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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병원&착한 달리기] 골다공증은 예고 없이 온다

60대 여자 환자가 정형외과 진료실에 들어옵니다. 오래 전부터 허리가 아팠다고 합니다. 언제부터인지, 일상에서 어떤 때 가장 통증이 심한지, 그 동안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 등등 한참 동안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습니다. 그러고 나서는 당연한 걸 왜 묻느냐는 식으로 쾌도난마 단도직입의 마지막 멘트를 날립니다. "내가 골다공증이 하도 심해서 이렇게 허리가 아프다니까요, 글쎄…" 이어서 의사를 대신해 처방을 언급하며 마무리. "골다공증 약이나 좀 처방해주세요∼"(얼쑤~ 뚝! 따딱! )

이런 상황을 겪어보지 않은 의사는 아마 거의 없을 것 같군요. 맞습니다. 매우 흔한 일입니다. 이럴 땐 의사는 앉아서 북을 치는 고수가 되고, 환자가 주인공이 되어 판소리를 하는 느낌이 듭니다. 그렇습니다. 주객이 전도된 것이지요. 물론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요즘 유행하는 무슨 '갑을 관계'같은 것은 절대로 아닐 것입니다. 갑질이니 을질이니 하는 유행어를 들먹이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본인이 직접 진단과 처방을 내리면서 의사에게 끼어들 여지를 허락하지 않는 환자. 그런 환자 앞에서 의사는 '셀프 오진'을 뒤집을 반전의 타이밍만 노리게 됩니다.

마침내 겨우 한마디 조심스레 건넵니다. "골다공증이 있어도 골다공증 자체는 증상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필자의 이런 설명에 환자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습니다. 그리고 되묻습니다. "골다공증 약만 잘 먹으면 허리 통증도 좋아지는 거 아닌가요? 난 그렇게 알고 있는데…."

이 환자는 골다공증이 어떤 병인지는 대충 알지만, 이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편견을 동시에 지닌 케이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골다공증이란 질환이 매스컴에서 가장 많이 다루어지는 소재이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합니다. 또한 노인 환자들이 가장 관심이 많은 병이라는 이유도 있을 수 있겠군요. 그래서 간략하게 다시 설명드립니다. 골다공증은 뼈의 강도가 약해지는 병입니다. 원인은 물론 다양합니다. 여성의 경우에는 폐경 후에스트로겐 감소, 동반된 내과 질환, 골다공증을 일으키는 약제 등이 원인입니다. 물론 알코올과 흡연도 영향을 미칩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골다공증은 기본적으로 무증상입니다. 뼈가 약해진다고 해서 허리통증을 일으키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왜 골다공증이 있으면 치료를 해야 되나요? 그건 바로 골다공증에 의한 2차적 문제발생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뼈가 약해지면 골절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특히 척추의 경우 골다공증이 심하면 경미한 외상에도 척추골절이 쉽게 일어납니다. 그래서 골다공증이 심한 환자는 재채기만 크게 했는데도 뼈가 부러지는(=골절)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골다공증의 치료는 운동, 식이요법, 약물치료 등 3박자가 적절한 균형을 이루어야 합니다. 운동을 꾸준히 하면 뼈의 구조를 잘 유지할 수 있고 골재건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적절한 칼로리, 단백질, 칼슘과 비타민D 섭취 같은 식이요법도 무척 중요합니다. 또한 약물치료의 적응증에 해당되는 경우 의료기관의 처방을 받아서 약물을 같이 복용하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제 마무리입니다. 골다공증은 그 자체로 뼈가 아픈 것은 아닙니다. 그 때문에 골절이 쉽게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예방하고 치료해야 되는 질환입니다. 노인 환자들은 골절 등으로 인한 심각한 뼈질환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미리미리 골다공증 유무를 점검하는 게 좋습니다. 뼈가 튼튼해야 근육도 뼈를 감싸는 보람이 있는 법입니다. 무작정 걷기나 등산만 할 게 아니라 골다공증부터 체크해보는 게 노년건강의 지혜일 수 있습니다. 정형외과 전문의인 필자의 당부이자 고언입니다. 달려라병원 정호석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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