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에게 물 다음으로 많은 단백질은 살과 콜라겐과 케라틴(손톱)을 만드는 재료다.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생리대사에서 촉매로 사용되는 효소가 바로 단백질이라는 점이다. 단백질의 최종 분해 물질은 아미노산이고, 아미노산을 구성하는 물질은 아데닌(A), 구아닌(G), 시토신(C), 우라실(U, DNA에서는 티민(T)) 이라는 4가지 질소 염기로 이들 염기가 3개 모여서 아미노산을 만든다. 우울증을 치료하는 세로토닌을 합성하는 아미노산인 트립토판은 UGG 3개의 염기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놀라운 사실은 대부분의 생명체에 있는 아미노산 구성 물질이 위의 4가지 질소염기로 동일하고 이들로부터 만들어진 아미노산도 대동소이하다는 사실이다. 만약 이들의 구조가 우리 몸을 이루는 것과 다른 질소 염기라면 이들을 더 잘게 분해해서 우리 몸에 맞는 4종류 중 하나의 질소 염기를 따로 만들어야 하는 번거로움과 추가 에너지 대사가 필요하게 되는 데 이를 생략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아마도 모든 생명체가 한 개체로부터 진화되어 그런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우리가 섭취하는 육류, 생선, 게맛살 같은 단백질은 모두 우리 몸과 같은 4가지 질소염기로 되어 있고 이들의 조합에 의해서 똑같은 아미노산을 가지므로 아미노산 단위까지 분해하면 그대로 우리 몸에 흡수된다는 뜻이다. 점심을 먹으면 음식물을 소화하기 위해서 여러 종류의 단백질로 구성된 효소가 필요하고 점심을 먹는 동안 우리 몸은 소화 효소를 만들기 위해서 위장의 세포에게 효소를 만들라는 지령을 하달하고 세포 내 핵 속의 DNA는 그 명령을 받아 무수히 많은 아미노산을 만들고 결합해서 단백질로 된 효소를 대량으로 만들어 위장내로 공급해서 제 때 소화되게 한다.

소화효소가 부족하면 속이 역시 더부룩하게 되고 오랫동안 음식물이 위장에 정체됨을 알 수 있다. 이때는 약누룩이라고 부르는 신곡(神麴)과 역시 보리의 여문 씨앗을 싹을 틔워 말린 보리길금인 맥아(麥芽)를 사용한다. 신곡은 밀가루를 먹고 소화가 안될 때 쓰고, 맥아는 밥을 먹고 소화가 안 될 때 주로 쓴다. 누룩이나 길금 모두 발효 효소다. 식혜를 만들 때 엿길금을 사용하면 밥알이 삭아 물위로 둥둥 뜨는 원리와 같은 이치다. 위장을 튼튼하게 하는 또 다른 한약으로는 계내금(鷄內金)이 있다. 닭의 위장의 속껍질을 말린 것이다. 위점막으로 소화효소와 위산 분비에 효과가 있으며 숙식(宿食, 오래된 체기)에 사용할 수 있다. 무씨 즉 나복자(蘿蔔子)는 더부룩해서 가스가 차고 소화가 안될 때 쓰는 데 기운이 가라지는 사람에게는 쓰기가 부담스럽고 체격이 건장한 사람에게 쓸 수 있다. 소화가 안될 때 생무를 먹으면 맵고 단 성질 때문에 금방 소화가 되는 것과 같다. 위장은 음식물을 받아들여서 아래위에 있는 유문과 분문을 닫고 위장을 하나의 밀폐된 주머니로 만들어서 맷돌같이 음식물을 으깨고 부수는 역할을 한다. 체질적으로 허약하게 태어났거나, 육체적, 정신적으로 과로하거나, 식사시간이 불규칙하거나, 간식 같은 것을 너무 자주 먹게 되거나, 특히나 야간에 음식을 많이 먹고 마셔서 위장이 병들게 되면 위장(胃臟)의 기운이 손상되어 이런 일을 못하게 된다. 그 결과 음식물이 안 갈려져서 소화가 안 되고 부패하게 되어 가스가 차고 빵빵하게 될 수 있다. 이것을 기불승곡(氣不勝穀)이라 한다. 내 기운이 곡식의 기운을 항복시키지 못했다는 뜻이다. 기불승곡의 결과는 토(吐)하거나 설사(泄瀉)를 시켜 섭취한 음식을 밖으로 배출하는 것이다. 토사(吐瀉)는 불편하겠지만 위장을 보호하기 위한 인체의 좋은 메커니즘임을 알 수 있다. 소화는 소화제만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비주사말(脾主四末)이란 한의학 용어가 있다. 입맛과 관련된 비장의 기운은 사지 말단을 움직여서 일하면 스스로 좋아진다는 뜻이다. 하루 종일 아무 일도 없이 방안을 뒹굴거나 움직이지 않고 머리만 쓰면 당연히 입맛이 없고 먹어도 소화가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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