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칭찬하는 바람직한 유행, ‘비타민D’

유행(流行)에 대한 첫 번째 사전적 정의는 ‘전염병이 널리 퍼져 돌아다님’. 두 번째가 ‘특정 행동양식과 사상 따위가 일시적으로 널리 퍼져나가는 현상’이다. 필자의 칼럼은 바로 두 번째에 해당된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너도 나도 앞뒤 가리지 않고 맹목적으로 흐름을 추종하는 것은 전염병에 버금가는 위험한 일이 될 것이다. 유행에 대한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정형외과 전문의인 필자는 정형외과 분야에서 ‘유행(流行)이라고 쓰고 광풍(狂風)이라고 읽어야만 되는 현상’을 몇 번 목격한 적이 있다. 의학과 건강 분야는 예상보다 유행의 바람이 거센 곳이다. 특히 건강보조식품 분야는 입소문을 타기만 하면 대한민국 전체가 그 단일 아이템 때문에 들썩이는 광풍이 몰아치기도 한다. 지난 10여 년 동안 정형외과분야에서 초강력 태풍 수준으로 우리나라를 강타한 대표적인 아이템이 바로 글루코사민과 푸른입 홍합이다. 지금은 그 효능에 의문을 제기하는 수많은 과학적 근거들 덕에 인기가 거의 소멸됐지만, 그 여풍은 미약하나마 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까지도 필자의 병원을 찾아와 글루코사민 처방을 해달라는 환자가 있었으니 말이다.

2014년 현재, 의학 건강분야 유행의 한 중심에 비타민이 우뚝 서 있다. 방송과 신문 그리고 인터넷이 모두 나서 비타민의 중요성을 칭송하기 바쁘다. 의사들도 방송에 출연해 비타민의 효용을 주제로 삼아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낸다. 그 중에서도 최근엔 비타민 D가 으뜸 아이템인 것 같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의사들이나 구루병을 앓는 환자 정도만 알던 비타민D에 대한 내용을 지금은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가 됐다. 그 중 상당수는 이미 약을 먹거나 주사로 비타민D를 보충하고 있는 현실이다.

비타민 D는 햇빛을 쬐면 자연적으로 우리 몸이 만들어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음식을 통해서는 보충하기가 쉽지 않은 비타민이기도 하다. 비타민D가 풍부한 음식을 꼽자면 등푸른 생선, 치즈, 버섯 등이다. 비타민 D는 우리 체내에서 칼슘과 인이라는 영양소 흡수와 대사를 도와 뼈와 근육의 성장과 형성을 돕는다. 최신 연구결과에서는 암(유방암, 대장암, 림프종 등), 심장질환, 고혈압이나 생식능력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지고 있다.

필자가 병원에서 많이 만나는 무릎이나 척추가 편치 않은 환자들은 대개 병이 오래된 경우가 많다. 따라서 근육이나 뼈가 약하다. 몸이 아파서 바깥 활동을 자주 할 수 없다보니 자연스레 햇빛을 쬘 시간이 현저히 줄어든다. 비타민D 부족현상이 당연히 생기게 된다. 그래서 필자는 수술을 앞두고 있거나 수술을 마친 환자들 그리고 실내에서만 장시간 일하는 직업을 가진 환자분에게 비타민D 보충을 적극 권하는 편이다.

비타민 D의 부족을 치료하는 방법은 약을 먹거나 주사를 맞는 것이다. 약은 매일 먹어야 하기에 거르기 쉬워 치료효과가 조금 떨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보다 효과를 명확하게 보려면 간단하게 근육 주사로 보충하는 방법도 있다. 필자 역시 오랫동안 진료실과 수술실에서만 일하는 의사라는 직업 탓에 비타민D 수치가 많이 낮다. 그래서 필자도 주사치료로 비타민D를 보충했다. (의사도 아프면 주사를 맞는다. 신기한가?)

유행은 살아가면서 지치고 무료해진 기분을 좋게 해주기도 하고 몸에 새로운 에너지를 공급해 생기를 되찾게 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맹목적인 추종은 돈 낭비와 시간 낭비 그리고 허탈함을 낳는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다만 현재의 유행이 내 건강에 대한 것이라면, 과학적 근거가 명확하고 의사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크게 없다면 따라 해도 좋다.

그런 의미에서 비타민 D는 좋은 유행이다. 필자의 생각엔 건강을 위해 한 번 따라 해도 좋을 바람직한 유행이 아닐까 싶다. 이번 가을엔 뼈와 근육의 건강을 위해 비타민D라는 유행을 받아들여보는 게 어떨까? 물론 실내자전거 타기 같은 뼈과 근육에 좋은 훌륭한 운동을 포기하고 약만 드시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아픈 몸은 적절한 활동(운동처방)과 약이라는 두 개의 바퀴로 굴러가야 건강한 몸이라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달려라병원 손보경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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