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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마리아나 제도

코발트블루를 품은 태평양의 휴식처

태평양 북마리아나 제도의 바다를 상공에서 내려다본다. 섬과 바다의 경계가 만들어내는 색의 분할선은 선명한 대비만큼 강렬한 감동이다. 녹색의 섬들은 연두빛 라군과 절벽아래 코발트블루의 바다를 함께 소유했다. 섬들이 뿜어내는 향취 역시 제각각이다.

북마리아나제도는 사이판, 로타, 티니안 등 서태평양 15개 섬을 품은 섬의 군락이다. 맏형격인 사이판 정도만 알려져 있을 뿐 나머지 섬들은 세인들에게 다소 생소한 영역이었다. 골프, 낚시, 다이빙 등 단편적인 레저의 공간으로만 받아들이기에는 섬들이 간직한 비밀들은 한발 들어설수록 탐스럽다.

추억 속에 또렷이 새겨지는 북마리아나 제일의 광경은 짙푸른 바다다. 섬과 섬을 잇는 유일한 교통수단인 경비행기에 오르는 것은 매혹의 바다와 가장 확연하게 조우하는 방법이다. 바다만큼 푸른 태평양의 하늘로 치솟으면 10명 남짓 탑승 가능한 프로펠러 비행기의 굉음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눈 아래 펼쳐지는 바다와 섬의 아득한 색의 향연에 온통 시선을 뺏기게 된다.

북마리아나 제도에 들어서며 밤늦게, 혹은 이른 새벽 섬에 뜨고 내리는 것은 그래서 진면목의 절반을 놓치는 아쉬운 일이다. 녹색의 절벽아래 부서지는 파도와 흰 파도 너머 펼쳐지는 푸른 바다에서 섬들의 진가는 드러난다.

가장 깊은 해구에 기댄 푸른바다

섬과 바다에 대한 칭송은 단순히 ‘색이 빚어내는 마술’같은 맥락만은 아니다. 지치도록 푸른 빛의 배경에는 마리아나 해구가 세계에서 가장 깊은 바다라는 사실을 담고 있다. 북마리아나 제도 동쪽의 마리아나 해구는 수심이 7000~8000m 깊이다. 가장 깊은 비티아즈 해연은 1만 1033m에 달한다. 육지로 치자면 에베레스트(8848m)를 품어내는 규모다.

사이판은 제도 북단에 위치한 국내 여행자들에게는 익숙한 여행지다. 섬 서쪽은 삶과 낮은 해변의 공간이고, 동쪽은 자연과 절벽의 영역이다. 연두빛 라군을 간직한 마나가하 섬과 호텔군락을 따라 1km 뻗어있는 마이크로 비치는 사이판의 평온한 휴식처임을 대변한다. 마이크로 비치 너머로 해가 지는 일몰 풍경은 평화로운 가족 여행지의 정점을 찍는다.

삶의 영역에서 만나는 사이판은 태평양의 휴양도시에 온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도심 번화가인 가라판 지역에는 전세계 관광객들이 뒤엉켜 흥청거린다. 면세점과 마사지숍, 레스토랑의 네온싸인 아래로는 다국적 언어들이 쏟아진다. 사이판 현지에 익숙한 사람들은 “짐을 차 안에 두고 내리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전한다. 사이판에는 변질된 이국적인 문화와 생소한 자연이 그렇듯 뒤섞여 공존한다.

도심의 번잡함을 애써 외면하고 섬의 북동쪽으로 향하면 신비스러운 세계가 열린다. 그로토는 기암괴석 동굴 안에 위치한 독특한 다이빙 포인트다. 동굴 아래서 헤엄을 치는 다이빙족들의 환호가 늘 쩌렁쩌렁 울린다. 만세절벽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에 저항하던 일본군이 뛰어내린 사연이 담겨있다. 80m 절벽아래 바다는 유독 푸르다.

다른 문화와 생태를 간직한 섬들

심연의 바다를 경계로 섬들의 개성은 확연히 구분된다. 군도 남단의 로타는 완연한 생태의 섬이다. 로타의 주요 관광지는 바람과 파도가 빚어낸 자연이 9할이다. 섬이 간직한 최대의 비경은 섬 동북쪽의 ‘아스 만모스’ 절벽이다. 이곳에서 거칠고 짙푸른 바다는 절벽을 깎고 아우성을 만들어낸다. 로타를 대표하는 테테토 비치 등에서는 사이판과는 달리 나만의 호사스런 휴식이 가능하다.

곳곳에서 보여주는 풍광은 로타의 과거를 언뜻언뜻 투영하기도 한다. 유일한 번화가인 송송 빌리지에는 성 프란시스코 교회당과 묘지가 무채색으로 들어서 있다. 로타는 1600년대 초반부터 400년 가까이 스페인의 지배를 받았고 마을 분위기 또한 스페인이나 남미의 작은 마을을 옮겨 온 듯 가지런하다.

사이판과 로타 사이의 티니안은 반전의 섬이다. 2차대전 당시 일본에 투하된 원자폭탄이 탑재됐던 섬은 쓰린 과거사와는 달리 카지노가 들어선 뒤로는 위락을 ?는 관광객들이 찾는 곳으로 변모했다. 북마리아나 제도의 원주민은 차모르족이다. 같은 부족들이 터를 잡고 살아가지만 세월속에 변화된 문화와 생태를 살펴보는 것은 북마리아나 제도 여행의 꽤 괜찮은 재미다.

글ㆍ사진=서영진(여행칼럼니스트) aularge@hanmail.net

여행메모

가는길=한국에서 사이판까지 아시아나 항공 등이 매일 운항중이다. 국내선 터미널에서 로타, 티니안까지 경비행기가 오간다. 로타 등에는 대중교통이 없어 섬 내 관광을 하려면 투어 상품을 이용하거나 렌트카를 빌려야 한다.

숙소=사이판에서는 하얏트 호텔등이 위치한 마이크로 비치 인근에 특급 호텔들이 다수 있다. 로타에서는 섬 북단의 로타 리조트가 묵을 만하다. 모든 방이 스위트룸 형태로 설계됐는데 거실과 함께 두 개의 침실을 갖추고 있어 가족 여행객이 머물기에 좋다. 리조트는 로타의 유일한 골프코스와 스파시설을 갖추고 있다.

기타정보=사이판 입국때 별도의 비자는 필요 없으며 섬내에서는 영어와 달러가 통용된다, 시차는 한국보다 1시간 빠르다. 북마리아나관광청 홈페이지(mymarianas.co.kr)를 통해 다양한 현지정보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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