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원인으로 인한 마음(정신)의 병 늘어나

마음을 안정시키는 안신(安神) 처방요구돼

한의원을 내원하는 많은 환자들은 어깨, 허리, 무릎, 팔꿈치 등으로 대변되는 근골격계 질환환자들이다. 그 다음이 아마도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이차적으로 발생한 여러 가지 질환일 것이다.

인연을 맺고 있는 직장 상사나 동료, 연인과 가족이 준 스트레스가 밥먹는 데까지 따라와서 밥을 못먹게 괴롭히거나 체하게 한다. 오죽하면 “10년 먹은 체증이 내려가는 것 같다.”라는 말이 있을까.

정신적인 문제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사람이기 때문에’ 겪는 그 무엇이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기억’이라는 메모리의 저장용량이 크지 않아 금방 잊어버리기 ??문에 이런 것이 없다. 2천 년 전에 쓰여진 사마천의 ‘사기’를 보아도, 그 때도 온갖 군상들의 얽히고 설킨 갈등이 요즘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노자나 공자, 석가모니, 예수,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같은 수많은 사상가들이 이런 ‘인간의 갈등’을 봉합하고 해소할 목적으로 자신의 사상을 펼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의학은 태동 단계부터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 간의 갈등을 한의학적으로 풀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동의보감의 앞 부분에 자연의 순리에 거슬러 생활하거나 인간관계의 갈등으로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어떻게 하면 자연에 맞게 생활하고, 어떻게 정신을 수양하면 병이 오지 않는가에 대해 말해놓고 있다. 80년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연구기금이 많이 몰렸던 것과는 달리, 최근에는 현대과학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미개척지인 ‘뇌’를 직접 연구하는 단체로 연구기금이 몰리면서 뇌에 대해 많은 결과물이 나오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달리 ‘인간’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부위가 뇌의 전전두엽 피질부위(Pre-Frontal Cortex)이고, 이 부분이 손상을 입으면 정신병자가 된다는 연구결과다. 이런 환자가 보는 세상은 마치 꿈에서 우리가 보는 것 같이 뒤죽 박죽 보인다는 것이다.

한의학에서 마음을 안정시키는 즉 안신(安神)하는 한약은 몇 가지가 없다. 주사(朱砂), 용골(龍骨), 산조인(酸棗仁), 백자인(柏子仁), 원지(遠志), 영지(靈芝) 정도이다. 얼마 전에 끝난 ‘야경꾼 일지’란 드라마를 보면 야경꾼들이 부적을 가지고 다니는데 그 부적은 모두 주사(朱砂)로 쓰여진 것들이다. 주사의 주성분은 황화수은이다. 동지 때 팥죽을 먹고, 팥죽을 문설주에 바른다거나, 피를 문설주에 발라 액운을 피해가는 성서에 내용은 모두 붉은 색이 악귀를 물리치는 공통점이 있다.

주사(朱砂)도 말 그대로 붉은 색을 띤 모래니 그 역할이 있는 듯하다. 본초학에서 말하는 주사의 효능은 진심안신(鎭心安神), 정경해독(定驚解毒)이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정신을 편안하게 하며, 놀란 것을 진정시키고 해독하는 효능이 있다는 뜻이다. 수능 고사장에 들어가는 수험생들이 정신을 맑게 하고 긴장되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복용하는 우황청심원에도 주사가 들어 있고, 아이들 경기(驚氣)하는데 특효인 포룡환에도 들어 있다. 아이들 예방주사용액에 들어 있는 수은이나 치과 아말감에 사용되는 수은처럼 주사(朱砂)가 들어 있는 한약은 특정용도로 일시적으로 사용해야 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곁에 두고 항상 복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 또한 열을 가하면 유황과 수은이 분리되어 수은성분이 유출될 수 있으니 특히 조심해야 한다.

주사(朱砂)중에서도 상급의 주사를 경면주사(鏡面朱砂)라고 하는데, 이물질이 없어 거울의 유리처럼 맑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주사를 사용할 때는 수비(水飛)법으로 이물질을 걸러낸 다음에 음지에서 말려서 사용한다. 산조인(酸棗仁)은 메대추의 씨로 주로 불면증(不眠症)에 많이 쓰이는 한약이다. 대개 볶아서 까맣게 초(炒)해서 쓰면 불면증을 잠들게 하고, 아무런 수치 없이 그냥 그대로 쓰면 낮에 졸리지 않고 잘 깨어 있도록 하는 각성작용이 있어 용도에 맞게 잘 구분해서 사용해야 한다. 영지(靈芝)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영지버섯이고, 백자인은 측백나무 열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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