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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규 원장의 스마트 한의학(127)] 속을 덥히는 온리약(溫裏藥)②

작년 가을쯤 몸이 야윌 대로 야윈 비구니 스님이 내원했다. 조금만 몸에 안 맞는 식사를 하면 곧바로 설사를 해서 미음으로 간신히 식사를 하고, 식은 땀을 흘리고, 추위도 많이 타서 한 여름에도 춥다고 했다. 소변을 볼 때면 어디에서 나왔는지 어마어마한 소변 양을 보였고, 대변은 굳게 본적이 없을 정도로 설사 아니면 뚝뚝 끊어지는 정도였다. 병원에서 검진을 받았지만 모두 정상이라는 소견을 듣고 한의원에 내원했다.

이런 몸의 상태를 망양증(亡陽症)이라고 하며 지극히 위중한 상태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서 진액(津液)이 계속 빠져나가 음분(陰分)이 없어져서 망음증(亡陰症)까지 이르러면 세상을 하직할 준비를 해야 한다. 양(陽)은 가두는 역할을 하고 음(陰)은 그 안의 내용물이라 먼저 양(陽)이 손상을 입고 그 다음에 음(陰)이 손상을 입기 때문이다. 다소 왜소하고, 갖고 태어난 에너지도 적어 목소리도 적고, 소심하며, 밥도 맛있는 것이 없어서 많이 못 먹고, 그러면서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쉼없이 이어져서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소음인에게 많이 발생한다.

이런 소음인 망양증(亡陽症)에 이제마는 인삼(人蔘)을 1첩에 1냥(37.5g)까지 쓰는 처방을 제시하고 있다. 하루에 두 첩이면 하루에 약 2냥(75g)까지 사용한다는 말이다. 물론 인삼 단독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인삼(人蔘)을 임금(君藥)으로 세우고 황기(黃芪), 계지(桂枝), 백작약(白芍藥), 육계(肉桂)등의 신하(臣藥)의 도움을 받아 그 난관을 헤쳐 나가도록 처방하였다. 그런데 핵심은 사약(使藥)인 부자(附子)에 있다. 대개 이런 경우 부자(附子)를 2전(錢) 가까이 넣어 쓰게 되는 데 부자가 인삼(人蔘)의 역할을 폭발적으로 증가시켜주기 때문이다. 이 환자는 진액이 많은 부분 빠져나가 탈진(脫盡)에 이른 상황이라 한약도 조심스레 1∼2일치씩 투여하여 환자와 수시로 연락을 취하면서 신중하게 진료해야 했다. 소음인 망양증에는 황기계지부자탕, 인삼계지부자탕, 승양익기부자탕, 인삼관계부자탕 등등 무수히 많은 처방이 있으며 모두 부자(附子)를 함께 쓰고 있다.

상한론(傷寒論)에서는 감기나 과로 끝에 땀이 그치지 않고 계속 나는 데(發汗遂漏不止)나 땀이 너무 나서 진액이 말라서 온 몸이 굴신이 어려운데(難以屈伸) 계지가부자탕(桂枝加附子湯)을 쓴다. 작약감초부자탕(芍藥甘草附子湯)이란 게 있는 데 한 겨울에 등산 갔다가 정상에서 더워서 땀을 식히려고 옷을 벗는 순간, 찬바람이 들어와 꼼짝도 못하고 전신이 오한이 들어, 얻어 맞은 것 같이 아플 때 쓴다. 겨울철 등산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반드시 챙겨야 할 필수품인 셈이다.

감초부자탕(甘草附子湯)은 한 여름에도 찬 물에 샤워하기는 커녕 패딩 점퍼를 입을 정도로 울고 싶도록 추위를 많이 타거나(惡風不欲去衣) 울고 싶도록 아플(不得屈伸)때 쓰는 처방이다. 계지가부자탕과 처방명이 비슷한 계지부자탕(桂枝附子湯)은 중풍이나 큰 사고를 당해서 스스로 돌아눕지 못할 때(不能自轉側) 쓰는 처방이다. 부자(附子)는 자칫 잘못 사용하면 독이 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한의사의 진단과 치료를 따라야 한다.

오수유(吳茱萸)는 따뜻한 성미를 가지고 독성이 있으며 쓴 맛이 강하다. 그래서 해독도 할 겸 쓴 맛을 완화시킬 목적으로 감초 달인 물에 잠시 담궜다가 쓰기도 한다. 오수유는 특히 아랫배를 덥혀주는 역할을 해서 추울 때 고환이 땡기는 한산(寒疝)과 손발이 항상 찬 수족냉증에 쓰지만 쓴 맛이 역하게 작용하는 관계로 소량만 쓰는 경우가 많다.

소회향(小茴香) 역시 따뜻한 성질을 갖고 독이 없다. 냉증(冷症)을 치료하는 데 있어 오수유 보다는 효과가 떨어지지만 아랫배를 덥히거나, 손발이 찬 것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으며 용량을 많이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육계(肉桂)는 수정과에 갈아서 넣어 먹던 계피(桂皮)와 한 나무에서 나지만 두께가 두꺼운 것을 말한다. 아랫배가 시릴 때는 대개 건강과 육계를 써서 많이 따뜻하게 할 수 있다.

본 기사는 <주간한국>(www.hankooki.com) 제256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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