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량 줄이는 살빼기는 오히려 해롭다
그런데, 이거 정말 위험하다. 무조건 살부터 빼자는 온 세상 ‘초여름 광란’에 정형외과 의사들은 걱정이 앞선다. 혼잣말이 저절로 튀어나온다. “애초 빼려던 지방은 안 빠지고, 근육만 줄어들면 훨씬 더 손해란 걸 알아야 할텐데…”
의사로서 가장 걱정되는 살빼기 방법 1위는 먹을 거 안 먹고 일단 굶기, 2위는 벼락치기로 갑자기 시작하는 ‘무대뽀’ 운동이다. 가족이나 친구들이 갑자기 잘 먹던 밥을 안 먹고 헬스클럽에서 두 세 시간 넘도록 귀가하지 않는다면 일단 뜯어말려야 한다. 금세 건강에 적신호가 켜질 위험이 크기 때문.
우리 몸 외부를 구성하는 것은 대부분 근육과 지방인데, 남자와 여자를 놓고 보면 여자가 지방 대비 근육량이 적다. 그래서 일상생활이나 가벼운 운동을 하면서 발달되는 근육량 또한 여자가 적다. 반면에 활동이나 운동량이 적어졌을 때 근육감소 속도는 여자가 더 빠르다. 여성 입장에선 이상하고 억울하겠지만 이게 현실이다.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 건강의 길이 보인다.
어떤 연구결과를 보면 운동을 하지 않은 여자는 10년 단위로 1kg 이상씩 근육이 자연스레 줄어든다고 한다. 다른 연구에서는 전체량의 3~5% 정도씩 감소한다고 한다. 비록 그 수치가 정확하지 않더라도 나이가 들수록 여성은 급격하게 근력이 약화된다. 바로 그 이유로 여성들은 관절통증, 근육염증, 골다공증, 비만을 남성보다 더 많이 경험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정말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 단기간에 살을 빼기 위해 단식이나 소식을 하게 되면 지방보다는 근육이 더 많이 감소한다는 것. 이렇게 해서 일단 균형이 무너지면, 이후 신체의 균형을 되찾기가 매우 어렵다. 또한 근육질환, 인대질환, 골다공증 등 다른 신체 질환을 불러올 수 있다. 따라서 체중감량을 위한 단식은 가능하면 피해야 한다. 대신에 이전 식사량의 2/3 정도로 섭취를 줄이면서 균형 잡힌 영양소 위주로 식단을 짜는 게 좋다.
결국 적절한 식사량으로 근육을 유지하면서 운동을 하는 게 좋다는 뜻이다. 즉 근육이 발달한 사람은 기초대사량(쉬고 있어도 소모되는 열량)이 크기 때문에 근육량만으로도 체중유지 및 감량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문제는 근육량도 적은 사람이 살 뺀다고 지방만 몽땅 빼는 위험한 운동만 골라서 하는 것이다.
운동이 체중감량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부정하는 게 아님을 이해하기 바란다. 하지만 운동을 시작할 때 누군가와 경쟁하듯 단기간의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효과극대화를 위해 통증을 느끼면서 하는 운동도 좋지 않다. 근육이나 인대 손상은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운동을 막 시작한 사람들에게서 대부분 발생한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정형외과 의사 입장에서 추천하는 전신운동법이 뭐냐는 질문을 자주 받곤 한다. ▦처음에는 주 3회 정도 하루 3~40분 정도 고정식 자전거 타기 및 스트레칭을 해준다. ▦여기에 가볍게 20분 정도 걷기를 추가하면 좋다. 이 정도 운동량이 각 관절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고 확인되면 그 때부터는 ▦ 주 5회로 횟수를 늘린다. 그리고 ▦ ‘코어운동’이라고 불리는 신체중심 강화운동을 덧붙여 해준다.
코어운동은 모든 운동의 기본이 되는 척추 주변근육과 복부 주변근육을 강화시켜준다. 인터넷 검색결과 중에 몇 가지 동작만 골라 꾸준히 실행해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렇게 차근차근 단계를 높여가며 상체와 하체 각각의 근육을 강화시키는 웨이트 운동을 해줘야 근육염증을 예방할 수 있다. 근막통증 증후군도 마찬가지다.
정형외과 의사 입장에서 가장 적절한 체중감량은 1개월에 약 0.5~1kg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수준을 넘어 무리하게 살빼기를 하면 근육과 뼈의 이상을 어느 정도는 각오해야 한다. 초여름에 여름 한 철만 준비할 일은 아니라는 거다. 몇 년 뒤의 건강과 중장년 이후, 노년의 건강까지도 고려하면서 중장기적 안목을 키워볼 일이다. 인생은 말 그대로 마라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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