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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규 원장의 스마트 한의학(128)] 속을 덥히는 온리약(溫裏藥)③

17세기 영국과 네덜란드의 동인도 회사 간에 향료전쟁이 벌어진다. 그 당시 향료가격은 같은 무게의 금과 맞교환될 정도로 비쌌기 때문에 무역을 독점하기 해 벌어진 일이다. 향료가 생산되는 지금의 인도네시아 지역까지 가서 향료를 가지고 오기만 하면 돈방석에 앉을 수 있었지만 당시 항해기술로는 장시간의 항해가 어려울 수밖에 없어 국가적으로 지원이 되지 않으면 안 될 정도였다.

향료 중에 정향(丁香)은 몰루카제도의 암본섬에서, 육두구(肉荳蔲)는 반다제도에서만 자라서 희귀했으며, 후추는 동남아 일대에서 자란 탓에 상대적으로 희귀성이 덜했다. 육두구나 정향 모두 고기의 육질을 부드럽게 해주고 잡내를 잡아주며, 음식이 상하는 것을 방지해 주는 역할을 해서, 심지어 이들이 전염병을 예방해줄 거라고 믿는 의사들도 있었을 정도다. 한약장에 들어 있는 정향(丁香)과 육두구(肉荳蔲)를 보면 새삼 역사의 한 페이지에 등장한 것이라 다르게 보인다.

정향은 요즘도 많이 쓰이며 온중강역(溫中降逆)과 난신조양(暖腎助陽)의 역할이 있다. 차갑고 냉골인 복부를 따뜻하게 해 주는 것이 온중(溫中)이고, 찬 것을 먹었을 때 이를 위장이 처리할 수 없는 관계로 토하게 해서 밖으로 내 보내는 구역질(嘔逆)을 없애는 것을 강역(降逆) 즉 구역질을 내리게 한다는 뜻이다. 정향의 따뜻한 기운은 신장(腎臟)의 양기(陽氣)를 보충해서 노인들의 소변줄기를 굵게 해 주거나 사타구니가 축축한 낭습을 없애주는 역할을 하지만 이 기능은 조금 약하다. 추어탕을 더욱 맛나게 하는 향신료인 산초(山椒)나 제피가루는 산초나무나 초피나무의 열매의 껍질을 사용하는데 모두 촉초(蜀椒)라는 한약제를 달리 부르는 말이다. 촉초는 매운 맛의 신미(辛味)와 온기(溫氣)로 인해 온중산한(溫中散寒), 지통(止痛), 살충(殺蟲)의 효과가 있다. 복부를 따뜻하게 해서 찬 기운을 흩어버리는 효능과 알알한 맛으로 통증을 멎게 하고, 살충도 한다. 모든 음식에 넣어 먹는 후추는 호초(胡椒)의 다른 말이다. 아마도 호초를 계속 부르다가 '후추'가 된 것이 아닌지는 추측은 되지만, 알 수는 없다.

후추는 대열(大熱)하고 매운 신미(辛味)라서 역시 온중거한(溫中去寒), 완복냉통(脘腹冷痛), 한담식적(寒痰食積), 냉리(冷痢)같은 효능이 다양하게 많지만 결국은 큰 열을 내는 매운 한약인 관계로 찬 기운 때문에 발생한 복통, 설사같은 소화기 증상을 다스린다고 보면 된다. 한약재 중에는 강(薑)자가 들어가는 것들이 많다. 강(薑)은 생강을 뜻한다. 얼추 생각해 보아도 생강하면 떠 오르는 매운 맛인 신미(辛味)가 대표적으로 작용할 것 같다. 우리가 흔히 '카레'로 알고 있는 강황(薑黃), 강황과 같은 생강과인 울금(鬱金), 아출(莪朮), 그리고 고량강(高良薑), 생강(生薑) 등이 있다. 한약재 중에 가장 많이 쓰이는 것 중에 하나가 생강이다. 생강은 아무런 수치(修治)를 하지 않고 그대로 날것으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생강을 말려서 쓰면 건강(乾薑, 마른생강)이 되고, 건강을 살짝 볶아서 쓰면 포건강이 된다. 생강(生薑)은 따뜻하고 매운 성미 때문에 감기에 걸렸을 때 도움을 줄 수 있고 찬 성미의 음식을 많이 먹어서 위장(胃腸)이 차서 소화가 안되고 더부룩 하면서 미식거려서 구토를 할려고 할 때 많이 쓴다. 이를 강역지구(降逆止嘔)라 하는 데 구역(嘔逆)질을 멎게 한다는 뜻이다. 건강(乾薑)은 생강을 말린 것이라 더욱 물이 작아 더욱 따뜻하고 매운 맛이 더해져서 아랫배가 차거나 손발이 시릴 때 많이 사용한다. 포건강은 건강을 살짝 볶은 거라 매운 맛이 많이 없어져서 속을 따뜻하게 하는 역할만 주로 하게 된다. 동의보감, 청강의감, 방약합편에 보면 강삼조이(薑三棗二)가 많이 보일 것이다. 생강 3쪽과 대추 2알이라는 뜻으로 우리 몸의 기혈(氣血)을 보태주는 대표적 한약재다. 정향(丁香), 촉초(蜀椒, 산초), 호초(胡椒, 후추), 생강 모두 온리약(溫裏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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