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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맛집(155)] 고속도로휴게소 맛집-수도권,강원

'뻔하고, 맛없는…'선입관 깬 맛집들
용인휴게소 '현미돌솥된장비빔밥' 된장 수준급
서울만남의광장휴게소 '말죽거리소고기국밥' 단순 소박
횡성휴게소 '횡성더덕한우탕' 더덕 새롭게 변신
  • 용인휴게소 '현미돌솥된장비빔밥'
우리나라 고속도로 휴게소 15곳의 음식을 검증했다.

미리 밝힌다. 필자 역시 휴게소 음식에 대해서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밥 먹을 때가 되었다. 막상 국도로 나갔다가 다시 고속도로를 타는 것은 번거롭다. 화장실을 가야하고 물도 마셔야 한다면 어쩔 수 없이 휴게소에 들러야 한다. 그래서 휴게소를 이용한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음식을 먹었다가 낭패를 본 적도 있다. 갑자기 고속도로에 눈이 많이 내렸다. 목적지에서의 식사약속 시간은 이미 지났다. 눈은 계속 쌓이고 약속시간은 이미 늦었다. 배는 고프다. 어쩔 수 없이 휴게소에 차를 세우고 요기를 하기로 작정했다. 제대로 밥을 먹기엔 부담이 된다. '가볍게' 팥죽이나 한 그릇 먹기로 했다.

이게 문제를 일으켰다. 처음 팥죽을 입에 넣었을 때 인공감미료 덩어리에 달디 단 맛만 났다. 팥죽 안에 들어 있는 새알심도 뭉그러질 대로 뭉그러져 있었다. 단맛 때문에 팥 냄새도 맡기 힘들었다. 두어 숟가락 떠 넣다가 결국 거의 남겼다. 그 두어 숟가락이 그 후 고속도로를 달리는 내내 머리를 아프게 했다. 먹을 때 찜찜하더니 먹고 나서도 속이 더부룩하고 머리가 지끈거렸다. 눈은 쏟아지고 길은 미끄러운데 머리까지 지끈거리니 그야말로 고생길이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는 절대 음식을 먹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대부분 이런 경험을 한다. 맛집은커녕 제발 사람이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음식이라도 내줬으면 하는 것이 대부분 운전자들의 작은 '소망'이다.

  • 서울만남의광장휴게소 '말죽거리소고기국밥'
그래서 처음 "고속도로 휴게소의 음식을 점검하는 프로젝트에 참가하지 않겠냐?"는 의뢰를 받았을 때 속으로 "별로 하고 싶지 않은데…"라고 생각했다. 몇 가지 추가적인 '조건'을 들으면서 "그렇다면 한번 해볼까?"라고 생각했다.

추가적인 '조건'은 첫째, 검증을 한 다음, 어떤 내용을 쓰더라도 간섭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두 번째 전국 170여개의 휴게소 중 30여개를 우선적으로 추리고 그중 15개를 최종 검증대상으로 하는데 그 과정을 모두 필자에게 맡기겠다는 것이었다. 작업을 진행하면서 한국도로공사나 진행업체 모두 이 약속을 잘 지켰다. 필자가 평가한 내용을 토씨 하나 고치지 않고 받아들였다. 1차 작업은 35개 업체를 추리는 일이었고 그중 최종대상을 15개로 한정했다. 15개 업체 선정은 필자가 모두 맡았다. 혼자 속으로 "어느 정도 자신 있으니 검증과정을 맡기고 결과에 대해서 간섭 않는다고 하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검증을 시작했다. 올해 10월 말∼11월 초순의 일이다.

별다른 음식도 아닌데 오랫동안 마음 속에 남았던 음식이 용인휴게소(영동고속도로 용인 방향)의 '현미돌솥된장비빔밥'이었다. 맛집 음식, 맛있는 음식, 제대로 된 음식은 결국 장맛이 정한다. "음식은 장맛"이라는 평범한 표현이 있다. 이 표현은 정확하다. 용인휴게소의 '현미돌솥된장비빔밥'은 '현미+된장+돌솥+비빔밥'이다. 흔히 볼 수 있는 식재료들이고 흔한 음식이지만 깊은 고민의 흔적이 보인다. 현미(玄米)는 도정의 단계가 낮은 것이다. 거칠고 딱딱하다. 우리는 오랫동안 현미를 먹었지만 이젠 잊었다. 입안에서 쌀알이 뱅뱅 돈다. 씹기도 불편하고 단맛도 떨어진다. 입에 단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싫어하는 식재료다. 대부분의 휴게소 음식들이 '봉지를 뜯어서 다시 한 번 가열한 다음 내놓는' 판에 현미를 사용한 것은 놀랍다. 현미로 만든 음식은 단순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더 놀라운 점은 된장이다.

대도시의 고급식당들도 대부분 시판된장을 사용한다. 공장에서 대량 생산한 된장들은 대부분 짝퉁이다. 콩을 재료로, 전통적인 방식으로 메주를 만들고 된장을 만드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결국 된장을 재래, 전통적인 방법으로 만드는 곳에서 공급받거나 직접 만드는 수밖에 없다. 휴게소 음식점에서 장을 직접 만들 것이라고는 짐작치 못했다. 현미로 지은 밥 위에 고사리, 시래기, 무나물 등을 얹고 직접 만든 된장을 강된장 스타일로 얹는다. 평범한 음식이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다.

양재역은 조선 초기에 이미 있었던 지명이다. 지하철 3호선의 역 이름이지만 조선시대 역원제도의 이름이기도 하다. 인근에 말죽거리가 있는 것은 양재역에 들렀던 관리들이 이곳에서 말에게 먹이(말죽)를 먹였다는 뜻이다. 경부고속도로 서울만남의광장휴게소(부산방향)의 '말죽거리소고기국밥'은 오래 전부터 있었던 양재역, 말죽거리의 의미를 담은 음식이다. 멀리 삼남(三南)으로 출장을 떠나던 관리들은 이곳에서 말을 갈아타거나 말에게 먹이를 먹였다. 오늘날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처음 만나는 휴게소다. 음식은 단순하고 소박하다. 장터국밥이라고 생각하면 정확하다. 배추꽁지로 만든 김치는 퍽 재미있다. 모든 식재료를 알뜰하게 사용하는 것이 한식이다. 배추꽁지는 단맛이 난다. 그 배추꽁지를 김치로 만들었다.

  • 횡성휴게소 '횡성더덕한우탕'
더덕은 사삼(沙蔘)이라고 불렀다. 인삼과 견준 것이다. 횡성휴게소(영동고속도로 서창 방향)의 '횡성더덕한우탕'은 한우와 더덕을 한 그릇에 담았다. 인삼과 닭을 넣은 삼계탕에 견줄 만하다. '한우 쇠고기+더덕'으로 끓인 탕이 얼마나 대중화될는지는 앞으로 소비자가 판단할 것이다. '횡성더덕한우탕'은 그동안 고추장을 발라서 구워먹기만 했던 더덕을 새롭게 해석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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