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와 선결(善潔)이 간에 최대 적… ‘울(鬱)’ 풀어야

네팔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장작더미위에 죽은 시신를 올려놓고 태우는 데 인체의 뼈와 살이 다 타고 2시간 이후까지도 심장이 타지 않는 것을 보고, 석지현 스님은 ‘가슴은 왜 이리 타지 않는가’란 수필을 쓰게 된다. 냉철한 이성을 지닌 머리로 살지 말고 따뜻한 가슴을 지닌 사람으로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쓴 것 같다.

한의학에서는 외부 환경이나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는 정신적인 문제는 모두 심장(心臟)의 고유 영역이다. 그래서 심장신(心藏神)이라 한 것이다. 하지만 심장이 자신의 일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특히 간장(肝臟)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간장은 항상 전투 중에 있고 수 많은 전투로 항상 상처투성이에 처하게 될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간 때문이야”란 광고가 아니라도 간은 천냥인 인체에서 구백 냥에 해당될 정도로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래서 간에 좋다는 헛개나무가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각종 건강 기능식 식품 회사는 간을 좋게 한다는 각종 실험결과를 들이대면서 소비자를 유혹한다.

누차 말하지만 한가지 한약으로 구성된 것들은 장복할 경우 몸에 치명적인 독소가 되어서 돌아온다는 사실을 반드시 명심해서 신중하게 선택하고 단기간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민 간식인 순대를 사면 함께 오는 것이 간과 허파다. 간을 먹어보면 약간 딱딱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을 지닌다. 간의 원래 모습은 피가 그 속을 가득 메워서 말랑말랑하면서 부드러운 형태다. 그래서 이를 한의학에서는 간장혈(肝藏血)이라고 부른다.

간은 봄에 해당되어 언 땅으로부터 새싹이 나올 정도로 그 힘이 세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 새싹이 짓밟히면 시커멓게 변하면서 딱딱한 형태를 띠듯이 딱딱한 돌덩이 같이 된다. 이것이 간경화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시체말로 열받는 일이 생기면 간(肝)이 열(熱)을 받아 화(火)가 치성(熾盛)하게 되고 그 화(火)는 당연히 위로 상승해서 얼굴을 붉으락 푸르락하게 하고 머리꼭대기까지 열이 올라가면 두피 부분이 그 열을 받아 물렁물렁하게 되고 그 때문에 두통이 발생하게 된다. 치솟아 오른 열 때문에 당연히 입이 마르고 눈물샘이 졸여져서 눈이 침침해지고 꺼끌꺼끌하게 되고 쉬 건조해져서 인공눈물을 넣어야 된다. 간에 저장되어 있던 혈(血)은 열(熱)로 졸여져서 선지처럼 뭉텅뭉텅 움직이게 되니 혈관에 어혈로 작용해서 오른쪽 갈비뼈아래 꼭꼭 숨어 있던 간(肝)쪽에 통증이 생겨 뻐근하게 된다. 그래서 간장약들은 대개 열을 끄는 찬약 들로 많이 구성되어 있다.

한의학에서는 청간(淸肝), 소간해울(疏肝解鬱), 평간(平肝) 같은 용어가 간장약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다. 간(肝)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나무가 울창하게 들어차서 숨이 막힐 정도로 답답하게 되는 데 이것이 울(鬱)이라고 한다. 울이 되면 간의 열이 사방으로 펼쳐지지 못하게 갇히게 되는 데 이를 울열(鬱熱)이라 한다. 울열된 간을 풀어주는 것을 소간해울(疏肝解鬱)이라 하고 열을 꺼 주는 것을 청열(淸熱)이라 한다. 평간(平肝)이란 열 받아서 폭발직전인 간을 평탄하게 숨고르기를 한다는 뜻이다.

주변 사람 중에 작은 일에도 화를 잘 내고(善怒), 갑자기 얼굴빛이 푸르게 되고(面請), 작은 먼지 같은 것도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청결을 중시하면 간(肝)이 안좋다는 확실한 증거이니 시급한 상담이 필요하다. 흔히들 간경화하면 음주(飮酒)로 인해서 많이 발생한다고 생각 하겠지만 음주와 비견될 정도로 많은 것이 스트레스와 선결(善潔)이다. 스트레스는 잘 알 것이고, 선결은 강박을 일으킬 정도로 깨끗하게 정리하는 것을 뜻한다. 이는 누가 뭐래도 자신은 깨끗하고 절대 남한테 책잡힐 일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상일지는 모르겠지만 스스로가 스스로를 결박하고 스트레스를 주는 꼴이 된다. 소음인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형태의 간경화다. 술도 한방울 입에 대지 않는데도 간경화가 발생하는 것은 본인이 본인을 너무 채찍질해서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만든 경우다. <후한서>에 물이 맑으면 물고기가 살 수 없다(水至清則無魚)은 이를 두고 한 말이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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