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맛과 고품격 음식들 조화

은마아파트 지하상가의 칼국수 ‘채근담’ 유기농 채식전문

‘시래옥’ 시래기 주재료 사용… ‘홍운장’ 가장 유명한 중식당

황광해 음식칼럼니스트

‘한티’ ‘한티마을’은 당연히 시골의 한적한 마을이었다. 한글에서 ‘한’은 ‘크다’는 뜻이다. 한자로는 ‘대(大)’가 된다. ‘티’는 재, 고개 등을 뜻한다. 한자 ‘치(峙)’로 표현한다. 대치동은 한티, 한티마을에서 시작된 이름이다.

경기도 광주군에 속했다가 서울 성동구가 된 다음, 강남 일대가 개발되면서 강남구에 속하게 되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삼성역에서 남쪽으로 고개를 넘으면 대치동 일대다. 삼성역 주변인 포스코 빌딩 주변도 대치동이다. 대치동은 예나 지금이나 넓은 지역이다.

이 일대에서 가장 오래된 은마아파트는 지하상가도 유명하다. 서울 강남 특히 대치동 일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대부분 ‘은마아파트 지하상가’에 대한 추억이 남아 있다. 지하상가에서 떡볶이, 도넛, 수제비, 칼국수 등을 먹었다.

아직도 남아 있는 은마아파트 지하상가의 맛집은 ‘산월수제비’다. 메뉴는 딸랑 수제비, 칼국수, 칼제비 정도다. 지하상가에 제법 넓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래도 늘 줄이 길게 늘어서는 집이다. 음식이 나오는 속도도 빠르고 손님들도 음식만 먹고 나면 바로 나가기 때문에 대기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다. 수제비를 맛보면 딱히 별다른 점을 찾기도 어렵다. 왜 이 수제비가 인기가 있는지 찾아내기 힘들다는 뜻이다. 그러나 다른 집과 비교하면 금방 그 이유가 드러난다.

이 집 수제비의 가장 큰 매력은 ‘주문받고 나서 즉석’으로 끓여낸다는 점이다. 게다가 늘 손님이 복작대니 불을 새로 피우거나 새로 냄비를 거는 일도 없다. 화력이 좋고 또 일정하니 가루 음식인 수제비와 칼국수는 맛있다. 잘 반죽한 수제비와 칼국수는 밀가루 특유의 풍미가 잘 살아있고, 푸짐하다. 게다가 주문할 때 미리 ‘많이 달라’고 이야기하면 그야말로 ‘곱빼기’를 준다. 가격은 같다.

삼성역에서 대치동으로 넘어가는 길 오른쪽의 ‘채근담’은 채식전문식당이면서 사찰음식 냄새도 난다. 한식을 통해서 외국인에게도 어필하는 ‘자연식단’을 추구한다. 깔끔하고 품위 있는 인테리어는 손님접대에도 적절하다. 실제 크고 작은 모임들이 잦다. 전통 소품으로 군데군데 장식을 했지만 촌스럽거나 경박하지 않다. 그릇에도 세심함이 돋보인다.

최상품 유기농 채소만을 사용하고 찌거나 조림 요리들이 대부분이다. 채식이 맛있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엉버섯들깨탕’이나 ‘더덕탕수’같은 메뉴들이 인기 있다. 소박하지만, 손은 많이 가고 차려내기 번거로운 음식들이다.

‘그란구스또(Gran Gusto)’는 이탈리아 어로 ‘Good Taste’라는 뜻이다. 좋은 맛을 지닌 좋은 음식쯤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식당 내에 작은 정원도 있다. 1층은 식사 위주로 2층은 와인 위주로 운영한다.

오너 셰프의 레스토랑답게 데일리 메뉴(Daily Menu)가 있다. 데일리 메뉴는 추천 메뉴로 바꿔도 좋을 정도. 그날 장을 본 신선한 재료로 만든다. 직접 구운 식전 빵이 입맛을 돋운다. 신선한 재료를 구하지 못하면 만들지 않는 메뉴가 있는 집은 일단 믿을 수 있다.

‘그란구스또’를 가장 유명하게 만든 메뉴는 생멸치 파스타이다. 매일 수산시장에서 구입해 손수 다듬는다. 매일 내놓을 수 있는 메뉴가 아니니 반드시 미리 확인을 해두는 편이 좋다. 고등어 파스타도 인기다. 올리브 오일로 풍미를 더했다. 간단한 전채요리들도 인기 있다. 주말에는 세트메뉴만 가능하다.

‘시래옥’은 시래기를 주재료 한 음식을 내놓는다. 식사를 주문받은 즉시 압력솥으로 밥을 짓기 시작한다. 슬로 키친(Slow Kitchen)인 동시에 헬스 키친(Health Kitchen)이다. 고등어조림이나 불고기 같은 단품 메뉴도 있다. 기본 찬은 대부분 나물이다. 취향에 따라 나물을 더 넣어 양념간장이나 된장으로 간을 해서 비벼먹는다.

‘홍운장’은 대치동에서 가장 유명한 중식당이다. 대구에서 시작, 서울로 상경했다. 상경한 지도 어느덧 30여 년이다. 벽면에는 대구 시절의 사진이 걸려 있다. 옛날식 자장면도 유명하지만 홍운장의 대표 메뉴는 역시 짬뽕이다. 화려한 고명은 없지만 기본에 충실한 짬뽕이다. 점심시간에는 해장으로 짬뽕을 찾는 이가 많다. 탕수육도 인기 있다.

‘우래옥’도 대치동 일대에서 많이 찾는 곳이다. ‘을지로 우래옥’이 본점, ‘대치동 우래옥’이 분점으로 알려져 있지만 대치동의 ‘우래옥’은 새로운 곳이라고 보는 편이 맞다. 음식도 다르다.

은마아파트 지하상가의 유명한 떡볶이집이나 떡집들은 아직도 몇몇이 남아 있다. 별도로 이름을 밝히지 않더라도 가봐도 좋겠다. 고만고만하게 수준급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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