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나트 폭포.
인도 북부 히마찰 프라데시주의 맥그로드 간즈는 히말라야의 작은 티베트로 불리는 곳이다. 황토색 가사를 걸친 승려와 티베트 전통 의상의 여인들이 골목을 채우는 인도속의 또 다른 세상이다.

히말라야 넘어 온 난민들 정착한 지 50여년

맥그로드 간즈로 가는 길은 녹록치 않다. 1시간 30분쯤 산길을 굽이굽이 올라야 한다. 히말라야의 끝자락, 망명정부의 첫 인상은 인도 어느 곳보다 평화로운 풍경이다.

평온함 뒤에 담긴 도시의 사연은 구구절절하다. 20세기초 이 일대는 영국인들이 인도의 폭염을 피해 만든 휴양지였다. 1906년 맥그로드 간즈를 휩쓴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황무지에 1959년 달라이 라마가 망명하며 티베트 망명정부가 들어서게 된다.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 온 난민들이 정착한지 50여년, 현재 4000여명의 티베트인들이 자국의 문화를 보존하며 살아가고 있다.

달라이 라마의 '망명궁전'으로 들어서다

맥그로드 간즈의 승려들.
도시 초입에서 망명궁전인 쭐라캉으로 이어지는 길은 ‘템플 로드’로 불린다. 중앙 사원인 냠걀 사원과 달라이 라마의 망명궁전인 쭐라캉은 템플로드의 길 하나를 맞대고 들어서 있다. 달라이 라마는 각국의 수행자나 중생들을 대상으로 냠걀 사원에서 설법을 펼치고, 이 설법을 듣기 위해 세계에서 사람들이 몰려들기도 한다. 달라이 라마를 따라 이곳에서 수행하는 승려들은 300여명쯤 된다. 중생들은 달라이 라마가 거주하는 쭐라캉을 가운데 두고 외곽을 둘러싼 순례길인 코라를 돌며 참배에 나선다. 길을 돌며 걷거나 시계방향으로 원통을 돌리는 행위는 이곳에서 경건한 의식에 속한다.

승려와 배낭족이 노천카페에 마주앉아 정겹게 차를 한잔 마시는 모습은 이곳에서 흔한 풍경이다. 템플로드 좌우로는 좌판대가 늘어서 있고 그 좌판대의 주인장이 티베트인들이다. 티벳 망명정부에서는 현지인들과 승려, 이방인들은 이처럼 경계를 허물고 공존하며 살아간다.

설산 인드라하르의 눈 녹은 물이 폭포수로

맥그로드 간즈에서의 산책과 상념은 트래킹 코스로 연결된다. 중앙 광장에서 박수나트 폭포나 다람코트까지 이어지는 길은 히말라야 하이킹의 아기자기한 재미를 선사한다.

박수나트 폭포의 초입은 시바 사원과 공동 빨래터가 들어선 생경한 풍경이다. 맥그로드 간즈의 수원지 역할을 하는 박수나트 폭포는 설산 인드라하르에서 눈 녹은 물이 흐른다. 물의 온도는 얼음같이 차지만 사람들은 성스러운 폭포아래서 헤엄을 치기도 한다.

하이킹 코스를 따라 멀리서 바라보는 마을의 단상은 더욱 독특하다. 티베트주민들이 거주하는 대부분의 가옥들은 비탈진 벼랑에 들어서 있다. 해발 1800m을 넘나드는 이곳에서 사실 평탄한 거리는 템플로드 뿐인 듯싶다. 비탈에 의지한 형형색색의 가옥들은 가는 길 내내 구름 속으로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한다.

다람코트로 가는 숲길은 박수나트 폭포와는 달리 본격적이다. 키가 크고 울창한 나무들이 빼곡하게 길목을 채운다. 티베트 독립의 상징인 색색의 타르초도 군데군데 걸려 있다. 이 숲길은 조국을 등지고 히말라야를 넘어 맥그로드 간즈로 향해야 했던 난민들의 눈물이 담긴 길이기도 하다.

맥그로드 간즈에서 엿본 티베트인들의 소소한 삶은 언어와 문화를 지켜내려는 노력이 담겨 있어 더욱 애착이 간다. 그들은 여전히 티베트식 만두인 ‘모모’와 칼국수 ‘툭빠’를 즐겨 먹고 전통의상을 고수하며 일상의 한 단면을 꿋꿋하게 채워나가고 있다.

여행메모


가는길=인천에서 인도 델리를 경유해 맥그로드 간즈의 관문인 캉그라 공항까지 이동한다. 캉그라 편 항공은 결항되거나 지연되는 경우가 있으니 사전에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인도 입국에는 별도의 비자가 필요하다. 뉴델리역 빠하르간지에서 맥그로드 간즈까지 가는 버스 편도 있다.

숙소,식당=맥그로드 간즈에 배낭여행자들을 위한 게스트 하우스들이 다수 있으며 인터넷 전용 카페와 세계 각국의 레스토랑이 들어서 있다. 한식당도 있으며 티베트 현지 음식도 길거리에서 쉽게 맛볼 수 있다.

산정에 들어선 티베트 망명촌의 전경.
기타정보=맥그로드 간즈의 기온은 고산지대라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크다. 이곳에서는 인도의 화폐인 루피가 통용된다.


배낭족과 승려들이 공존하는 골목.
템플로드의 중앙광장.
템플로드의 티벳인 상가.

글ㆍ사진=서영진(여행칼럼니스트) aularg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