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재료, 소박한 정성으로 ‘맛깔’을 내다

‘청목’ 정성 가득한 백반

‘현대기사식당’ 북엇국 대명사

‘한술더맛집’유기농 재료 고집

‘도치피자’화덕피자, 파스타 유명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예나 지금이나 교통요지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 땅은 나름의 운명이 있다. 교통요지는 세월이 지난 다음에도 교통요지로 남는 경우가 많다. 역삼동도 그러하다.

역삼동은 서쪽으로 강남역과 연결된다. 강남역은 서울과 남부지방의 크고 작은 도시와 연결된다. 절대적인 거리와는 관계없이 서울-천안을 잇는 가장 빠른 길이 강남역에서 버스를 타는 것이다. 강남역은 서울과 남부 지방을 잇는 허브와 같다. 역삼동, 역삼역은 교통 허브의 바로 곁에 있다.

역삼역, 역삼동 일대는 서울시내와도 사통팔달로 연결된다. 서울 지하철 2호선의 역이 있고 바로 곁에는 테헤란로도 있다. 예전에도 역삼동 일대는 교통의 요지였다.

‘역삼(驛三)’ 이름 자체가 세 개의 역이나 다리를 뜻한다. ‘역삼’은 ‘말죽거리’ ‘상방하교(上方下橋, 웃방아다리)’ ‘하방하교’ 등 세 마을을 합친데서 유래한다. 웃방아다리는 현재 국기원 근처이고, 아랫방아다리는 역삼초등학교 부근에 있었다고 전해진다. 말죽거리는 오늘날의 양재역 부근이다.

양재역은 전철역의 이름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조선시대 역원제도의 바로 그 ‘역(驛)’이다. 한양도성에서 지방으로 가는 이들은 가장 가까운 역 중의 하나다. 이태원의 ‘원’이 한양을 벗어난 역원이듯이 양재역도 바로 역원제도의 역이다. 아마 한양을 벗어난 관원들은 양재역에서 말을 갈아타거나 서류를 챙겼을 것이다. 말에게 죽을 먹였다는 말죽거리가 생긴 이유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은 맞다. 교통의 요지고 많은 사람들이 왕래하지만 역삼동, 역삼역 부근에는 제대로 된 맛집들이 그리 많지는 않다. 유명한 프랜차이즈 점들이나 일본 우동, 라면, 카레 집 혹은 양식집들이나 패스트푸드점들이 무수히 많지만 대부분 조리된 음식이 아니라 인스턴트 형 음식으로 ‘조립’된 음식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 맛은 강하다. 인공조미료, 감미료들을 많이 사용한 음식이다. 먹고 나면 물을 켜는 경우가 잦다. 쉽게 소화가 되지 않는 음식들도 많다.

국기원 사거리 우리은행 지하상가의 ‘청목’은 인근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평범한 백반을 내놓는다. 나물반찬 대여섯 가지와 닭고기볶음 혹은 제육볶음과 국 한 그릇을 내놓는다. 전형적인 백반밥상이다. 가격도 6천 원대로 싸다. 마치 ‘집밥’ 같은 느낌을 주는 곳이다. 상당수의 사람들이 단골이고 ‘구내식당 같이’ 이용하는 곳이다. 저녁 안주도 삼겹살 하나다. 별 특징은 없지만 소박하면서 정성이 깃들인 음식이다.

역삼역 부근의 ‘현대기사식당’은 나름 유명한 전국구 식당이다. 북엇국이 주력 메뉴다. 반찬도 쉽게 볼 수 있는 풋고추와 김치 류 한두 가지가 모두다. 작은 북어를 한 마리씩 넣은 북엇국이 유명하다. 택시기사들 사이에서 유명해져서 몇 번 방송에도 출연했다. 명절에도 운영하는 집이다. 역시 출발이 기사식당이기 때문이다. 음식은 수준급이다. 간편하게 먹고 바로 일 나가는 기사들에게 맞춘 음식이라서 회전도 빠르다. 간편한 한 끼를 해결하기 좋은 곳.

‘한술더맛집’은 특이한 식당이다. 철저하게 유기농 재료를 선별해 사용하고, 좋은 재료를 고집한다. 재료는 좋지만 가격은 상당히 비싼 곳이다. 내부는 좌식과 입식으로 나뉘어져 있다. 간단한 식사 메뉴와 여럿이 먹을 수 있는 돼지고기 메뉴가 있다. 점심시간에는 인근 직장인들의 발걸음이 잦다.

인기메뉴는 무밥이다. 무와 함께 지은 작은 솥 밥이다. 반찬은 세 가지 정도를 개별접시에 담아 내어준다. 모자라면 더 달라고 할 수는 있지만 받아든 순간은 조금 야박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위생적인 면이나 남기는 것보다는 낫다는 사람도 있다.

무는 소화효소가 풍부하다. 먹을 땐 배가 불러도 어느 순간 막히는 것 없이 쑥 꺼진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작은 옹심이 떡이 들어가 있다. 속이 편안하고 가장 무난한 메뉴다. 내장탕, 소머리탕, 콩나물국밥도 가능하다. 좋은 재료로 깔끔하게 끓였다. 심심한 맛이다.

‘도치피자’는 최근 파스타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핫 플레이스가 되었다. 강남을 중심으로 직영점들이 성업 중인데 역삼초등학교 부근에 있는 것이 본점이다. 역삼초등학교 사거리에서 강남역을 향해 방향을 틀면 바로 2층에 있다. 좁은 골목길에 있는 피자집이다.

오픈 할 당시에는 테이블 서너 개의 작은 공간이었으나 확장했다. 지금은 2층 전체를 다 사용하고 있다. 제과업계에 오랫동안 종사한 오너셰프가 운영한다. 제대로, 잘 만든 화덕피자 전문점이다. 파스타도 수준급이지만 피자에는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파스타가 맛이 없는 게 아니라 피자가 너무 맛있다.

도우가 아주 맛있다. 쫄깃하다. 소스 없이 아무것도 없이 그냥 먹어도 맛있는 도우다. 반죽과 숙성이 비결이다. 마르게리따 피자 같은 기본 메뉴도 좋지만 단골들이 즐겨 찾는 피자는 콰트로 포르마지다. 4종류의 치즈가 올라간다.

앤초비가 들어간 피자도 특이하고 맛볼 만하다. 피자에 곁들이기 좋은 파스타는 감베리 크레마이다. 감베리면에 크림소스 파스타다. 매운 맛을 추가해 느끼함을 잡았다. 레몬을 직접 짜서 주는 레모네이드도 좋다. 가족 중심으로 직영점을 운영한다. 최근 한정된 숫자로 가맹점을 받고 있다.

황광해 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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