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에도 순서가 있다

정형외과 어깨질환 전문의인 필자가 주로 진료하는 분야는 말 그대로 어깨. 그러다보니 필자의 환자 대부분은 나이와 관련이 깊다. 심한 어깨질환은 젊은 사람에게는 비교적 드물고 대부분 50대 이상에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오십견'이라는 의학용어도 아닌 유행어까지 생겨났을까?

하지만 가끔은 젊은 사람이 상당한 어깨질환 '포스'를 내뿜으며 진료실에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운동으로 다져진 '건강해 보이는' 어깨를 붙들고 고통스러운 얼굴로 병원을 찾아오는 20대가 바로 그런 경우. 이런 부류는 하나같이 모든 남자들의 로망인 떡 벌어진 어깨를 갖고 있다. 게다가 초콜릿 복근과 튼실한 하체까지 자랑한다. 간단한 진찰 후에 걱정스런 말투로 "상태가 심각하니 좀 더 정확한 검사가 필요하다"라고 하면 다들 소스라치게 놀란다.

죽도록 노력해서 튼튼하고 멋진 몸을 만들었는데, 이게 웬 소리인가 싶은 뜨악한 표정들이다. 그 동안 운동할 때마다 조금씩 어깨가 아팠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었다는 게 그들의 한결같은 고백이다. 그들은 그런 통증이 오히려 운동효과가 조금씩 나타나는 증거라고 믿고 있었다는 거다. 검사를 해보면 이런 사람들 중 상당수는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진행된 '회전근개 파열'인 경우가 많다. 건강한 몸을 위해서 그토록 노력했는데, 왜 이런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난 걸까?

그건 바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운동순서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무작정ㆍ 깡으로ㆍ악으로 운동을 했다는 거다. 결론적으로 말해, 운동에도 순서가 있다. 몸짱열풍이 광풍이 되어버린 요즈음, 많은 사람들이 근육의 외형에만 초점을 맞춰 운동한다.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한 뒤에 거울에 비친 자신의 부풀어 오른 멋진 근육을 보며 흐뭇해하는 당신의 모습이 바로 그런 경우에 해당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근육들은 대부분 관절 겉 부분에 있는 큰 근육이다. 주로 힘을 쓰는 근육들인 경우가 많다. 이런 근육들은 보기에 좋고 운동의 효과를 금방 느낄 수 있는 것들이지만, 정작 일상생활에서 그렇게 중요한 근육은 아닌 경우가 많다. 자칫 너무 운동을 할 많이 할 경우 관절이 망가질 가능성이 높다. 정말로 중요한 근육들은 오히려 겉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는 작은 근육인 경우가 많다. 이들은 주로 관절의 안정성을 담당한다.

어깨의 경우 회전근개라는 힘줄이 있는데 어깨병은 주로 이곳에 발생한다. 삼각근, 이두근, 삼두근 같은 큰 근육을 키우기 전에, 반드시 먼저 작은 근육인 회전근개 근육을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 회전근개 근육은 관절의 안정성을 담당하기 때문에 만약 회전근개근육이 약한 상태로 겉 근육 운동만 하면 관절의 불안정성이 생겨 밸런스가 무너지고 과부하가 걸리게 된다. 최근 '코어운동'이라는 말이 유행인데. 이는 척추에서 주로 많이 쓰이는 말이다. 이 역시 척추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작은 근육을 먼저 튼튼하게 할 것을 강조하면서 생긴 말이다.

하지만 작은 '속 근육 운동' 보다 더 중요한 운동이 또 있다. 바로 관절 운동 범위 운동이다. 관절의 운동범위가 부족한 상태에서 작은 근육이든 큰 근육 운동을 한다면 통증이 발생하기 쉽고, 더 빠른 관절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 관절의 운동범위를 넓혀주는 운동은 흔히 말하는 스트레칭 운동으로 대부분 준비운동 중에 필수적이다. 운동하려는 관절이 굳어 있다면 운동범위가 어느 정도까지 회복될 때까지는 근력운동은 금물이다. 자칫하면 심한 통증과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나빠질 수 있다. 헬스나, 축구, 농구, 골프 등 어떤 운동을 하든지 충분한 스트레칭 운동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설명한 부분을 운동 순서대로 정리해보면, 첫째는 스트레칭 운동을 통한 정상 관절운동범위의 회복, 둘째는 관절 속에 위치한 작은 근육 운동, 셋째는 겉에 드라난 큰 근육의 순서이다. 운동 순서를 잘 지켜 모두들 정형외과적인 부작용이 없는 몸짱이 되길 기대한다. 달려라병원 박재범 원장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