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수술기법이 가장 좋은 치료법이 아닐 수도

[달려라병원 박재범 원장] 정형외과 전문의인 필자, 말 그대로 관절이 아픈 환자들을 진료한다. 이들 중 상당수는 퇴행성 질환을 앓는 중년 이상의 환자들. 퇴행성 질환은 대개 오래 시간을 끌며 사람을 고통스럽게 한다. 그래서일까? 고통과 싸우던 환자들은 병원문을 두드릴 땐 이미 상당히 지쳐있기 마련이다. 실제로 관절통증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이 체감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이런 환자들 가운데 일부는 언론에 나온 최신 치료법을 맹신하며 필자를 비롯한 의사들을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최신이라는 말만 붙으면 무조건 좋은 치료법이라고 생각하는 환자들이 의외로 많기 때문. 이런 환자들은 신문이나 방송 광고를 보고나서 스스로 치료법을 결정해 병원을 찾아온다. “거, 왜 30분이면 끝나는 수술 있잖아요. 풍선 집어넣어서 부풀리면 한 방에 낫더라고…TV에 자주 나오던데 의사 선생님은 그거 못 보셨수? ”라며 필자를 압박(?)하는 환자들. 안타깝게도 그런 환자들이 점점 늘고 있는 것이다. 이유가 뭔지 대략 짐작은 하지만,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사실 통증을 해결하고 없애는 방법은 너무도 다양하다. 간단한 소염진통제를 처방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 물리치료와 운동치료를 넘어 수술까지 그 선택지 역시 다양하다. 여기서 중요한 게 바로 경험많은 의사의 현명한 선택. 의사마다 환자에 대한 치료방법이 다양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다시 말해 의사의 진찰 및 검사 소견에 따라서 치료방법이 달리 결정될 수 있다는 뜻이다.

급하게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나 수술 이외의 다른 치료법이 여의치 않을 때, 첫 치료로 수술을 선택하게 된다. 그러나 일반적인 경우는 쉬운 치료부터 시작한다. 그럼에도 치료결과가 마땅치 않을 때는 점점 환자들이 힘들어하는 침습적인 치료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극심한 어깨통증을 일으키는 석회성건염이라는 병이 있다. 석회성건염은 간단한 내복약으로 호전되는 수가 많지만, 치료 경과에 따라 주사치료, 충격파치료 등을 순차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치료에도 반응하지 않고 지속적인 통증이 반복될 경우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게 된다.

최근엔 병원마다 ‘간단하고 정확한 수술’이라는 장점을 내세워 관절경 혹은 관절내시경 수술을 처음부터 권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환자들도 기존의 절개수술에 비해 아프지 않고 빨리 회복된다는 말에 쉽게 이 수술을 받아 들이는 경우가 많다. 관절내시경 뿐 아니라 복강경 수술, 로봇 수술, 내비게이션 수술, 최소절개 수술 등 다양한 최신 수술법이 환자들을 수술로 이끌고 있다. 물론 이러한 수술들이 최신수술기법인 것은 사실이다. 정확하고 좀 더 간편한 수술인 것도 맞는 말이다. 수술 후 회복 역시 기존의 수술법에 비해서 빠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와 같은 기법들이 비수술적인 방법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달리 말해, 급하게 수술할 병이 아닌 경우엔 비수술적인 치료법을 꾸준히 시도해 수술 없이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게 매우 중요하다. 물론 비수술적인 치료법으로 모든 병을 고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치료법을 선택할 수 있는 경험 많은 의사에게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정형외과 전문의 입장에서 볼 때, 최신 치료법 혹은 신기술을 활용한 수술법 은 아직 연구단계인 경우가 많다. 때문에 더 조심할 필요가 있다. 한 예로 허리디스크 치료의 유행이었던 내시경 수술을 꼽을 수 있겠다. 내시경 수술이 유행할 당시에는 국소마취로 수술이 가능하고 회복이 빨라 많은 병원이 이를 시도했던 게 사실. 그러나 최근엔 오히려 치료성적이 좋지 않아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좋은 치료법은 최신이란 라벨이 붙은 치료법을 말하는 게 아니다. 다양한 논문으로 검증되고 임상경험으로 입증된 치료법이 바로 좋은 치료법인 것이다.

우리는 모두 의료광고와 의료정보의 홍수시대를 산다. 최근엔 TV홈쇼핑에서도 온갖 건강관련 정보들을 여과없이 내보내는 추세. 이럴 때 일수록 우리는 침착해져야 한다. 어깨 아프고 무릎 아파 잠 못드는 환자들일 수록 신문과 TV를 믿는 경향이 있다. 물론 믿어도 된다. 하지만 그 맹신이 자신의 건강을 담보로 한 ‘오만과 편견’일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열린 마음은 이럴 때도 유효하다. 그래야 통증과의 이별은 하루라도 앞당겨진다.

달려라병원 박재범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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