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프로그램 넘쳐나…미확인 정보 환자 혼란스럽게 하고 해(害) 끼칠 수

동료 의사가 재미있는 동영상이라며 보여준 내용이 제겐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재미라고 말하기엔 너무도 무책임한 내용이었기 때문이지요. 그 동영상 때문에 하루 종일 우울했습니다. 그 영상 속에는 의료인으로 보이는 어떤 사람이 등장하는데요. 허리 디스크와 목 디스크 환자를 실제로 치료하면서 자신이 아는 내용을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일종의 홍보 동영상 같은 것이었는데, 내용이 너무 황당했습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치료 방법을 보거나 듣고 배웠지만, 그 동영상을 보는 순간 어안이 벙벙해서 말이 나오질 않았습니다. 정형외과 전문의 그 중에서도 신경외과 의사로서 동영상의 치료법이 도대체 어떤 치료법인지조차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안타까웠습니다.

척추분야 질환은 다른 일반적인 질환과 구별되는 큰 차이점이 한 가지 있습니다. 그건 바로 척추치료를 표방한 의료분야가 무척 많다는 것입니다. 허리 통증, 목통증, 디스크 등 척추와 관련된 문제에 있어서 대한민국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치료를 시행하는 곳도 드물 것입니다. 너도 나도 전문가임을 자처하곤 합니다.

예를 들어 재활의학과, 통증클리닉, 신경외과, 정형외과 같은 곳이 일반적으로 척추질환을 많이 치료하는 곳이죠. 이밖에 한의원도 환자들이 많이 찾는 곳 중에 하나입니다. 게다가 척추전문병원이라고 하는 곳도 있습니다. 또한 정식의료기관은 아니지만 카이로프락틱이나 교정치료를 하는 곳을 비롯해 필라테스, 요가 학원, 헬스클럽 같은 데에서도 요통, 목통증을 해결한다고 광고를 하는 형국입니다. 특히 요즘에는 인터넷도 유사 의료기관(?)에 포함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환자 입장에서라면 이렇게 다양한 치료기관이 있어서 오히려 도움이 되는 거라고 주장할 수도 있을까요? 그런데 그건 아닙니다. 선택의 경제적 측면에서는 좋을 수도 있지만 단점이 더욱 많습니다. 왜냐하면 그만큼 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오히려 잘못된 정보를 습득하거나 혼란에 빠지는 수가 많기 때문입니다.

특히 다루는 전문분야가 다른 경우엔 각각 병을 이해하는 이론이나 관점이 다릅니다. 때문에 환자 입장에서는 여기서 하는 말이 다르고 저기서 하는 말이 다른 경우엔 큰 혼란을 겪게 됩니다. 심지어 치료자와 환자 사이에 신뢰 관계가 형성되기 어려운 일도 종종 발생하게 됩니다.

우리나라는 점점 고령화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다보니 각종 방송과 매스컴에서는 건강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프로그램의 포맷마저도 거의 유사한 경우도 보게 됩니다. 프로그램 출연자들은 누구나 전문가임을 자처하며 온갖 미확인 정보를 쏟아냅니다. 그러나 전문의 입장에서 볼 때 종종 그런 내용들이 공허한 메아리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이게 비단 저 혼자만의 생각일까요?

2014년 대한민국의 1년은 불신과 분노라는 두 개의 키워드로 요약된다고들 합니다. 갈등이 갈등을 낳았다고도 볼 수 있겠는데요. 그런 차원에서 보면, 의료분야에서도 여기저기 전문가들은 넘쳐나는데 환자들의 만족도는 오히려 낮아지고 불만과 갈등의 골은 깊어지는 듯 보입니다. 상황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알곡을 골라내기 위해 키로 곡식을 까부는 키질을 하듯, 환자들과 의료계가 합심해서 진짜 전문가를 가려내야 할 상황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실타래 꼬이듯 많은 것들이 점점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 또한 전문가임을 자처하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 그저 그런 사람은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달려라병원 정호석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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