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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맛집(136)] 삼성역 맛집

봉은사 저자도리의 ‘일품의 맛’

‘반룡산’가릿국밥 맑은 해장국

‘초밥왕’남춘화씨 직접 솜씨 발휘

‘양미옥’ DJ단골집으로 유명

‘곰바위’양깃머리 씹을수록 고소

황광해 음식칼럼니스트 dasani87@naver.com

한갓진 시골이었다. 바로 곁에는 뽕밭이 우거졌다. 잠실이다. 배가 남한강, 북한강을 거쳐 한강으로 들어오면 송파나루에 도착한다. 많은 사람, 물자가 송파나루를 거쳐 한양도성으로 들어왔다. 현재 삼성역이 있는 삼성동(三成洞)은 인근의 ‘닥점(저자도리)’과 봉은사(奉恩寺), 무동도(舞童島)의 세 마을을 합쳐서 삼성리(三成里)라 불렀던 데서 유래한다. ‘닥점’은 닥나무를 파는 상점이 있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제는 강남 도심이지만 의외로 유적지, 유물도 많은 곳이다. 이 일대에 가면 여러 능이나 유물 등과 더불어 봉은사의 현판은 꼭 한번 볼 일이다. 추사 김정희가 죽기 3일 전 쓴 글씨다. ‘版殿(판전)’이란 글씨는 추사의 마지막 글씨이니 결국 추사 글씨의 완결판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고졸(古拙)하면서 마치 어린 아이가 쓴 글씨 같지만 가히 신필”이라고 표현한다. 추사는 ‘版殿’을 쓰고 자신이 살던 과천으로 돌아가서 3일 후 세상을 떠났다. 낙관에 이미 자신을 ‘七十一果病中作(칠십일과병중작)’이라고 썼다. 71세 되던 해, 아픈 몸으로 병중에 썼다는 뜻이다.

인근에는 오피스타운이 형성되어 있으니 당연히 점심시간 샐러리맨들을 위한 음식점들이 많다. 코엑스 등 큰 건물들에 푸드 코트도 많이 있지만 슬슬 제대로 된 맛집들도 자리 잡기 시작한다.

포스코 건물 무렵의 ‘반룡산’은 함경남도에 있는 산 이름에서 따왔다. 폐백음식 사업을 하던 함흥 출신의 실향민 어머니로부터 아들이 음식을 배웠다. 대표메뉴는 ‘가릿국밥’이다. ‘가리’는 갈비의 옛말이다. 함경도 사투리는 아니고 전국적으로 사용하던 고어다. ‘반룡산’의 가릿국밥은 맑고 깨끗한 해장국이다. 소박하고 깔끔하다. 기호에 따라 양념을 추가할 수 있다. 맑은 쇠고기 국물에 양념한 고기 고명을 얹은 모습이다.

북한식 특히 함경도식이라고들 하지만 정확히는 태백산맥 너머의 동해안 북부지방의 음식이다. 넉넉하고 푸짐하면서도 심심한 맛이 특징이다. 왕만두는 큼직하다. 여럿이 가서 술잔을 기울이기에는 돌판 수육이 제격이다. 가자미식해도 권한다. 가자미에 좁쌀을 넣어서 삭힌 생선발효식품이다. 젓갈과는 다르다. 이 역시 함경도 음식은 아니고 동해안 중, 북부 일대의 음식이다. 특별한 맛을 따지지 않고 제대로 된 가자미, 좁쌀이면 가능하다. 가자미를 겨울바람에 조금 말린 다음 식해를 담는다. 가자미식해는 역시 겨울철이 제 맛이다.

‘남가스시’는 이미 상당히 유명한 집이다. 어느 식재료의 모델이기도 했던 ‘초밥왕’ 남춘화 씨의 초밥집이다. 오래된 듯한, 도쿄의 뒷골목에 있을 법한 인테리어다. 물론 대단한 접대가 아니라면 초밥은 별도의 룸이 아니라 열린 공간에서 조리사 얼굴을 보면서 먹는 것이 좋다. 접대용 룸도 있다.

잘 숙성한 생선살은 특유의 맛이 있다. 밥을 잘 지은 다음 초와 설탕의 비율을 적절하게 조절하면 밥 자체가 맛있다. 초밥은 “물러터지지는 않으면서 밥알 사이의 접착도를 적절하게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단맛과 신맛의 균형도 계절 별로 적절해야 한다. ‘남가스시’의 초밥은 집어 먹고 나서도 받침대에 남는 밥알이 없다.

‘양미옥’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맛집으로도 유명하다. 퇴임 후에도 김 대통령은 이집에 들렀다. 고 김 대통령이 당뇨를 만났을 때 먹었던 음식이다. 내장 부위는 모든 동물의 가장 맛있는 부위 중 하나다. 내장이 맛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내장 자체에 여러 가지 단백질과 지방, 미네랄 그리고 소화효소도 가득하기 때문이다. 그중 양은 특별히 좋다. 기름기가 적고 단백질이나 다른 미네랄들이 많다고 알려졌다. 대표메뉴는 양과 대창구이지만 점심메뉴인 양곰탕도 아주 좋다. 누린내가 나지 않고 심심하면서 깔끔하다.

‘부옥당’은 한전의 북쪽 담벼락 부근에 있는 맛집이다. 점심시간 손님이 많으면 서비스는 무너진다. 인터넷에도 불친절에 대한 불평들이 많다. 그러나 삼성동 인근에서 직장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집이다. 국산과 수입 산으로 나눠 내놓는 홍어도 좋지만 역시 나물비빔밥이 나오는 점심식사는 압권이다. 취향에 따라 밥에 나물을 올리고 된장찌개를 몇 수저 떠 넣어 비벼먹는다. 직접 담근 된장을 쓴다.

‘곰바위’는 양 구이, 속칭 ‘양깃머리’로 유명하다. 잘 구운 양은 씹을수록 고소하다. 이 외에도 소고기 부위 대부분이 있다. 마블링이 좋은 꽃등심의 인기가 높다.

‘시굴집’은 이 일대에서 보기 드문 토속적인 분위기의 음식점이다. 외관과 인테리어는 한 때 유행하던 민속주점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음식은 수준급이다. 가짓수는 적어도 반찬 하나하나 세심하게 만들어서 맛깔스럽다. 음식으로 장난치지 않는 수더분한 맛이다. 조미료와 염분을 최대한 절제했다.

‘원주추어탕’도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집이다. ‘원주복추어탕’이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면서 ‘강원도 식 추어탕’이라는 말이 유행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추어탕은 남도(호남, 영남)식과 서울식이 있을 뿐이다. 서울식은 통째로 끓이고 고추장을 쓴다. 따로 솥을 걸고 추어탕을 끓인다. 남도 식은 미꾸라지를 갈아서 된장으로 국물 맛을 낸다. 큰 솥에 추어탕을 끓인 후 한 그릇씩 퍼준다. ‘원주추어탕’은 대중적인 추어탕이다. 주문을 하면 마치 전골냄비 같은 것을 걸고 추어탕을 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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