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완할 점 많아… 만능치료법으로 오해 말아야

60대 초반 남자 환자가 진료실로 들어온다. 정형외과 전문의인 필자에게 그 동안 다른 병원에서 받아왔던 치료과정을 담담하게 읊조린다. 다음은 그 환자의 길고도 복잡한 회상이다. “몇 년 전부터 대학병원을 다녔는데, 퇴행성 관절염이라고 합디다. 약을 꾸준히 먹긴 했는데 속이 쓰리고 차도가 없어서 다른 종합병원을 갔네요. 그랬더니 MRI 찍고나서 ‘관절염이 꽤 진행 되었다’며 연골주사를 놓아줍디다. 근데 그거 맞고도 별로 시원치가 않았어요. 해서 다른 관절전문병원을 갔지 않았겠습니까. 거기서는 피를 뽑아 다시 주사하는 PRP 주사라는 걸 몇 번 맞았는데 차도가 없어요. 그런데 그 병원에서 이번엔 줄기세포 주사를 맞자고 하네요. 참 나 원! 그러던 중, TV에서 원장님을 보고 이 병원에 오게 됐네요. 복잡하죠? ”

그랬다. 그 환자의 사연은 복잡하지 않은 일을 복잡하게 만들어버린 ‘어쩔 수 없는 복잡함’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형외과 무릎전문의 입장에서 볼 때, 환자가 다녔던 병원 숫자와 치료기간의 차이는 조금씩 있겠지만 관절염 환자들은 흔히 이런 일을 겪으며 산다. 특히 수술이 싫고 무서운 환자들은 이 환자와 별 차이 없는 경험을 대부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퇴행성관절염이라는 병이 한 방에 치료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불어 인공관절수술이 관절염환자에게 주는 느낌은 한마디로 ‘공포’라고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줄기세포 연골재생’이라는 치료법이 연일 매스컴에 오르내리고, 환자들 사이에선 입소문의 파도를 타고 빠르게 전파되고 있는 모양이다. 관절염환자들은 “이게 내가 찾던 바로 그거야” 라며 무릎을 치며 반기는 모양새. 모두가 기다리던 신기술이요, 관절염을 한 방에 낫게 해줄 것 같은 전가의 보도처럼 광고되는 현실에선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 수도 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줄기세포 연골재생은 정말 그 소문대로 이름값을 하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숱하게 겪어온 거품 가득 낀 과장광고일 뿐일까? 이 궁금증에 대한 해답은 어떻게 보면 무릎에 힘이 빠질 정도로 간단하다. “적절하게 쓰면 신기원이고, 기대치가 높으면 신기루다.”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 세상에나! 그런 말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그런데 안타깝게도 정형외과 전문의 입장에서 볼 땐 단언컨대 “‘그렇다!”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만 찬찬히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줄기세포라는 것은 그 자체로만 보면 정말 대단한 발견이다. 주변조직에 따라 그 조직이 무엇이든지 그것으로 분화되어 자라나기 때문. 우리가 아무리 대단한 것을 무한정 먹더라고 단 1%도 만들어 낼 수 없는 게 바로 연골. 하지만 줄기세포는 아주 쉽게 연골로 변하며 자라난다. 그런데 바로 여기에 문제가 있다. 줄기세포를 연골이 없는 부위(아픈 부위)까지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그 능력이 발휘될 수도 안 될 수도 있다는 것.

처음에 의사들은 이 무궁무진한 능력을 가진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리고 추출에 성공한 후에는 이것을 어떻게 연골이 없어진 부위에 머무르게 할 수 있는가를 연구했다. 현재는 여기까지 성공한 상태. 즉, 적절한 숫자의 줄기세포를 추출한 뒤, 접착제와 같이 섞어서 연골이 없어진 부분에 시멘트처럼 발라준다. 이후 2달 동안 안정하면 주변 연골과 똑같이 단단한 연골로 만들어지게 된다는 것.

그런데 문제는 이런 능력을 활용해서 관절염을 치료하려면 엄청난 숫자의 줄기세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까지의 연구에서는 1억 개의 줄기세포를 무릎관절에 주사로 뿌려주면 정상 두께의 15% 정도가 재생된다고 밝혀져 있다. 즉, 줄기세포 숫자를 엄청나게 많이 빼낼 수 있다면 수술하지 않고도 주사요법만으로 ‘연골 완전 재생’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1억 개라는 줄기세포는 연구실에서 최상의 조건에서 대량 생산까지 염두에 두지 않고 추출해 낸 숫자이다. 줄기세포를 10억 개까지 추출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남겨진 첫 번째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어서 두 번째 과제는 가격이다. 현재 수술에 사용되는 줄기세포숫자가 750만개 정도인데, 가격은 500만원을 훌쩍 넘어간다. 이를 감안할 때 완전한 연골재생에 필요한 10억 개의 줄기세포 추출가격은 단순 계산해도 5억원이 넘는다. 5억원이 넘는 돈을 무릎연골재생에 쓸 수 있는 사람은 전 세계적으로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를 간단하게 정리해보면, 줄기세포를 사용해서 연골을 재생시킨다는 것은 아직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물론 불가능하다는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도 줄기세포 연골재생에 대한 이견은 의학계 내부에서도 분분한 것이 현실이다. 앞서 언급한 내용은 정형외과 무릎 전문의인 필자의 양심에 따른 솔직하고도 허심탄회한 의견 정도로 이해해준다면 좋을 것 같다.

이제라도 관절염 환자들은 줄기세포 연골재생을 둘러싼 2014년의 현실을 좀 더 냉철하게 이해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물론 줄기세포를 사용하고 연구하는 의사들은 관련 연구를 지속할 것이다.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고, 나아가 원래대로의 건강을 찾아주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바로 의사들이기 때문이다. 이 자리를 빌려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모든 분들의 쾌유를 기원한다. 달려라병원 손보경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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