의 왕래, 거주가 가장 많은 곳 중 하나다. 인근의 이태원, 동부이촌동도 그러하다. 모두 이태원 권역이다. 한국전쟁 이후 이방인들과 한국인들이 뒤섞여 살아온 곳이다. 문화적으로 설명을 하자면, 샐러드 볼(Salad Bowl)과 멜팅 팟(Melting Pot) 중에서 멜팅 팟이다. 용광로다. 이방인들의 문화가 들어와 한국문화와 뒤섞여 한 냄비 속에서 부글부글 끓는다. 그 결과 더러는 전혀 새로운 제3의 문화가 나오기도 하고 얼치기 한국문화, 얼치기 외국문화가 나타나기도 한다.

삼각지는 지리적으로 한양도성의 남대문과 한강을 잇는다. 지금은 이태원과 용산을 잇는 길의 중심에 있다. 처음부터 남대문에서도 제법 먼 성 밖이었다. 조선시대에는 나루터로 가는 길목이었고, 지금은 용산역과 서울역으로 향하는 철도가 지나간다.

인근의 이태원은 조선시대에도 이방인의 땅이었다. 배나무가 많아서 이태원(梨泰院)이었다. ‘원(院)’이 붙은 것은 이 지역에 조선시대 역원이 있었음을 의미한다. 특히 이 지역에는 왜관(倭館)이 상주했다. 일본인들이 집단 거주 지역이 있었다는 뜻이다. 한국전쟁 이후에는 미군이 주둔해왔다. 미군 주둔만 60년이다. 한국의 미국 문화는 미군들을 통해서 들어왔다. 지금은 일본과 미국뿐만 아니라 아랍부터 아프리카, 남미, 동남아 등 전 세계 모든 인종, 민족이 사이좋게 살아간다. 삼각지는 이태원의 일부이자 외곽이다.

‘은성집’은 미국 풍의 음식점이다. 스테이크가 아니다. ‘스테키’다. 간판에는 분명히 스테이크 전문점이라 적혀 있지만 실제 음식도 스테이크와는 거리가 제법 먼, ‘스테키’다. 한국전쟁 후 우리는 오랫동안 스테이크 대신 ‘스테키’란 이름을 썼다. 모듬구이를 주문하면 한 그릇 안에 소고기와 베이컨과 햄, 소시지, 갖가지 채소가 들어간다. 상에는 파절이, 쌈 채소와 쌈장, 케첩과 핫 소스, 머스터드소스들이 차려져 있다. 한국과 미국 ‘짬뽕’이다. 여기에 국물을 더하면 부대찌개다. 인터넷에서 부대찌개를 더 높게 평가하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부대찌개는 미국산 소시지, 덴마크산 햄, 한우 소고기에 김치를 넣었다. 여기에 인스턴트 라면을 넣는다. ‘은성집’의 ‘스테키’와 부대찌개는 한미합작의 멜팅 팟, 즉 용광로다.

삼각지에서 가장 유명한 식당을 꼽으라면 단연 ‘명화원’이다. 대를 잇는 화상의 중식당이다. 메뉴는 단출하다. 탕수육, 짜장면, 짬뽕, 만두가 전부다. 이 중 탕수육이 가장 유명하다. 선대가 개업할 당시의 명화원은 청요릿집이었다. 명화원이 개업할 무렵, 서울의 청요릿집은 고급식당이었다. 1970년대 박정희 정권의 화교 차별 정책으로 많은 화교들이 한국을 등지기도 했고, 청요릿집을 고수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졌다. 이때 한국의 청요릿집은 무너졌다. 그리고 밀가루의 유입으로 그 자리는 간편한 면 요리인 짜장면과 짬뽕이 대신하게 되었다.

메뉴를 줄인 것은 현재 사장의 건강상 이유도 있었다고 한다. 최근 들어 짜장면과 짬뽕의 맛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도 있다. 한때 불결하다고 지적받은 적도 있다. 그래도 썩어도 준치. 여전히 줄을 선다.

삼각지 ‘평양집’은 이름 때문에 냉면집으로 오해받는다. 창업주는 평양출신. 지금 주인이 인수해서 운영한 지는 30여 년. 평양집은 소의 내장을 다양하게 먹는 곱창 전문점이다. 구워먹는 양 곱창, 볶아먹는 양 밥, 끓여먹는 곰탕, 내장 수육 무침 등이 있다. 양 곱창을 주문하면 공사현장에서나 볼 법한 철근 불판이 나온다. 이 불판도 유명하다. 양 밥은 양과 깍두기 국물로 볶은 밥이다. 소고기를 먹을 때 무는 좋은 궁합이다. 발효까지 더한 깍두기이니 먹고 나서도 속이 편안하다.

내장곰탕은 점심 메뉴로 인기가 높다. 잘 손질한 내장으로 끓인 곰탕은 냄새가 나지 않는다. 이 곰탕 한 그릇을 위해 점심시간에는 줄을 서야만 한다. 점심시간에는 내장수육무침에 반주를 곁들이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내장은 수육으로 만들기 쉽지 않은 부위다. 너무 오래 끓이면 질겨지거나 맛이 다 빠져버린다.

‘한강생태’는 30여년 업력의 노포다. 대표메뉴는 생태 탕이고 오랜 기간 생태 탕으로 이름을 날렸다. 저녁에는 돼지고기가 좋았다. 역시 인기메뉴.

‘낚시태’만 고집해서 가격은 저렴하지 않다. 그물로 잡는 ‘그물 태’는 몸통에 상처가 많고 맛이 떨어지는 데 비해 낚시태는 온전하고 상태가 좋다. 여기에 10가지가 넘는 해산물로 우린 육수는 시원한 맛을 더한다. 담백하고 깔끔한 맛으로 서울 시내 최고의 생태탕이었다. 최근에는 일본 원전 문제로 생태 공수가 쉽지 않은데다 수요까지 줄어서 마늘 먹인 돼지목살을 찾는 사람이 많다. 신선한 목살에 마늘을 버무려 나온다.

족발을 우리 고유의 음식으로 착각하는 이들이 더러 있다. 그렇지 않다. 족발은 일제강점기 이후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상업화된 음식이다. 1960년대 장충체육관 부근의 피난민들이 작은 가게에서 내놓기 시작한 음식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삼각지에서 한강대교로 가다가 왼쪽의 자그마한 가게, ‘용호족발’ 역시 30년 업력을 넘긴 노포다. 족발이 인기를 끌면서 여러 족발이 나오고 있지만 늘 변하지 않고 좋은 족발을 내놓고 있는 집이다. 10여 가지 한약재로 삶은 족발이다. 부드럽고 담백한 육질과 쫄깃한 껍질이 맛있다. 녹두빈대떡을 곁들이면 좋다. 더도 덜도 아니고 늘 변하지 않는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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