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한 재채기에도 발생. 초기 대처가 중요

[달려라병원 정호석 원장] 단풍철인가 싶더니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습니다. 겨울이 예년보다 훨씬 빨리 찾아온 느낌입니다. 너도 나도 두꺼운 옷을 꺼내 입고 차가운 바람을 막아봅니다. 하지만 따뜻한 방한복을 입어도, 걷다가 자칫 방심하면 정형외과병원을 찾을 일이 종종 생기곤 합니다. 겨울에 특히 늘어나는 척추 압박골절 환자들이 그 주인공인데요. 대부분이 연세 드신 분들이라서 신경외과 전문의인 필자 입장에서도 안타깝기만 합니다. 척추압박골절은 도대체 왜, 어떤 연유로 생겨나는 걸까요?

“베란다에 있는 물건 들고 거실로 들어오다 창문턱에 걸려 넘어졌어요. 그 때부터 숨 쉬기가 곤란하고 몸을 움직이기가 힘드네요. 한 달을 누워있다가 참기 힘들어서 병원에 왔네요. (60대 중반 여성 환자)” , “아침 운동 나갔다가 학교운동장 트랙에 박힌 원형플라스틱을 밟았는데 순간 미끈하더니 엉덩방아를 찧었어요. 그날은 괜찮더니 다음날부터 움직일 수 없어서 끙끙 앓았네요.(50대 후반 여성 환자)”, “이번에도 척추 압박골절? 벌써 여덟 번째 네요. 참, 나 원. 그게 왜 이리 나한테만 자주 일어나는 거요? 독감에 걸려서 기침을 며칠 한 기억 밖에 없는데 세상에 별 일이 다 있구려.(70대 중반 여성 환자) ”

그렇습니다. 척추압박골절은 일상에서 이렇게 쉽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척추 뼈가 가벼운 충격에도 압박되며 골절이 일어나는 경우를 말합니다. 주로 50대 이후 여성들에게 자주 발생하는데요. 뼈의 강도가 약해져있는 골다공증 질환 여성일수록 작은 충격에도 뼈가 쉽게 부러집니다. 겨울에 눈이라도 내리면 정형외과에는 눈길에 가볍게 미끄러졌는데도 척추뼈가 부러진 압박골절환자들이 줄을 잇습니다. 이런 점에서 척추압박골절은 겨울철 질환이라고 말해도 될 법 합니다.

그런데 압박골절이 발생했을 때 대부분의 문제는 그 이후의 초기 대처에서 나타납니다. 대부분 눈길에서 넘어진 뒤 허리가 아프면 별다른 문제로 여기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약국에서 파스나 사서 붙이면 되지, 뭐~”라며 낙상 이후 1~2주일을 그냥 흘려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물론 넘어진다고 해서 모두 골절이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가벼운 근육 타박상인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골절, 특히 척추압박골절이 발생했는데도 이를 가볍게 여긴 경우엔 문제가 커집니다. “괜찮아지겠지”라며 물파스와 찜질의 위력에 척추건강을 볼모로 삼는 경우.

실제로 신경외과 진료실에서는 골절 진단을 받고나서 “이렇게 잘 걸을 수 있는데 웬 골절이란 말인가요?” 라며 의사에게 질문하는 환자들이 제법 있습니다. 필자는 그런 때에 “골절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걷지도 못할 정도로 심한 통증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앉았다가 일어날 때 혹은 누웠다가 일어날 때 특징적으로 허리 통증이 심해진다면 척추골절을 의심해봐야 합니다.”라고 대답합니다. 그리고 덧붙이곤 합니다. “혹시 골다공증이라고 진단을 받으셨나요? 그렇다면 척추압박골절을 특히 주의하셔야 합니다.”

척추골절 확인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X-레이 검사가 필요합니다. 검사에서 골절 부위를 확인하게 되고, 필요하다면 CT나 MRI 같은 검사가 추가로 필요합니다. 설령 골절이라고 해도 무조건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대부분 심하지 않은 척추압박골절은 2~3주 정도의 침상 안정과 약물치료로도 충분이 회복이 됩니다. 그러나 이런 보존적 치료에도 효과가 없거나 처음부터 골절이 심한 경우는 수술을 해야만 합니다.

끝으로 신경외과 전문의로서 척추압박골절에 관해 당부 하나 해야겠습니다. 우리 주변엔 홀로 사는 노인(독거노인)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필자의 경험으로 볼 때, 독거노인들은 낙상 이후 극심한 통증에도 병원을 잘 찾지 않습니다. 보호자가 없으니 병원 방문이 쉽지 않아서 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분들이 낙상 후 척추압박골절에도 장시간 방치될 경우엔 생명에 지장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혹시라도 주위에 낙상으로 인한 척추압박골절이 의심되는 노인이 계신다면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일 것입니다. 119에 전화를 대신 걸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것 같군요. 모든 분들이 눈길에 넘어지는 일이 없는 겨울을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달려라병원 정호석 원장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