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풍의 빅토리아 메모리얼.
콜카타는 이방인의 흔적이 서린 낯선 도시다. 영국풍의 정제된 건물과 인도 뒷골목의 지난한 삶은 한 공간에 뒤엉켜 있다. 인도 동부, 갠지즈강의 지류인 후글리 강변을 지나면 낡은 트램이 도시의 과거와 현재를 묵묵히 가로지른다.

정제된 건물… 런던 골목을 걷는 듯

콜카타에서는 단아한 유럽풍 건물들이 도시를 채색한다. 런던의 한 골목을 걷고 있다는 상념을 부추기는 것은 용도를 달리하며 도심 속에 나란히 도열한 건축물들이다. 분명 인도의 중심도시가 맞는데 도심을 가로지르는 트램이나 택시, 이태리제 피아트 차량들은 눈을 어지럽게 현혹시킨다. 동인도 회사가 있었던 ‘비비디 박’ 거리에는 주정부 건물이 들어섰고, 고풍스러운 건물 옆 커다란 연못에서는 주민들이 한가롭게 몸을 씻거나 낮잠을 즐기는 풍경이다.

유럽풍 건물 중 ‘빅토리아 메모리얼’은 콜카타의 상징같은 존재다. 빅토리아 여왕을 추모하기 위해 만든 기념관은 본 건물은 영국식으로 지어졌지만 돔은 인도 무굴식이며 내부는 영국 왕실의 역사와 업적을 담아내고 있다.

100년 세월의 트램과 노란 택시

쉬딸나뜨지 자인교 사원.
도심의 좁은 골목길에는 오래된 트램이 오간다. 인도 내에서 트램이 있는 도시는 콜카타가 유일하다.. 최근 들어 새롭게 단장했다고 하지만 털털거리는 느린 속도에 투박한 외형은 여전하다. 1870년대에 개통된 트램은 그 역사가 100년을 훌쩍 넘어선다. 식민지 시대 때는 트램이 두칸으로 나뉘어 운행됐다고 한다. 두 칸 짜리 트램은 남아있어도 그때처럼 계급, 남녀의 자리 구분을 두고 있지는 않다. 번쩍이는 노란색 택시의 행렬 역시 콜카타의 이질감을 증폭시킨다. 콜카타의 도로는 온통 몸통이 노란 택시로 채워진다. ‘블랙’이 뒤섞인 델리나 뭄바이의 택시와는 또 다른 모습이다.

후글리 강을 향해 북쪽으로 향하면 오래된 도시의 장면이 꺼풀을 벗어낸다. 교각 없는 투박한 하우라 다리는 흙빛 후글리강을 외롭게 가로지른다. 콜카타 주민들에게 후글리 강은 신성한 존재다. 해질녘 목욕을 하거나 성물을 바치는 행위가 강둑에서 펼쳐진다. 하우라 다리 동쪽 아래로는 대규모 꽃시장이 들어서 있는데 미로 같은 골목사이로 꽃시장과 시장에 기대 사는 서민들의 가옥이 다닥다닥 공존한다.

종교와 서민의 삶이 어우러진 풍경

유럽풍이든 서민적 삶이든, 단절된 것들을 담아내는 게 종교다. 콜카타에 흩어져 있는 인도 사원들 중 쉬딸나뜨지 자인교 사원이나 깔리 힌두교 사원은 도시를 채색하는 화려한 건축물들이다. 인도 동부 사원 중 최고라는 평을 듣는 쉬딸나뜨지는 오밀조밀한 색으로 단장된 섬세한 장식들이 시선을 끈다. 1년 마다 한번 보름에 펼쳐진다는 자인 페스티벌 때는 사원 일대가 흥청거린다. 깔리 사원은 동부 벵갈 양식의 독특한 외관이 돋보인다.

콜카타는 빈민을 위해 생애를 바쳤던 마더 테레사와 시인 타고르의 흔적이 담긴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는 동네 이발소에서 머리를 손질하는 장면도 정겹고 아침이면 짜이 한잔을 마시는 모습도 친근하다. 계급적 차이에 상관없이 인도인들은 차 모금을 공유하며 일상생활의 평화를 함께 나눈다.

유럽 분위기가 혼재된 콜카타의 도심.
늘 상상했던 인도의 모습 외에 또 다른 낯선 단상들은 여행자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인도에서의 ‘낯섦’의 명제는 긴 꼬리표 같다. 무심코 거리에 나서면 어젯밤 겪은 생소한 장면과는 또 다른 풍경이 고집스럽게 쫓아 다닌다.

여행메모

가는길=한국에서 콜카타까지 직항편은 없다. 방콕 등을 경유하는게 일반적이다. 인도 항공사 제트 에어웨이즈가 인천~방콕~콜카타 구간을 운항한다. 인도 입국에는 비자가 필요하다.

음식=인도에서는 밥 보다 빵이 일상적이다. 서민식에 속하는 짜빠티나 고급에 속하는 난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빵들은 카레와 곁들여 먹으면 맛이 좋다.

기타 정보=인도의 대표적인 공용어인 힌디어는 인구의 40% 정도만 사용할 뿐이다. 오히려 상용어로는 영어가 편리하게 이용된다. 인도의 전원 플러그는 한국과 호환이 가능하다. 인도 화폐 1루피는 약 25원. 달러, 유로가 있으면 호텔에서 환전할 수 있다.

서민들의 삶이 담긴 후글리 강변.

콜카타의 자인 페스티벌.

글 사진 서영진(여행칼럼니스트) aularg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