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라이프

'착한식당'에 대한 오해와 진실

'진짜냐, 어떻게 찾느냐'… 철저한 검증
전국 후보 물색 후 현장 잠복, 쓰레기통 뒤지기도
식재료 공급처 추적 식당평 귀담아
검증단, 수차례 시식 고역… '착한식당' 고사하는 식당도 많아
  • '떡의미학' 두텁떡 외
채널A '착한식당'의 검증위원을 제법 여러 차례 했다. 자주 받는 질문은 두 가지다. 첫째는 "그 집 진짜냐?"는 것이다. 방송에서 보긴 했지만 못 믿겠다는 투다. 두 번째 질문은 "도대체 그런 집은 어디서, 어떻게 찾느냐?"는 것이다. 음식을 위해서 헌신하고, 식재료를 찾기 위해 힘들이고, 조리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공부하는 그런 '우직하고 착한식당'을 어떻게 찾느냐는 질문이다. 요즘은 첫 번째보다 두 번째 질문이 더 많다. 믿기는 하지만 그래도 설마 그런 집이 있느냐는 의문이다.

대답은 "나도 모른다"이다. 실제 필자를 포함하여 검증위원들은 도무지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착한식당'을 어디서 찾아내는지 잘 모른다. 검증을 가서 제작진에게 "도대체 이런 집을 어떻게 찾아냈냐?"고 묻는 일도 허다하다.

'착한식당'을 만드는 팀은 6팀∼8팀 정도다. 한 팀은 대략 작가 2명, 연출 2명으로 구성된다. 6팀이니 6주, 한 달 반 정도에 "먹거리X파일−착한식당" 프로그램 하나씩을 만든다. 작가들은 6주의 기간 내내, 전국에서 '착한식당' 후보 찾는 일에 매달린다. 방영 2∼3일 전에 검증을 가자는 통보를 받은 적도 있었다. 작가와 연출진은 마지막까지 '착한식당' 찾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다. 더러는 촬영을 다 마쳤지만 '준 착한식당'마저도 찾지 못해 방영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잦다.

작가들은 6주 동안 '착한식당 후보'에 대해서 제보를 받거나 수소문을 한다. 날밤을 새면서 인터넷에서 끊임없이 검색도 한다. 음식점 종사자 혹은 음식평론가, 기타 음식 관련 전문가에게 물어보기도 한다. '착할 것 같은 식당'이 있으면 이번에 연출팀이 나선다. 직접 현장에 가는 것은 물론이고 때로는 며칠 동안 잠복하면서 쓰레기통도 뒤진다. 식재료 공급처나 인근 주민들에게 몰래 물어보기도 한다. 그 외에 제작 상의 노하우라서 밝히기 힘든 일도 해낸다.

'착한 간장게장'을 검증했던 적이 있다. 하루에 간장게장만 6그릇을 검증했다. 먹지 않고 검증할 수는 없으니 대부분 먹었다. 속이 짠 것은 물론이고 입안에서 인공조미료, 감미료, 설익은 간장게장의 비린내까지 몇 시간 동안 맡아야 했다. 양치질을 해도 가시지 않고 심지어 감미료가 많이 든 국도변의 찐빵까지 먹어도 짠 내, 비린내는 가시지 않았다. "하루에 간장게장 6그릇은 과하지 않느냐?"는 검증단의 '불평'에 대한 제작진의 반응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저희들은 선생님들이 검증하신 곳을 포함해서 50곳쯤은 다녔습니다"라고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평소 간장게장을 좋아했는데 이젠 쳐다보지도 못하겠다는 이들도 있었다.

  • '알라딘가족식당' 김밥
대부분의 경우 작가들이 200곳 이상을 대상으로 선정한다. 이들은 최대한 '착한식당 여부'를 확인하고, 대상을 축소한 다음 연출팀에게 넘겨준다. 연출팀은 다시 현장을 직접 확인하여 대상을 축소하고, 대상 식당을 검증단에게 넘겨준다. 줄이고 줄였지만 '착한 아귀찜' 같은 경우는 검증단이 가 본 집만 무려 40집을 넘겼다. 필자도 22곳을 가봤다. 인천, 서울, 일산, 경기도 중소도시, 신탄진, 마산, 울산, 포항, 부산까지 전국을 쏘다녔다. 몇몇 도시는 하루에 5∼6번 아귀찜을 먹었다. 맵고 짠 아귀찜을 연속 6그릇 먹고 나면 그날 밤에는 당연히 물을 들이키기 된다. 하지만 음식을 눈앞에 두고 먹기 싫은 표정을 지을 수도 없다. 평소에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음식이었지만 평생 아귀찜은 먹지 못할 것 같았다.

포항의 '부산아귀찜'을 준 착한식당으로 선정한 다음 제작진에게 농담반 진담반으로 던진 이야기가 "이런 집이 검증 초기에 나타났으면 생고생은 하지 않았을 것"이란 말이었다. '부산아귀찜'을 검증 초기에 만났다면 그토록 많은 아귀찜을 먹거나 전국의 그 숱한 아귀찜을 먹고 검증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백김치가 압권이었고, 나머지 반찬들도 조미료없이 대단한 수준의 맛을 보여주었다. 손님들이 원하니 아귀찜에 조미료를 소량 쓰는 바람에 '착한아귀찜'이 아니라 '준 착한아귀찜'이 되었다.

몇 집을 다니지도 않았는데 바로 '착한식당'을 찾는 '행운'도 있다. 일산 대화동의 '착한 김밥_알라딘'이 바로 그런 경우였다. 필자는 다섯 집도 가보지 않고 바로 이집을 만났다. 아이들이 아토피 등으로 고생하니 학교 앞에 작은 분식집을 내고 김밥 등 몇가지를 천연재료로만 만드는 집이었다. 검증 초기에 이 집을 만나면서 비교적 수월하게 결정을 할 수 있었다. '맛없는 김밥'으로 경영상의 고통을 겪고 있는 집이었다.

대단한 내공으로 떡을 만들고 그 노력만큼 호평을 받고 있는 서울 연희동의 '떡의미학'도 마찬가지. 검증 후 별도의 녹화에서 필자는 "이 정도로 음식을 만드는 사람은 만나기 힘들다. 검증위원이 떡 만드는 사람을 검증할 것이 아니라 떡 만드는 분이 검증단을 검증해야 할 정도"라고 이야기했다. 여름철이었다. 결정을 하고 나니 엉뚱한 문제가 생겼다. '떡의미학' 측에서 "곧 가을 수확기이기 때문에 곡물들이 오래 보관된 상태다. 지금은 떡 상태가 좋지 않다"고 여러 차례 고사하는 바람에 제작진이 설득하느라 고생했다. '착한식당'을 찾기도 힘들지만 찾고 나서도 이렇게 고사하는 바람에 고생을 하는 경우도 잦다.

■ 황광해 프로필

  • 부산아귀찜
연세대학교 사학과 졸업. 경향신문사 기자. 음식평론가. <주간한국>에 '이야기가 있는 맛집' 연재 중. 최근에 <한국맛집 579> 출간. '채널A_먹거리X파일_착한식당' 검증위원, 'MbC_찾아라 맛있는 TV' 검증위원.

<줄서는 맛집> 필자

  • ‘먹거리X파일-착한식당’ 검증위원을 한 황광해 음식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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